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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Oct 01. 2017

우리도 비와이(Be why)

영감을 주는 어른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인 A사에서 인턴을 하던 때의 일이다.


하루는 우리 팀을 총책임지고 있는 VP가 모든 팀원을 한 자리에 모았고, 다 같이 테드 강연을 하나 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보여준 영상은 Simon Sinek의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이었다.(아래에 링크 참고) 워낙 유명한 영상이라 나는 이전에 마케팅 수업에서도 본 적이 있었고, 동아리 활동에서도 함께 공유했던 적이 있었다. 성공한 기업, 리더들은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골든 서클(Why -> How -> What(상품 혹은 서비스 등))을 통해 직원들과 고객에게 영감을 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Simon Sinek: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




Why의 차이


이 영상을 보여주고 그는 영상에서 제시하는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를 정리해주었다.


첫 번째는 우리의 비즈니스는 우리의 서비스와 기술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신러닝 기반의 Job matching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던 우리는 우리가 왜 머신러닝 기술을 이 Industry에 적용하는지부터 시작해 시장에선 우리를 왜 필요로 해야 하며 우리는 어떤 시대를 열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한참 토론을 하였다. 이 VP가 오기 전엔 개인적으로 버블과도 같다 생각했던 이 비즈니스가 토론에 참가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 명확한 길을 찾아가게 되며, 이 길을 이끌고 있는 VP가 새삼 멋져 보였다.


두 번째는  우리가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 대상과 이들로부터 얻는 신뢰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상에서 Simon은 왜는 신념으로 보이며, 이 신념을 신뢰하고 신념에 의해 설득되는 약 15%의 Innovators와 Early adopters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대게는 다수를 타깃으로 판을 흔들고자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다수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이들 15%의 행동이 중요하며 이는 곧 우리의 신념, Why가 이들을 끌어낸다고 한다. 우리의 서비스로 보았을 때도 하루아침에 우리가 Indeed나 LinkedIn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를 믿고, 신뢰해줄 만한 우리들의 Innovators를 찾아 나서야 하며 이들과의 신뢰관계가 이후에 중요한 핵심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절실하게 동의하였고, 각자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서로 공유하고, 우리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우리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우리의 미션을 15초 내에 설명해볼 수 있는지도 테스트해 보았다.)


단순히 좋은 상품과 서비스만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존재 이유와 상대가 우리를 왜 이용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비즈니스의 출발지점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자칫 중요하게 짓고 넘어가지 않는 부분이 될 수 있는 Why를 나는 이 순간부터 강하게 믿기 시작했다.




우리 삶은 Why를 품고 있을까?


Simon의 골든 서클은 충분히 우리 삶에 있어서도 적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Why -> How -> What의 설득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단순 부자보다 더 풍성한 사람이자 우리 개인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단순히 돈 많은 부자보다 직접 일구어나가고, 갖은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며 멋지게 성장한 사람에게 더 큰 영감을 받고, 존경하게 되는 이유가 이런 과정을 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각자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지만 유독 시선을 사로잡고, 큰 영감을 주는 분들은 단순하게 멋진 사진과 글 솜씨를 뿜어내고 있지 않고 왜 그런 선택 과정을 가졌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 고민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이들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Why -> How -> What의 골든 서클을 개인의 삶에도 적용시킨 예이지 싶다.



나는 대학을 선택하던 재수 시절, 전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등학교까진 당연하게 생각하던 경영학과로의 진학을 재수를 하게 되면서, 평생의 삶을 좌우할지도 모를 내 전공 선택을 아무것도 모르는 그때의 내가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시행착오'의 기회를 더 주고자 자유전공학부로의 진학을 선택했다. 정말 다양한 전공을 다양한 관점에서 배웠던 자유전공학부에서의 1년은 나한텐 더할 나위 없는 대학 수업이었고, 정말 즐겁게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시절 차차 경영학과와 영문학 혹은 불문학을 함께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었다.


