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흠 Feb 11. 2020

평청을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

열아홉의 몸으로 살기 위해서

평청 平靑

명사

1. 평생 청춘을 의미하는 말


사실 없는 말이다. 며칠 전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너무 속상한 적이 있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나는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서 말이다.



청춘이 이십 대에 끝나는 건지 몰랐다. 그러고 나서는 '시절'이 되어버리는 과거 단어였다니.


물론 나는 International 나이를 따르겠다며 이제 28살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위 사전적 의미는 과거에 만들어진 의미니 요즘 시대에 따르면 '삼십 대에 걸치는'으로 변경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26살에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20대 후반을 마음에 들지 않는 몸과 함께 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몸과 산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과거의 나만 긍정하는 일과도 같았다. 


'지금 내 몸은 내가 아니야, 살을 빼야 내가 되는 거야 예전처럼.'

'지금 내 몸으로는 연애를 할 수 없어, 살을 빼야 연애를 할 수 있는 거야 예전처럼.'

'지금 내 몸으로는 여행을 가서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살을 빼야 예쁘게 입을 수 있는 거야 예전처럼.'


누군가가 내게 말하지도 않았다. 늘 내가 나에게 말했다. 지금의 모습은 내가 아니니, 나의 진짜 모습을 되찾고 내 삶을 살자고.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서른을 맞이했다. 




지금의 나도 나야, 인정하고 행복하게 살자.


라는 해피엔딩 같은 멘트가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청춘이라는 단어에 맞닥뜨리면서, '아 20대 후반을 나는 바보같이 보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결국 생각의 감옥에서 못 벗어났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의 몸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행복을 얻을 것 같다. 뭐 몇 가지 핑계와 같은 이유도 덧붙여 봤다.


1)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생리통이 심해졌다.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야 한다.

2)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야 한다.

3) 자꾸 살이 찌고 빠지면서 옷을 사고 사야 했다. 옷장을 단출하게 꾸리기 위해서 살을 빼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이유가 대외적으로 내민 이유고, 아래 세 가지 이유가 내가 다이어트를 서두른 이유다.


4) 연애를 하고 싶다. 살이 빠져야 연애를 할 수 있다.

5) 예쁜 옷을 입고 싶다. 살이 빠지면 얼른 펑퍼짐한 옷들을 버려야지.

6)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살을 빼서 평생 이십 대처럼 보이기를 바라며.




26살 이후로 내가 다이어트를 실패했던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찾아왔던 폭식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맵고 짠 음식들을 찾아 헤맸고, 먹고 나면 달달한 음식을 찾았다. 밖에서 먹을 때는 적정량을 먹으면서도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아주 아주 많이 먹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배달의 민족...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배달을 일주일을 끊으면 이 주를 달렸고, 이주일을 끊으면 한 달을 달리고 멈추지 못했다. 끊지 못하던 나의 폭식을 끊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한약 다이어트.


큰 결심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집으로 가던 길, 밤늦게까지 하는 한의원을 만났다. 젊은 여선생님한테 뭔가 신뢰가 생겼고, 두 번째 방문에서 한약을 주문했다. 다음 주 월요일 한약을 받아 화요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나는 현재 4kg을 감량했다.


나는 두 달 뒤, 19살로 돌아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