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제일 좋아 뽀로로 상태 마스터 고
캥거루 하나와 부모 종종 +1
이야 뽀로로다!.
노는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뽀로로 1기 오프닝 가사]
아버지가 정년을 맞이하시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딸내미와 아들을 위해 매년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4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시더니 마지막 회사에서는 나름의 직책을 맡아 회사 일을 처리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공을 들였으나 허사가 되어버린 프로젝트로 인해 모든 것을 놓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뒤로 어머니가 어떻게 말을 해도 이제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보여주시면서 노는게 제일 좋아 선언하셨다. 그동안 내가 이렇게 일을 했고 정년 이후에도 일했으니 이제 내가 쉬고 자식들이 나를 부양할 때도 되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초반에는 아버지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정년을 맞이하셨고 제대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나와 내 동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는게 지치시면 다시 일하실 것이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정년퇴직 이후 어머니의 로망은 아버지와 함께 전국 일주를 해보는 것이었다. 이리 두고 저리 둬도 없어질 퇴직금으로 제대로 놀아보자고 생각했었는데 꿀단지를 어딘가에 제대로 숨겨놓은 듯한 아버지의 전국 일주는 절대로 이뤄지지 못 하는 일이 되었다.
현재까지 아버지의 뽀로로 상태는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상태는 맞지만 제대로 놀고 있어 보이지 않아서 어머니의 로망 실현을 해보시는 것은 어떠냐고 여쭤봤지만, 나의 질문에 대꾸도 없이 TV만 보신다.
아버지의 일 과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TV 보기이다.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린 시절 나와 내 동생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영화를 보고 순대국밥을 먹고 돌아오는 코스를 참 좋아했다.
아버지 덕분에 그럼 마담 시리즈 로보캅 시리즈는 다 영화관에서 봤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면서 두 분을 영화관을 모시고 있는데 영화의 선택권은 아버지에게 더 드렸다. 어머니는 팝콘을 드시러 영화관에 가셨지만, 아버지는 영화에 관한 기준점이 있으셔서 한 달에 한 번 4시간 효녀 시간을 만들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나들이도 완전히 끝나버려서 아버지의 노는 방법 하나가 사라졌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여쭤본다. 오늘은 뭐하셨어요.
어머니가 작년에 허리 수술을 하면서 아버지는 집안일을 시작하셨다. 집안일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설거지를 비롯하여 소소하게 어머니를 지원을 하는 일인데 지원을 하다 보면 정말 짜증이 난다.
메인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이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할 수가 없고 하나하나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지시하는 사람이 시킨 일을 한다고 열심히 해놓으면 지시한 사람은 그게 아니라고 하고 그렇게 감정이 쌓인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해봐서 아는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서 정정하게 있으셔서 그런가 어머니의 허리에 무리가 왔어도 집안이 평안하게 진행되는 것은 두 분이 협력을 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밥을 먹고 산책하러 다녀오고 점심 먹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를 돕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대신 말씀하신다.
사람인지라 집에 있으면 사람은 늘어진다. 그리고 매일 매일 집에 있으면 더 늘어진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의 늘어짐이 싫고 귀찮으신 것 같다. 집안일은 해야 하는데 저렇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지 말고 도와주면 더 빨리 금방 끝날 것이라고 하시는데 아버지로서는 어제 했는데 왜 또 해야 하나 하는 생각과 어차피 지금 안 하고 나중에 해도 되는데 내가 스마트폰만 잡으면 시키고 일을 열심히 해놨더니 그거 아니라고 다시 하라고 하면 짜증 쌓이는데 허리 아픈 마누라 고생 덜 하라고 해주는데 또 다른 일을 가져오니 일하기 싫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상태 마스터 고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인 산책하러 나가서 저녁까지 들어오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친구와 함께 저녁까지 버티다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부부싸움을 촉발하는 것이 바로 연락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