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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테트 bastet May 05. 2024

떠나는 날까지 결국 무게와의 싸움

오아의 유럽 캠핑 일기

오 마이갓!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 새로운 게임이었네.

떠나는 날까지 전자저울로 백 번도 넘게 캐리어와 배낭을 들었다 내렸다… 기운이 몽땅 빠져버린 완전

방전이다.


트래킹을 시작하고 걷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꼭 10년 차다. 뉴질랜드 그레이트웍스, 산티아고 프랑스와 포르투달 순례길, 일본 시코쿠 오헨로길, 미국의 7대 캐년 트래킹, 한국의 올레 걷기 등 대략 3500킬로미터를 걸었다. 내 말은 무게를 최소화해서 걷는 데는 어지간히 능력이 생겼단 뜻이다.


캠핑도 4년 차, 코로나로 여행이 불가능해졌을 때 시작했다. 유행하는 글램핑과 가장 가리가 먼 스타일로, 최소한의 장비를 꾸린 후 백패킹으로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초 소형, 초 경량이다. 하룻밤이니까 불편하더라도 무거운 것과 트레이드 가능했다.


이번 여행은 유럽 캠핑여행이고 무려 40일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매일 텐트로 기어들어가는 게 싫어서 이를테면 층고가 높은 텐트로 바꿨고, 유럽에서는 가스 구입이 힘들고 캠핑장에서는 전기 사용이 편리하다고 해서 전기 조리기구를 마련했다. 매일은 아니라도 대부분 캠핑장 숙박을 할 텐데 잠자리는 편해야지! 젊었을 때 같지 않다며 구매버튼을 눌렀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문제는 일찌감치 티켓팅을 끝낸 항공사 규정 때문에 발생했다. Q항공사의 이코노미석은 부치는 수화물 25kg 하나, 기내 수화물 7kg 하나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비행기만 200번 이상은 탔을 거고 한 번도 수화물 중량 초과를 걱정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중량의 구체적인 감각이 없었던 것이다. 출발 앞두고 가방을 싸보니 어이가 없네! 세상에 10kg 넘게 초과한다. 10kg 초과 수화물 비용으로 20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매번 혼자 여행하는데 익숙한데 이번엔 여행고수 전문가 두 분이 나의 여행 메이트이다. 비용이 아까운 거야 물론이지만 수화물 규정에 잘 맞추고 계시는 구 분이게 저는 그냥 돈 내고 보내요~라고 말하기 싫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다. 필사적인 줄이기가 시작되었다.


타프, 텐트, 매트, 침낭, 베개, 테이블, 조리도구들은 무거워도 뺄 수 없다. 이건 내가 집을 지고 다니기로 결정한 것이로구나. 현타가 온 순간이다.

세면도구를 반으로 줄이고 약도 덜었다. 동행자 분들께 서프라이즈를 하려던 식재료도 모두 뺐다. 옷도 반으로 줄인다.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을 하고, 따듯하게 자고 싶어 챙겼던 전기매트도 뺀다. 액션캠도 빼고, 카메라도 챙기려다 폰으로 찍기로 한다. 물건 하나하나씩 다시 계량을 한 후 캐리어를 바꿨다. 창고에서 물건 수납에나 썼건 20 넌 된 패브릭 가벼운 것으로.


애매하게 넘는다. 보내는 짐은 25.8을 넘지 않게, 기내용도 7.7을 넘지 않게, 그러고 나니 다기 3킬로가 오버된다. 불타는 투쟁심이 솟구쳐 주머니가 있는 재킷 두 개를 빼냈다.  주머니를 이용할 생각이다. 5개의 주머니에 나눠 넣고 수속할 때 몽땅 입으리라. 몸에 지닌 것은 수화물이 아니라는 논리에 소심한 탑승을 해본다. 그러잖아도 요즘 살쪘는데 이건 뭐… 체급이 두 계단이나 올라갔다. 땀 좀 흘리지 뭐! 빵빵해진 옷을 입으니 울룩불룩 몸이 엄청나게 풍성해졌다. 수속을 마치고 나면 얄파닥한 크로스 백에 넣어야지! 아.. 타어나 처음으로 맞이한 난관 앞에서 이렇게 신박한 아이디어를 얻다니 스그로도 자랑스럽다. 웬일로 잔머리가 돌았지? 매번 지나고 나서 아차차 하던 사람이 이번엔 미리 대비를 했네!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동행하시는 분들과 1000개의 톡을 나누며 논의해서 겨우겨우 패킹을 다 마쳤다. 자, 이지 출바아알~ 과연 오아들(오십대 아줌마 아저씨들) 캠핑이 어떻게 진행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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