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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Oct 22. 2017

나는 왜 지금 이 회사에 있을까?

내가 바라본 글로벌 Tech 기업의 성장 공식

금새 3개월의 Probation(수습) 기간이 끝났다.


첫 분기를 Ramp-up 기간으로 보내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겪어가며 이제 내 할 일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대기업의 거대한 시스템 안에 들어갔더라면 몇 년이 걸렸을 이 거듭나는 작업을 나는 더 빠르고, 압축적으로 겪어 나가고 있다.



이런 수습 기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왜 이 곳에 오게 되었고, 왜 앞으로 이 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 더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길이란 참 신기하게도 내가 아무리 쓸고, 닦아도 내가 몰랐던 곳으로 더 좋은 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의 회사는 이 전 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하기 위해 리서치를 많이 해본 회사다. 마케팅 자료부터, 홈페이지, 기술력 등을 참고하면서 이 회사에 대해 매력을 느끼곤 했지만, 아무래도 한 명의 지인도 없던 곳이라 일하게 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 먼저 오퍼가 들어왔고, 결국 고민 끝에 이 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이유를 돌아보며


나는 참고할 회사로 지금의 회사를 지켜봐 왔었기에 어느 정도 외부자의 시선도 투영하며 지금의 회사를 지켜보고 있다. 외부에서 알아갈 땐, 알아갈수록 멀게만 느껴지던 이 곳이(알아갈수록 강력한 플레이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기에) 이제 점점 친숙해지고, 이 곳의 사람들과도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했던 이유가 과연 아직 유효한가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1. 근본적인 우리 기술에 대한 믿음


글로벌로 주목받는 IT 분야의 한 축 중, Ad-tech라는 분야가 있다. 기술 기반의 광고 솔루션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이 분야는 기존의 4대 매체를 활용한 전통 방식의 광고 대신 IT기술을 접목하여, 발전시키고 있는 분야다. 아무래도 돈이 쏠리는 광고 분야이기에 글로벌로 주목도도 높고, 그만큼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주요 플레이어로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있지만 이 외에도 Ad-tech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수많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Display 광고와 관련된 업계 Landscape( 출처: LUMA Partners)


내가 일하는 지금 회사는 이 Ad-tech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랑스 IT회사다. 프랑스에서 시작했지만 NASDAQ에 상장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누가 물어보면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그냥 디지털 광고 회사야~"라고 설명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단순 표현은 이 회사의 근본 가치를 모두 설명하기에 너무도 부족하다.


우리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기술 회사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 가공, 분석하는 능력과 더불어 이를 활용한 기술로 광고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는 말 그대로 쌓여가는 정보를 가공하여 기업 혹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만한 기술을 말한다. 단순히 IT는 쿨하고, 젊고, 열정적인 분야가 아니라 이런 기술력이 핵심이다.


이 곳은 리타겟팅이라는 광고 솔루션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기술 솔루션 계속 개발하여 더 크게는 글로벌 커머스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Tech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나는 아직은 미미해 보이는 이러한 미션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기술이 유의미하며, 업계에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다양한 기술적 의미(매체들과의 연동/광고 비딩/유저 매칭/추천상품 등)가 내포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한 얘기가 될 수 있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곳은 실제로 우리의 고객이 구분하기 어려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유저에 도달하기 위해 합리적인 비용을 들이고, 실제 더 높은 매출을 발생시키도록 기여하는 가장 확실하고, 심플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유저 입장에선 내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내가 관심 있을 만한 제품이 노출되며 의사 결정 단계를 줄여나갈 수 있어 유저 편의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알아갈수록 매력적인 시장이며, 회사가 가진 기술력이 업계와 고객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IT회사로서 더할 나위 없는 메리트가 된다. 이런 회사의 미션과 기술력이 나에겐 이 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동기가 되고 있다.




2. 글로벌 협업과 성장 공식


브런치를 통해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은 나에게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우리 기업의 생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국외의 좋은 스타트업들의 활발한 국내 진출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것은 나에게 절대적 필요 요소였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회사를 찾아온 끝에 현재 회사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따라서 얼만큼 글로벌 협력을 이끌어 오며 동시에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가 궁금했었다.


각 오피스의 규모가 커지고, 일이 많아지다 보면 글로벌 수준에서 협력하는 일을 만드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HQ나 타 지사에서 보내오는 공지가 눈에 쉽사리 들어오지가 않게 된다. 당장 닥친 내 클라이언트와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니까.


