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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Aug 07. 2020

5개월간의 WFH(재택근무) 그리고 이후


WFH(Work From Home, 원격 재택근무)이 시작된지도 5개월이다. 그동안 계획된 출장 일정은 취소되고, 오피스 방문도 어려워졌으며, 싱가포르는 두 달간 Circuit Breaker로 동거인 외의 만남까지 제한하면서 물리적으로 홀로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외부 상황의 극적인 변화로 현재의 WFH은 필요 혹은 무드에 의해 이따금씩 가졌던 이전의 WFH과는 전혀 다른 업무 모드이자 생활 전반에 걸친 Disruption이었다.





5개월간의 WFH



필수 WFH이 시작된 초기에는 버텨보자의 심정으로 견디기 단계가 시작됐다. 팀원들끼리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는지 메뉴를 공유하며 함께 식사하는 느낌을 내보았고, VC로 랜덤 커피 챗을 시작하면서 스몰 톡을 통해 으쌰 으쌰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간이 지나며 불편한 요소들(가령, VC 모드에서 얘기가 쉽게 물려 한 명씩만 얘기를 할 수 있다던지, 오가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얘기를 1:1을 잡아야만 할 수 있다던지 등)이 많아지며 WFH의 비효율성에 대한 불만이 초기 주요 화제가 되었다.



몇 주 후, 싱가포르의 CB발표로 오피스 복귀는 사실상 불가해졌고,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이 시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며 본격적인 적응기에 돌입했다.


회사에서는 이에 대한 지원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홈오피스 셋업을 위한 $1,000의 보너스를 지급하였고, 이 비용으로 필요한 사무용품 구비나 WFH을 견디기 위한 물품들을 구입하였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새로 장만한 분들도 있었고, 필요한 기기들 혹은 집안에서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제품들을 구매하기도 했다. 혼자만의 여가를 위해 나는 각종 OTT 서비스를 구독하였고, 학창 시절 연주하던 베이스를 다시 꺼내 들었다.



업무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며 본격적으로 일과 생활의 인테그레이션이 진행되었다. 균형이 깨진 불편함보다는 주어진 블록을 나만의 방식으로 끼워 맞추며 업무에 있어 퀄리티 타임이 점점 증가하는 듯했다. 물론 오피스의 온기와 동료들, 클라이언트 분들과의 휴먼 인터랙션은 여전히 그리운 부분이었다.



CB가 종료되고 Phase 2단계(5인 이하의 사람들의 모임이 제한적으로 가능한 단계)에 들어서면서 지인, 동료 분들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술잔을 기울이거나 함께 러닝을 하는 등 생활의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적응기에 어려웠던 요소들이 점차 채워졌다. 집에서 효율적인 업무 시간 활용, 업무 후에 사람들 간의 만남으로 지금의 WFH은 앞선 어려움을 변형하고, 적응시키며 불과 5개월 만의 '뉴 노말'의 현실로 자리 잡았다. 가끔은 시간이 지나 '오피스라는 곳에서는 말이야'라며 라떼는 말이야가 가능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가 미래로 불쑥 들어왔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셀프 모티베이션



오늘 회사는 내년 7월 2일까지로 WFH 연장을 발표했다. 3월부터 시작되었으니 1년 4개월 정도 WFH이 계속된다. 회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더 쾌적한 시설과 환경이 조성된 콘도로 곧 이사를 가게 된 것이 어쩜 현재 상황에서는 더 유익한 선택이 되었다. 추가로 지급해주는 $1,000은 집 안에 오피스를 꾸미는 데에 사용하며 업무적으로도 더 적합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외적으로는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이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으나 여전히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 되새기고 있는 건 매일의 일상에서 부딪치는 '셀프 모티베이션'에 관한 부분이다.




회사의 구성원들은 충분히 기본 이상 이 부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큰 조직에서 현 체제에 대한 합의나 실제 1년 넘는 기간 동안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겠으나, 소속된 개개인의 일상에서는 이전보다 셀프 모티베이션으로 일상에 활력을 넣어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필요하다.(외부 환경/통제에 대한 자극이 그립기도 하다.)


이전보다 취약해진(Vulnerable) 환경에서 퍼포먼스나 러닝을 위한 모티베이션일 수 있고, 일과 생활의 통합으로 번아웃 방지를 위한 모티베이션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스스로가 본인 상태에 대한 자각과 일과 생활에 산적한 것들을 헤쳐나가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오피스는 일을 위한 분리된 공간, 좋은 시설과 제공되는 음식, 곳곳에 포스터로 가득 찬 자극들, 훌륭한 동료들과의 인터랙션을 포함하는 공감각적인 요소이며 이 곳의 소속감만으로도 모티베이션이 충족되곤 했다. 그러나 장기화된 WFH은 이런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을 통해 계속해서 스스로 충전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앞으로의 1년 혹은 길어질 경우 또다시 그 이후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화두가 될 듯하다.

1년 후에 또 한 걸음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셀프 모티베이션과 함께 더욱 단단하게 성장한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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