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D&DEPARTMENT JEJU by ARARIO
d room에서 보낸 서른네 번째 생일. #34
2020년 11월 6일(에 쓴 글), 휴가를 내고 청주 집에 들러 엄마가 차려 준 생일 상을 받았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꿀이와 놀다가 오후에 뭐할까 짧게 생각하고는 곧 청주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를 끊었다. 제주는, 집 근처에 공항이 있어서 다른 어느 도시보다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계획 없이 자주 가게 된다. 지난 6월 27일, 무계획으로 찾았던 제주. 오픈 초기의 D&DEPARTMENT JEJU by ARARIO에 들러 로컬샵을 구경하고, d식당의 정식을 먹었었다. 당시 d room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사전 예약자만 머물 수 있었던 터라,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못하게 되니 호기심이 두배세배 증폭! 그래서 이번에 d room을 찾게 됐다. 온라인에서 당일 선택이 안되기에 전화로 물었더니, 다행히 room이 남아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왔던 날.
(d room)
오후 1시 30분 D&DEPARTMENT JEJU에 도착했다. d room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리셉션의 친절한 매니저님은 근처에 맛있는 커피집을 몇 개 알려주셨다. 동문시장의 자키커피에 가보려고 했는데, 몇 개의 업무 전화를 받다보니 멀리 갈 수가 없었다. 근처 '크림'이란 카페에 앉아 라떼를 마셨다.
오후 3시 d room 체크인. 리셉션에서 방까지 매니저님이 동행하며 안내해 준다. 저녁 늦은 시간에 들어올 수 있는 출입구부터 3층의 라운지, 열쇠로 방 문을 여는 방법, 난방을 켜고 적정 온도를 올리는 것,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찬찬히 알려주었다. 지인의 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했다. 아! 엘리베이터에서 '식물'을 키우는 분을 만났는데, 정말 대단하시다고 인사를 건넸다.
룸 넘버가 없는 방. 공간의 위치로 기억해야 한다. d&department d room에는 d&d 제품들로 꾸며진 13개의 room 이 있다. 나는 싱글베드 타입의 첫 번째 방에 머물렀다. 층고가 높고, 아늑한 방.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방이다. 작고 예쁜 소품들 구경할 새 없이, 컨퍼런스콜이 있어서 일단 일을 했다. 오후 5시까지 두 시간을.
오후 5시가 되어야 곳곳에 놓인 d&d 제품들을 구경했다. 룸웨어, 룸슬리퍼, 빈티지 컵, 룸 스프레이, 식물들, 테이블과 의자, 책, 작품, 너무 다 사랑스럽네. 내가 왜 D&DEPARTMENT를 좋아하게 됐을까? 서울 한강진 D&D, 교토의 D&D를 방문했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로컬생태계'에 관심이 간다. 지역에서 만들고 먹고사는 삶. D&d의 철학에 동의. 아무튼 좋다.
저녁이 되어 바깥을 나가 볼 생각을 했다. 바로 앞 쏘카 존이 있어서, 차를 빌려 동문시장에 갔다. 김밥 한 줄 사 먹고 바닷바람 좀 쐬고. (요새는 시력이 많이 떨어져 밤 운전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일찍, 이 사랑스러운 방에 다시 들어왔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라운지에 홀로 앉아 음악을 들었다. (모기의 습격이 엄청났음) 마주치는 매니저께서 추우면 긴 팔 옷을 주시겠다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게 여느 호텔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남겼다. 잘 때, 블라인드를 내려 공간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이게 정말 아늑하고 포근했다.
다음날 아침, 모처럼 숙면을 취하고 상쾌하게 일어났다. 평소 호텔에서 하지 않던 룸 커피도 괜히 내려보고. 조식으로 차려진 무화과, ABC의 크루아상, 귤도 하나씩 맛 보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비행 시간이 다가온다. 제주에서 24시간도 채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이다음 일정이 군산에서 아영이 현경이를 만나는 거라서. 한량 같은 여정은 계속된다.
(+공항에서 우연히 선배를 만나서 신기했어)
하루방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