그러나 계속해서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모두를 통합해야 하고, 각 오피스에서 가지는 문제점들을 공유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지금 시대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글로벌 기업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린 계속해서 이런 노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에서 보았을 때, JIRA를 통한 글로벌 협업 프로세스를 구성하였다. 일본에 있는 디자인 팀에 티켓을 올려 협력을 하고, 한국의 기술팀이 부재 시 타 지역의 기술팀이 백업을 해주기도 하며, JIRA 티켓으로 본사 Escalation 팀이나 Product 팀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시차의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우리의 연결고리는 계속 이어 간다. 이런 활동들로 얻은 업무적 지식은 업무용 Wiki라고 불리는 Confluence에 모아 진다. 각각의 케이스들이 쌓여가면 Confluence는 강력한 우리의 백과사전이 되어 간다. 이외에도 Slack으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Bluejeans으로 타 오피스와 선명한 콜을 하기도 한다. 회사 분들은 이미 익숙한 이 시스템은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미 전 세계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우린 효율적으로 갖추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업무뿐 아니라 각 포지션 별로 한 지역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Summit을 진행하기도 하고, 1년에 한 번씩 전 세계의 오피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Global summit이 진행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2017 Global Summit 사진들. 약 2,500명의 글로벌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글로벌 협업만큼 각 오피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고민도 늘어간다. 각 로컬 플레이어 중에 강력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일부터 국내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며 로컬라이제이션 화가 가속된다. 이에 따라 각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이 세워지며 각자의 색깔들은 다르지만 지역에 맞는 성장 공식이 세워져 나간다. 이 회사의 협력 방식과 성장의 요소들은 내가 앞으로 꾸준히 배워나가야할 중요한 점이 되고있다.




3. 함께 나누는 베네핏


아무리 좋은 기술과 비전을 가진 회사라도 직원들에게 적합한 베네핏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없다. 함께 창출하는 이익을 적당히 배분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가 직원 입장에서 좋은 회사라 할 수 있다.


처음 구직하는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베네핏과 관련된 부분을 판단 요소로 고려하기 쉽지 않다. 구직자에겐 제한된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직의 경우엔 비교해볼 수 있는 지금 직장이 있어 비교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첫 직장의 경우엔 내가 받는 대우가 당연하고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많은 이들이 단순히 "너 연봉이 얼마야?"라는 질문으로 서로의 회사 수준을 평가하곤 한다. 연봉은 절대적으로 가장 크게 차지하는 베네핏 중 하나이지만, 결코 연봉이 회사에서 제공받는 '베네핏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나도 이 부분은 구직자 시절 자세히 판단해 볼 수 없었기에 회사에 들어와서 많이 생각해보게 된 부분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회사에서 적절한 베네핏을 공유받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정말 만족스러운 베네핏을 제공받고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회사 시스템에 감사함마저 느끼고 있다.



자세히 언급해보자면 먼저, 안정적인 일반 급여와 더불어 동기를 자극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내 어느 대기업만큼 높은 수준의 연봉과 더불어 매 분기 부여받는 타깃의 성취율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되어 경쟁력 있는 급여를 제공받는다. 요즘 많은 글로벌 Tech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RSU(Restricted Stock Units)도 일정 부분 제공받으며,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릴 동기를 부여받고 이를 더 높은 가치에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잡혀있다.


이런 급여 시스템은 회사가 얼마만큼 매출을 끌어올리는 직원들과 수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지'를 느끼게끔 만들고, 그에 따라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외에도 교통, 통신비, 소정의 복지비로 기본적인 업무 지원 활동비를 제공하며 업무와 관련된 비용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춘 복지 문화를 갖추고 있다. 우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보험 커버리지가 다양해 난 아직 별도의 보험을 들고 있지 않다. 암 보험, 생명 보험을 포함한 실비 보험을 제공해 가장 기본적인 복지의 혜택을 제공해주고 있다. 가족 동반 1인으로 건강 검진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피스의 다양한 요소들은 직원들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출근 시간이 어느 정도 유연하여 본인의 컨디션에 맞게 자유롭게 출근을 한다. 아침엔 김밥이나 샌드위치가 오후엔 과일 박스가 제공되며, 여유로운 점심시간도 주어진다. 오피스엔 트레드밀, 사이클, 탁구대, 안마 의자, 리클라이닝 소파,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비치되어 있어 각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모든 요소들은 업무의 효율성 증대보단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과 심리적인 안정, 만족 등을 개선하기 위한 요소로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각자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우리 삶의 질이 함께 상승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Sick leave를 사용하는 비중이 극히 적어 보인다:D)


회사는 함께하는 직원들과 삶을 형성하는 곳


회사는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지만 함께하는 직원들과 나누고, 삶을 형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베네핏은 정말 감사하게도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이 거대한 회사라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분명 빠르게 성장을 겪고 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매 순간 찾아오긴 하지만 나는 지금 이 곳이 작동하는 시스템과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모든 요소들은 지금 나를 자극하고 있는 자극점이자, 앞으로의 미래와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의문점이다.



오늘의 성공에 만족하는 회사이기보다 내일 내딛는 한 걸음이 더욱 기대가 되는 회사이기에 나는 지금 이 곳에서의 생활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성장하고, 회사도 나로 인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



* 지난 이야기

#12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11 내일 첫 출근을 합니다.

#8 첫 오퍼 레터를 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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