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 교토 동부
교토에서의 첫날밤은 곯아떨어졌다. 그 사이 일행들은 료칸에서 유카타를 입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놀았다고 한다 (사진이 진짜 귀엽다). 숙소에서 차려주는 일본 전통식 아침을 먹고 서둘러 둘째 날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음 숙소로 향했다. 이 날은 교토의 동부와 아주 약간의 북부 관광을 일정으로 잡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고로 이 날은 정말 많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교토의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만큼, 이 날은 옛스러움이 가득한 교토의 모습을 충분히 즐긴 날이었다.
숙소에서 나와 첫 번째 목적지인 은각사로 향했다. 철학의 길로 향하던 중 어김없이 교토만의 느낌이 가득한 골목들을 눈에 담으며 걸었다. 일본에 올 때마다 항상 '일본'이라는 느낌을 주는 건축물, 특히 주거용 건물이 부러웠다. 일본은 아파트이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느낌이 아닌, 건물 하나하나가 일본스러우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 날은 길을 걷다가 정말 우연으로 매거진 B 교토 편의 커버 사진이 되었던 장소를 마주쳤다. 커버 사진의 색감 때문에 교토 편은 가장 좋아하는 편 중 하나였는데, 의도치 않게 건물과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날씨가 다소 흐렸던 덕분에 비슷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기억이 남는 순간이었다.
Comment: 일본어로는 테츠가쿠노미치. 은각사에 오고 가고 할 때 거치게 되는 길이다. 딱 한 장소를 집어 철학자의 길이라 하지 않고, 조용한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약 2km의 산책길을 철학자의 길로 칭한다. 겨울도 나름의 느낌은 있었지만, 벚꽃으로 가득 찰 봄 그리고 단풍으로 옷을 입을 가을의 길을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게 분명하다.
봄에는 벚꽃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혹은 특유의 차가운 감성으로 가득할 철학의 길의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일본의 아이들이 한편으로 부러워했다. 사진은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해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은각사까지 올라가는 길 또한 사람과 상점으로 붐빈다. 그래도 조그마한 골목이 나름 운치 있다. 많은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고, 많은 주전부리의 유혹을 이겨낸 뒤, 우리는 은각사에 도착했다.
Comment: 정말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레산스이 정원을 처음 본 장소라 그런지,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일정 상, 금각사를 방문하지 못했는데 화려함보다 수수함과 고요함이 가득했던 은각사를 선택했던 것은 정말 좋았다. 은각사는 긴 말이 필요 없이,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곳이다. 건축물, 고게쓰다이, 정원의 조화가 정말 압권인 장소.
교토에 오기 전부터 가레산스이를 굉장히 기대하고 왔는데, 정말 굉장하다고 느꼈다. 모래로 표현한 정갈한 아름다움. 그리고 돌과 같은 질감이 주는 평온함과 여유.
은각사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더 있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인 난젠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는 길에 점심 대신 당고, 꼬치구이로 허기를 달랬다.
Comment: 난젠지 역시 봄이나 가을이 훨씬 아름다웠을 것 같은 교토의 장소중 하나였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람이 적고 넓은 공간 덕분이었는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곳이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난젠지 입구와 정원의 분위기, 그리고 수로각이다. 난젠지 정문과 정원은 탁 트이고 개방된 공간이라 기억에 남았고, 수로각은 로마의 아치(arch) 형태의 다리였던 것 같은데, 오래된 붉은 벽돌과 이끼가 고대 로마와 코르뷔지에를 연상시키며 과거와 근현대의 느낌을 모두 담고 있었던 것 같다. 스페인의 론다 지방이 생각나기도.
Comment: 헤이안 신궁은 교토 시내 중심부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다소 시내와 떨어져 있던 다른 관광명소와는 다르게 한국의 경복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정원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그 외는 모두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행들과 입장료를 지불하고 정원에 들어갔으나, 헤이안 신궁의 정원 역시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에 더 어울리는 장소였다. 하지만 나름의 값어치는 있었으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많이 즐기고 오지 못했다. 헤이안 신궁은 스케줄에 여유가 없다면, 건너뛰어도 무방한 장소라 말해도 될 것 같다.
