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요원 Feb 15. 2023

소개팅용으로 거를 청불영화?
<바빌론> 2023.

제목 어그로 미안합니다만, 위와 같은 짧은 후기를 봤습니다...

참고로 나는 영화를 소개팅용으로 소비하지 않기도 하고,

데이트 목적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것 또한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리뷰가 많은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헌정 같은 작품이며, 과거의 영화가 그리고 앞으로의 영화가 계속되고, 기억되고 동시에 이에 감동할 '미래'를 예측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남녀노소 즐기기에는 상당히 불건전하고 더러운(리터럴리 dirty) 장면도 있으나 개인적으론 단 한 장면도 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사람들은 사실 정해져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단순히 나 '영화 보는거 좋아해~' 보다 영화가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고전 작품이 있어 현대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미칠 영화다. 아닌 사람도 분명 즐기면서 볼 수는 있으나 유머코드에서 조금 공감을 못할 부분이 꽤 있다.


나는 사실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고, 그냥 영화를 무작정 많이 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대학교 시절 교양수업에서 배웠던 작품들이 촤르륵 기억났다.

그때 수많은 영화전공인들 사이에 혼자 앉아서 독강을 들었는데 영화의 개요를 알 수 있는 재밌는 수업이었고

나같이 영화 관련해서 공부 조금 해봤거나 다큐를 본 사람이면 분명 좋아할 작품이다.


마고 로비(넬리 라로이), 브래드 피트(잭 콘래드), 디에고 칼바(매니 토레스), 토비 맥과이어(제임스 맥케이)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나오는 이 작품은 할리우드 1920년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와 할리우드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더 나아가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앞으로 기억될 것인지에 대한 데미언 샤젤 감독의 영화덕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바빌론, 욕망과 쾌락의 도시를 뜻하는 LA의 상징 할리우드를 단편적으로 비추는 단어이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아는'영화계'에 대한 시각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오프닝이 한 30분 된다(길긴 길다). <물랑루즈> 매운맛같은 오프닝 장면에서 넬리 라로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음악과 쾌락, 술과 마약, 섹스와 춤에 미쳐서 날뛰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어? 이거 할리우드 영화 클리셰 아니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짜 이야기는 오프닝이 지나고 넬리 라로이가 기적적으로 캐스팅 되어 세트장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무성영화, 그러니까 소리가 없는 영화.

단지 배우가 입 모양과 얼굴, 몸으로만 연기하면 다이얼로그(자막)이 어떤 장면인지를 설명해주고 관객은 정막속에서 영화를 보고 즐긴다. 시각적인 것이 중요했던 시기라 코스튬 복장을 입은 사극 장르가 흥행하기 쉽기도 했지만 잭은 오히려 이에 대한 권태를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세트장은 뒤에서 누가 욕하고 술에 취해서 난리를 피워도 아무상관이 없는 공간이 된다. 그야말로 전쟁통같은 곳에서 카메라 앞에서만 잘 울고, 춤추고, 키스만 잘하면 흥행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무성영화들의 다이얼로그가 사람이 직접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컷을 잘라낼때 필름에 직접 엑스 표시를 하는 거였다!! 나는 왜 그 다이얼로그 장면이 어떻게 어떻게(?) 타이핑 한 걸로 생각했을까? 소리도 넣지 못한 영화를 만드는 시절이었는데...괜히 흥미롭고 짠했으며... 이때 소비된 필름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진짜 돈 많이 드는 예술이었을거란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인 넬리와 매니가 각자 배우, 제작 쪽에서 천천히 입지를 다지는 배경이 되는 무성영화 제작씬은 다소 엉성해보이나 이런 영화들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존재하고, 이런 영화에 뛰어들기 위해 각자 배우들과 엑스트라, 제작진들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를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유성영화의 시대로 넘어간다.

세계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 나는 이 작품을 인종차별 맥락(백인배우가 흑인연기를 하기 위해 얼굴에 까만 분장을 한다 - 바빌론 영화 후반부에 오마주 됨)에서 좋아하지는 않으나,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있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구현해낸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무성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오디오를 동시에 녹음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굉장히 길게 보여주는데, 그러니까 과도기에 겪은 기술적인 문제,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영화제작에 있는 여러가지 비리), 배우들 자체의 문제(연기)까지 한번에 담아낸다.