그러나 학교는 반강제적으로 나를 행정학을 공부하는 공공인재학부라는 곳으로 편입시켰다. 정말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행정학이라는 분야였지만, 학교 내의 최고 대우를 해주는 학부이자 로스쿨과 행정고시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곳이므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내 동기, 선후배들은 사회적으로도 아직까지 극심한 경쟁과 인기를 끌고 있는 로스쿨과 행정고시, 공무원, 회계사 등의 길로 들어섰다. 왜 그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보다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자신을 던져버리는 케이스를 너무도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방향을 그런 식으로 속단할 수 없었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의문과 갈증이 있었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찾아오는 질문에 대한 길을 찾아 나갔다.

리더의 관점을 가지고 싶었기에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게 되었고, 사람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데에 대한 재미로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와 다른 프레임의 생활,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에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었고 유럽에 대한 경험은 북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맞닿게 된 스타트업이란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고, 이것도 맞물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턴을 하고, 디지털 마케팅으로 방향이 굳혀지기 시작했다.



위에서 말한 내 동기, 선후배의 선택이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들의 삶이 빛나길 바라며, 나에겐 의미 없어 보였던 경쟁의 과정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나름의 이유를 찾아나가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한 때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함께 상담을 해주셨던 내 지도 교수님이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공무원 준비나 하라며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 취급을 하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골든 서클의 정반대 흐름 What -> How -> Why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좋은 배우자는 스스로가 찾아 나선 경우이기보다는 주로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답들이며, 이를 어떻게 쟁취해 나가느냐로 인한 과도한 경쟁만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늘 정해진 답(What)'에서 시작하는 삶과 사회의 관점이 우리를 풍족하게 이끌어 갈 '영감'을 저해하는 요소이지 않을까. 오히려 스스로 생각해낸 Why에 대해 격려하고, 더 나은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면 나의 How와 What은 더 멋진 형태로 빛나지 않았을까.




Be why, 영감을 주는 어른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골든 서클 공식을 접했지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이 골든 서클을 지지하고 있다.


나 스스로가 영감을 받으면서 동시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흐르는 골든 서클의 정반대 흐름은 우리의 교육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정답 혹은 오답(What)을 어떻게(How) 찾는지를 최우선의 목적으로 교육 과정을 이수해 왔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올바른 사회의 구성원을 양성하기 위한 기초, 심화 교육은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 우리에겐 정답과 오답을 잘 찾아내는 데에만 의미가 있었다. 사회 구성을 위한 기초 교육이 정답과 오답을 잘 찾는 방법론에만 치중하다 보니 가족과 친구, 동료 등을 구성하는 우리의 사회는 정답과 오답만이 남게 되었다.

부모가 생각하는 정답과 같은 짜인 미래를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지 않는 친구는 루저가 되고,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진 직장 동료는 적이 되어 버리는 등 우리는 일상에서 정답과 오답만을 혹은 그것들을 분류하는 방법만을 쫓는 경향을 너무도 쉽게 보게 된다.


이런 교육 제도의 변화는 우리 사회도 다양해지고, 관용의 범위가 넓어져 나가면서 곧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이 전의 교육을 받고, 현재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꼭 그렇게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각자의 빛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과 이런 과정을 먼저 겪고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 보면서 우리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에게나 각자에게 어울리는 빛이 있다. 각자를 빛나게 할 빛이 어떤 색깔인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이 믿음을 가진다면, 나로서 더욱 빛나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다른 이들의 빛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관용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해진 답은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힘들기도 하고, 때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만들어가는 빛은 각자로 빛날 수도 서로 섞일 수도 있다.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다 보면 정말로 영감을 받게 된다.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 이야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큰 영감을 선사하고, 이들은 각자가 Why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자신도 모르게 길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도, 브런치의 글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의 강연을 찾아가는 것도 모두 영감을 주는 사람 혹은 것들을 찾기 위함이며, 진짜를 만난다면 나도 그런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동력을 얻게 된다.



영감을 주는 어른. 조언을 가장한 강요가 아닌 스스로가 이유를 찾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을 정말 많이 만나고 싶고, 그분들에게 격려도 받고 싶고, 그러면서 나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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