Comment: 개인적으로 이번 교토 여행에서 최고였던 장소. 매우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 사원이라고 한다. 겐닌지는 신발을 벗고, 사찰 내부를 관람하는 곳이다. 많이 걸어 지친 관람객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마루에 앉아 정원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나도 차분한 곳이었다. 겐닌지는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곳이다. 하지만 담백하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장소였다. 교토 여행이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장소이니, 겐닌지는 교토를 방문하거나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필수 코스로 방문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겐닌지의 사진은 분위기를 즐기느라 많이 찍지 못했던 것 같다.
Comment: 해가 지기 전 둘째 날의 마지막 목적지로 향한 곳이다. 비도 조금씩 오고 사람이 굉장히 많았던 곳이다. 공사(2020년 종료 예정)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장소. 청수사는 교토 여행을 상징하는 어트랙션 중 하나이고, 실제로 봄과 가을의 풍경은 장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겨울과 밤, 그리고 흐린 날씨에 방문하는 바람에 청수사의 본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청수사까지 가는 길과 주변 상점들, 그리고 흐린 날씨에서 바라보는 교토의 풍경은 운치 있었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미식은 여행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둘째 날 방문했던 식당들을 따로 소개하고자 한다. (재료 소진, 마감으로 맛볼 수 없었던 식당들은 마지막 포스팅에서 따로 다룰 예정) 이 날 점심은 스케줄이 매우 타이트했던 관계로, 걸어 다니며 노점 음식으로 해결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너무 믿지는 말자! (필자는 매우 먹성이 좋음)
주소: 〒606-8402 京都府京都市左京区銀閣寺町43
영업시간: N/A
가격: ¥¥¥
맛: ★★★☆☆
Comment: 은각사 바로 앞에 위치한 당고샵. 따뜻한 차가 함께 제공된다. 맛은 평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당에서 나름 오래된 전통과 분위기가 있어 나쁘지는 않았다. 추웠던 날씨에 잠시 들어가 몸을 녹이고 쉬었다 가기 좋았던 장소
주소: 15 Shishigatani Honenincho, Sakyo Ward, Kyoto, Kyoto Prefecture 606-8421, Japan
영업시간: Mon - Sun | 10:00 - 18:00
가격: ¥¥¥
맛: ★★★☆☆
Comment: 요지야 카페는 교토에여러 곳 존재하는데 이 지점은 은각사 근처이다. 워낙 유명한 로컬 브랜드이기에 가격대는 카페치고 조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근사한 정원 view를 일행들과 나란히 앉아 감상하며 즐기는 카페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주소:64 Nanzenji Kusagawacho, Sakyo Ward, Kyoto, Kyoto Prefecture 606-8437, Japan
영업시간: Mon - Sun | 08:00 - 18:00
가격: ¥¥¥
맛: ★★★☆☆
Comment: 한국인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교토의 명물.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블루보틀은 미국 서부에서 대학 시절 굉장히 좋아했던 커피샵. 교토의 블루보틀은 근사했다. 전통식 가옥과 블루보틀 로고가 정말 감각이 넘친다. 한국 성수동에 들어오는 블루보틀도 교토만큼 한국의 아우라가 넘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주소: 교토 동물원 근처
영업시간: N/A
가격: ¥¥¥
맛: ★★★☆☆
Comment: 점심을 먹지 못한 덕분에 거리 노점에서 끼니를 조그마하게 여러번 해결했는데 교토에서 먹었던 첫 타코야끼라 기록해보았다. 맛은 밀가루 맛이 나지 않아 괜찮았지만, 특별하지도 않았다.
주소: 下る, 京都市中京区 寺町通, 481-3 Nakasujicho, Kyoto Prefecture 604-8047, Japan
영업시간: Mon - Sun | 11:00 - 21:30
가격: ¥¥¥
맛: ★★★★☆
Comment: 많은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얼마 기다리지 않고 먹는다는 소문은 있다. 하지만 맛은 정말 괜찮았다. 실은 다른 텐동집을 방문하려 했으나 휴무인 관계로 임시방편으로 선택한 가게였다. 필자도 일행들도 모두 만족했다. 한국에도 자주 가는 텐동집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일본 유명맛집보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곳),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많이 기다리기는 했지만 텐동과 맥주 한 잔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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