한 씬에 테이크를 7번 찍는 걸 보여주는데 보는 내가 덥고 답답했을 정도로 숨막히고 리얼하다. 유성영화에 빠질 수 없는 음악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몇몇 뮤지션들도 빛을 받기 시작하는데 그 중 시드니 팔머도 등장한다. 항상 플랫을 연주해 동료에게 욕을 듣던 트럼펫 세션 중 한명이 갑자기 일약 무비스타로 한순간에 탈환한다. 이 인물이 뜬금없이 스타가 된 것 같지만 다른 주연 배우들과의 공통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넬리는 영화에 출연해본적도 없지만 영화 제작자가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장도 없이 쳐들어와서 자기는 본투비 스타라며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준다. 매니 또한 코끼리 똥이나 뒤집어 쓰면서 일하지만 언젠가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온갖 잔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기회를 노린다. 그러니까 이 셋은 스타가 되는 전형적인 루트를 깨부수고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동안 목소리는 상관이 없었던 무성영화에 비해 목소리나, 볼륨, 연기의 디테일이 중요해지자 개인의 '끼'만으로는 흥행에 성공하는데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넬리는 번 돈을 도박에 탕진하고(아빠를 잘못만나 이상한 사업에 돈도 잃고), 잭은 하는 작품마다 비웃음을 사고, 매니는 어떻게든 넬리를 내세워 다시 스타덤에 복귀 시키려고하지만 쉽지 않다. 영화계를 주무르는 관계자들은 여전히 노땅 고인물들이라 이들의 날뛰는 성격을 좋게 봐주지도 않고 그들을 굳이 다시 영화에 쓸 이유도 없다고 보면서 점점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몸값을 가진 배우 등 중 하나인 잭이 기자 앨리노어와 지난 전성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무성영화 시절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유성영화에 다시 발 맞춰 나갈것인가를 언급하면서 의지를 보여주지만 그것마저 왜곡된 기사로 퍼저나간다. 화가난 잭이 앨리노어를 찾아가 따지는 대목이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명확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앞으로 잭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이 당연히 언젠가는 대중들에게 잊혀지고 반드시 죽을거다. 슬프지만 반드시 그럴거고, 누군가 뒤쳐지라고 절벽으로 내밀어 버린 사람은 없지만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은 100년 후에 언젠가 누군가는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속 스크린에 있는 잭을 볼테고, 그때 비로소 잭이 다시 살아나는 거라고." (기억에 의존하여 실제 대사와 많이 다를 수 있음)

이 장면이 모든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대변한다. 우리는 지난 날의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속에 살아 숨쉬는 배우들을 보면서 감동과 재미, 슬픔과 분노를 느끼기에 관객이 영화로 잊혀진 배우를 만나는 순간 그 배우는 배우로서의 존재의 의미를 다시한다. 왜 영화가 계속되어야하는지도 함께 설명한다.


이 대사를 쓰고 감독은 진짜 좋았겠다. 아마 데이먼이 앞으로 만들 작품에서 언제나 회자될 그런 대사를 만들어버렸다... (완전히... 붕괴됐다...)


이때부터 잭이 영화를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연기를 처음으로 인정해준 친구 조지의 자살과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고 잭의 망한 커리어에만 관심있는 영화 업계 사람들을 보면서 환멸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꼈을거고, 영화를 저급한 예술이라고 까는 연극배우를 아내로 삼았던 시절도 있었고, 전성기 시절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떠나가버리니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약 80여 편의 작품들이 있으니 앨리노어의 말대로라면 언제 죽어도 영화로 살아있을 거기에 앨리노어의 말에 위로를 받으면서 동시에 체념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도 조지와 같은 선택을 하면서 가장 화려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조용히 아무도 없는 호텔방에서 마지막을 고한다.


