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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dy Saucy May 07. 2017

런던 힙스터 관찰기

Hipster는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까?

요즘 흔히 '힙스터'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우리 젊은 세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힙하다', '힙스터 스타일'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꽤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나에게는 '힙하다'라는 용어가 예전에 많이 쓰이던 말인, '간지 난다'의 대체 용어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에 개인적으로 진행한 '런던 힙스터 관찰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통용되는 힙스터의 뉘앙스과 영국 런던에서 사용하는 힙스터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그럼 힙스터의 정의는 무엇일까?


[요약]1940년대 주류문화로부터 도피하여 흑인 비밥 재즈에 열광하면서 그들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했던 젊은이들 또는 그러한 하위문화를 말한다.

영어로 ‘무엇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이라는 의미의 ‘힙(hip)’과 ‘~하는 사람’이라는 접미사 ‘-스터(-ster)’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 흑인 비밥 재즈가 유행하였고 이에 열광하여 재즈 음악가들의 패션라이프스타일을 모방했던 젊은이들을 힙스터라 불렀다.
1940년대는 전쟁과 인종차별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팽배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기회의 증대는 청년들로 하여금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게 하였으며, 고도화된 산업화와 경제발전은 과도한 경쟁, 무관심과 같은 인간성 상실을 초래하였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소외감과 불안을 느끼며 주류문화에 대한 반항적 행태로서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주류사회의 단조로움, 정치의 무의미성, 진부한 대중문화의 현실을 거부하면서 대마초담배를 피우고 재즈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도피적 태도의 하위문화를 형성하였다.
그들의 우상은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와 같은 비밥의 선구자들이었다. 어두운 테의 안경, 베레모(beret), 핀 스트라이프(pinstripe) 정장은 당시 힙스터들이 수용한 흑인 패션의 특징이다. 이는 1950년대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백인 로큰롤 문화에 의해 대체되었는데, 2000년대에 와서 특정 청년문화를 일컫는 명칭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의 힙스터는 주류문화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1940년대 힙스터와 유사하지만, 공동체 형성보다는 패션과 외양에 크게 집중하면서 엘리트주의적인 생활방식을 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빛바랜 셔츠·뿔테 안경·페도라·덥수룩한 수염 등이 외양적인 특징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친환경주의 취향을 보이며 인디음악·독립영화와 같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오락에 열광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힙스터 [Hipster] (두산백과)


그 당시 수업시간에, 담당 튜터 그리고 다른 전공의 영국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 진행방향에 대한 토론을 하던 중 내가 힙스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남들에 비해 좀 더 트렌디하고, 비주류를 지향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시도하는 사람들.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로 비칠 수 있으며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내 이야기를 듣던 튜터는 미간을 찌푸리며 " 너는 힙스터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대로 리서치를 진행해보면 런던에서 힙스터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수 있을 거라고... 혼란스러웠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힙스터란 말인가? 내 표정이 감출 수 없이 드러났던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국 친구들이 흔히 런던에서 통용되는 힙스터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Youtube Clip, "Being a dickhead's Cool

https://youtu.be/lVmmYMwFj1I


그들은 내게 유튜브 비디오 클립, 'Being a dick head's cool(바보의 쿨하게 사는 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그 비디오가 포괄적으로 영국 사람들이 힙스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잘 표현했다고 말이다. 이 비디오는 일반적으로 소위 '힙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우습게 나타내며 조롱하고 있다. 그들의 특징과 행동들을 묘사해 패러디한 비디오 클립이다. 또한  그 당시는 내가 런던에 대해 잘 모를 때였기에, 힙스터들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들을 알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 덕에 Shoreditch와 Hackney Wick 그리고 Dalston 등의 East London지역이 가장 Hip 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힙스터들 사이에서 Must-visit, 꼭 들려야 하는 카페와 펍, 가게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필자의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맵핑


정보를 얻은 후 나는 힙스터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가서 그들이 자주 가는 카페, 펍, 여러 장소 들을 이 주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서치를 베이스로 하여 장소를 특징별로 정리했다. 첫 번째로 눈에 띄었던 점은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았다. 힙스터 사이에서 유명한 카페나, 레코드샵 등의 간판은 아예 없거나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쓰여있거나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간판이 아예 없는 가게들은 '아는 사람만 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맥락에서, 쿨한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오는 가게라는 인식을 주게끔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카페들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기계를 가게 안에 두고 있었으며 손님들 앞에서 로스팅하는 모습을 노출시켰다. 또한 이런 지역들에서는 자전거가 굉장히 많이 보였는데, 자전거는 힙스터들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아이템으로 보였다. 쇼디치에 있는 'Look mum with no hands'라는 카페는 자전거를 수리하고 판매하는 섹션이 가게 안에 있다. 인테리어도 자전거와 여러 용품들로 꾸며 놓았는데 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러한 가게들은 정리되지 않은 듯 정리되어 있는 인테리어가 공통적으로 보였다. 즉, 의도된 어지러움 속의 질서를 통해 그 공간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를 주며 들어오는 손님들로 하여금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쿨한 가게를 간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이스트 런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환경적 특징이 있다. 바로 그라피티다. 예전에는 사회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나 불량학생들이 낙서를 해놓는 것으로 여겨졌을지 몰라도, 요즘은 그라피티를 예술의 한 장르로 분류한다. 예전에 BBC 라디오 뉴스에서  그라피티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아티스트는 그라피티 아트에 대해 도시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들을 가져다주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들의 기여(?) 덕분에 이스트 런던은 젊음과 힙스터를 상징하는 도시가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낀 점은, 지역의 변화에 세계적인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한 런던의 디자이너의 강연 중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스튜디오는 현재 쇼디치에 있는데, 그가 쇼디치에 스튜디오를 차린 것은 단순히 가격의 이점 때문이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 그가 스튜디오를 차릴 쯤에 쇼디치는 굉장히 위험하고 부동산 가격이 싼 지역쯤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거리엔 부랑자들과 알코올 중독자들이 빈번히 발견되었다고 했다. 배고픈 아티스트들이 하나 둘씩 거점을 쇼디치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그 지역의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어 갔고, 젊은 세대의 유입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확 올라갔다고. 뉴욕의 브루클린과 우리나라의 홍대, 이태원도 굉장히 비슷한 흐름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참 이런 점은 만국 공통이구나 하며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힙스터들은 그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지역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힙스터로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난 달라

재밌는 점은, 누가 봐도 전형적인 힙스터인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힙스터라고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힙스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위의 인터뷰 외에 런던의 많은 사람들에게 힙스터의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을 때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려고 엄청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얻었다. 그런데, 힙스터가 되려는 노력 없이, 그냥 정말 자연스레 우연히 힙스터처럼 옷을 입고 꾸미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묘사할 수 있는 '힙스터'를 대체할 만한 단어는 아직 없다. '패셔블하고 스타일리시 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비슷하게 사용될 수는 있겠으나, 정확하게 그 뉘앙스를 표현하지는 못한다. 왜 힙스터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본인이 힙스터라고 불리는 것을 꺼려할까? 아마도, 이 또한 그들 스스로 '나는 사람들이 멍청하게 생각하는 힙스터들과는 달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듯 런던에서 '힙스터'라는 것 어쩌면 굉장히 모순적이며, 논란이 있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여하튼 이 아이러니한 힙스터의 개념을 이제 이해한다면, 런던 출신의 사람에게는 '힙스터 같아'라는 말을 칭찬으로 하지 마시길. 어쩌면 그들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글: Emma park

A list of Illustrations and a list of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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