한편 넬리는 진짜 무서운 킬러들이 있는 도박판에서 빚을 크게 지고 매니에서 도움을 청한다. 돈을 갚기 위해 매니는 주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고 무성영화 시절부터 여전히 세트장에 어슬렁거리는 엑스트라 로리 스코벨(극중이름 까먹음)에게 돈을 빌려 킬러들의 소굴로 들어간다. 가는 길에 매니가 얼마나 나쁜 사람들인데?라고 묻자 로리는 영화업계 사람들이랑 비슷하다고 가볍게 말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영화계가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죽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무성영화 시절 수많은 엑스트라가 실제 무기나 장비에에 맞아서 사망하거나 임금문제로 생계의 어려움도 있었고, 더운 카메라 부스에서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이후 배우들이 스스로 업계를 떠나게 되는 것들을 이 짧은 대사로 축약한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서 토비 맥과이어(제작 총괄을 맡아 우정출연 한 듯)가 킬러들 두목으로 나오는데... 약간 <스파이더면 3>에서 흑화한 모습 보는거 같고... 진짜 무서웠다. 사실 토비가 나오는 장면들이 주인공들의 완전한 하락세를 비유하기위해 아무도 모르는 지하 동굴에서 점점 더 밑으로, 더이상은 보이지 않을것 같은 밑으로 내려가 비인간적인 모습을 하는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 이질감과 무서움 그리고 완전한 몰락을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다.


매니가 킬러 두목에게 준 돈이 영화 소품인걸 들키고 진짜 죽을 위험에 처하자 매니와 넬리는 LA를 뜨려고 하지만 넬리는 갑자기 사라지고 로리는 죽고, 마지막 매니는 본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멕시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면서 간신히 살아남는다. 이때 매니가 무서워서 오줌을 지리는데 갑자기 오프닝에서 코끼리가 똥을 싼 게 갑자기(?)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 안정된 생활을 되찾은 매니가 아내와 딸과 함께 다시 키노스코프 촬영장으로 놀러가게 된다. 매니는 극장에서 그가 지난날 할리우드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을 마주하고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또 다시 영화로 만나게 되며 막을 내린다.

데미언의 이번 엔딩도 진짜 미치도록 매력적이다. 엔딩이 시각적으로도 휘몰아치고 영화의 시작부터 현대 영화가 만들어낸 기술을 빠르게 보여주면서 저스틴 하워츠의 격정적인 재즈음악과 함께 마치 내가 영화의 처음을 목격이라고 한 것 같은 전율을 선사한다. 영상이라고 불릴 수 었었던 <기차의 도착>부터 유성영화의 시작 <재즈싱어>, 영화의 본격적 대중화 <사랑은 비를 타고>, 영화 기술의 센세이션 <터미네이터>, 그리고 바로 영화 기술의 오늘 <아바타>까지. 이 말도 안되는 대기록의 역사를 매니의 시각으로, 그러니까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와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화려하고 격정적인 감동을 밀물듯이 끊임없이 밀어넣어준다.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역사를 잘 모르는 고작 내가..^^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긴하지만, 아무렴 이 영화를 너무나도 즐겁고 기쁘게 보았던 한 관객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영화가 계속해서 살아남아 죽지 않을 미래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스틴 하워츠가 이번에도 재즈를 신명나게 보여주고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라라랜드 멜로디를 석어서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감독은 <라라랜드>에서 보여줬던 교차편집과 스토리를 힘있게 끌고 가는 힘을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없이 보여줬으며, 드라마적 서사를 극대화하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그가 세트장을 보여주는 원테이크 기법과 마지막 매니의 모습에서 영화를 보는 다양한 인종과 나이의 사람들을 천천히 비춰주는 것도 굉장하다. 이번 작품은 마고 로비의 인생작, 그리고 매니 역을 맡은 디에고 칼바의 발견이지 않을까.


앨리노어와 잭의 대화 장면, 매니와 넬리의 '티아모' 장면 그리고 마지막 엔딩장면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 데미언은 마지막에 아바타 장면을 넣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에게 뭐라고 했을까 궁금

+ 디에고 처음 등장했을때, 이렇게 잘생긴 청년 첨보는데? 모를리가 없는데? 했고 이게 그의 데뷔작이었음;;

+ 마고 로비는 이런 미친년 연기를 타고났다. <밤쉘>과 너무 다르다. 그렇다고 할리퀸 같지는 않음

+ 브래드 피트 연기 역시 잘한다. 빵 아저씨 더해줘요

+ 토비 맥과이어가 얼굴에 왜 분칠했는지 알고 싶은데 뇌피셜로는 자기의 권위와 위치 과시가 아닐까...

+ 영화 보는데 한 7명이 도중에 나갔다. 아 술먹고 영화보지 마세요 쫌 제발

+ 옆에 사람은 시드니 팔머가 나중에 작은 무대에서 연주하는거 보고 울더라

+ 제작비에 비해 관객이 안드는 모양인데 많이 봐주세요 여러분

매거진의 이전글 캐리 멀리건의 특별한 복수극 <프라미싱 영 우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