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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양자컴퓨터의 미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이학민

 글로벌 검색엔진 회사 구글은 2021년 5월 개최된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21’에서 오는 2029까지 양자컴퓨터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퀀텀 AI 캠퍼스'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적으로 미 시카고대와 5000만 달러(한화 약 658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구글은 왜 양자컴퓨터 사업에 적극적인가?



양자컴퓨터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컴퓨터와 대비되는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은 컴퓨팅 연산의 최소 단위이다. 기존의 컴퓨터는 0과 1로 표현되는 이진수 기반의 ‘비트(Bit)’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로 구성되어 있다. 큐비트란, 0과 1이 확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어 있다는 양자역학의 ‘양자 중첩’ 개념이 적용된 연산 처리 단위이다.  


이미지 제공 : 미래에셋투자연금센터


 이러한 큐비트는 정보 표현의 효율과 연산 처리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컴퓨터에서 3개의 비트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해당 조건에서는 000,001,010,011,100,101,110,111 이 8가지의 경우 중 한가지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는 양자 중첩을 활용하여 위의 8가지 정보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큐비트의 개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높은 성능을 보인 경우를 ‘양자우위'라고 한다.  실제로 구글이 2019년 10월 개발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연산을 200초만에 풀어내 최초의 양자우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구글의 '시커모어(Sycamore)'/이미지 제공 : 구글 퀀텀 AI

양자컴퓨터의 가치
          

 이렇게 빠른 속도를 가진 양자컴퓨터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면 양자컴퓨터는 일차적으로 자연의 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글 퀀텀 AI의 수석 엔지니어인 에릭 루세로(Erik Lucero)는 “고전적인 컴퓨터를 이용해 자연의 분자를 시뮬레이션하기 어렵다."며 “자연은 양자 역학이다. 양자컴퓨터는 현실의 분자 복잡성을 분석하고, 분자가 어떻게 행동 및 상호작용하는지 시뮬레이션하고, 오류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은 AI뿐만아니라, 복잡한  화학 분자들의 조합을 계산하여 신약을 개발하거나 고성능 배터리 제작, 저탄소 제품 설계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모든 것을 더 빨리 수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컴퓨터는 다른 양자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데 적합하다. 즉, 기존 컴퓨터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양자 시스템의 복잡성과 모호성을 처리할 수 있다. 모델링할 수 있는 양자 시스템의 예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광합성,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초전도성, 복잡한 분자 형성 등이 있다.


• 암호화

 현재 전세계적으로 널리쓰이는 암호 시스템에는 RSA (Rivest-Shamir -Adleman) 알고리즘이 쓰인다. 이러한 방식은 소인수 분해 또는 이산로그와 같은 기본적인 연산이 어려운 특징을 활용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현재 RSA방식으로 고안된 암호체계를 빠르게 해독할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은 암호 해독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양자 방식으로 암호를 만드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된 정보에 대한 비정상적인 접근 시도를 포착하여 실시간으로 암호를 변경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 시스템보다 보안 수준이 훨씬 높다.


• 최적화

 최적화는 주어진 제약 조건 내에서 목적을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을 찾는 프로세스다. 과학 및 산업 분야에서는 제약 조건 내에서 매출, 품질, 비용, 생산 시간과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활용된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최적화 문제를 기존보다 빠르고 쉽게 풀어낼 수 있다. 기존 컴퓨터에서 양자 유도 최적화 알고리즘을 실행해 전에는 불가능했던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류 스케쥴링, 교통 흐름, 비행기 게이트 할당, 패키지 배달, 에너지 스토리지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양자 머신 러닝

기존 컴퓨터를 활용한 머신 러닝은 과학과 비즈니스의 세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머신 러닝 모델을 학습 및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모델 학습을 위한 천문학적인 연산량과 이에 따른 장비, 전기 등의 비용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눈여겨보는 기업 뿐만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관심도 상당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과 학계와 협력하여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의하면, 2018년부터 향후 5년간  양자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미국이 37억 달러(한화 약 5조 3천억원) , 중국이 153억 달러 (한화 약 20조 8천억 원)로 조사되었다.



구글은 무슨 회사인가?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납득이 간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엔진 회사가 아니었던가? 클라우드, 유튜브, SW 등 다양한 서비스까지 발을 뻗친 지금의 구글을 보면, 검색엔진 회사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구글이 Intel 혹은 AMD와 같은 컴퓨팅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구글이 왜이렇게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구글은 무슨 회사인가?” 를 먼저 생각해보자. 필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현재 구글은 광고회사이다.”


 구글의 매출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면 22년을 기준으로 검색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57.8%, 구글 네트워크 광고가 11.6%, 유튜브 광고가 10.4%에 해당한다. 즉,전체 매출의 79.8%(약 2244억 달러)가 광고 매출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머지 20.2%에 해당하는 부문은 구글 클라우드가 9.4% 기타 사업(유튜브 프리미엄, 플레이 스토어, 하드웨어 등)이 10.8%를 차지했다.


2022 구글의 매출 구조 / 이미지 제공 : Insight & Analysis


 물론, 구글은 광고 모델 중에서도 유튜브 등의 채널 다각화 및 수익모델에서 다양성을 갖추고 있으며, 디지털 광고 산업에서 압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제품 혹은 수익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은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의 유연성과 기업 가치의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 것인지 구글은 과거부터 수익 다각화와 비즈니스 확장에 과거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당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예를들면, 2017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3.7% 비중에 그쳤던 구글 클라우드는 2022년 9.4%까지 상승했다 이외에도 구글맵 API판매와 예약 중개, 구글 플레이 수수료, 유튜브 프리미엄 등 수익 채널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구글이, 양자컴퓨터를?


  앞서 말한 수익 다각화의 목적 이외에도 좀 더 구체적으로, 구글이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비즈니스들 중에서 양자컴퓨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검색엔진의 미래” 라는 관점에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2022년 11월, ChatGPT의 등장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완성도 높은 수준의 대화형 AI는 웬만한 질문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정보를 제공해주었고, AI의 가능성을 실감하게 했다.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달성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전파되었다. 구글에게는 조금 더 충격이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사람들이 앞으로 정보 탐색을 할 때, 검색 엔진을 쓰지 않고 AI와 대화하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이라는 냉철한 질문을 던져볼만 하다. 실제로 ChatGPT 출시 후에 구글의 기업 가치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며, Microsoft사의 검색엔진 Bing은 ChatGPT를 등에 업고 글로벌 검색엔진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 주변에서도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구글 검색창에 에러 코드를 입력하는 대신 ChatGPT에게 물어보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AI가 검색엔진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첫번째는 ‘정확도'이다. 확률 기반의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ChatGPT는 그럴듯한 답변을 제공하지만, 실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비용의 문제가 존재한다. ChatGPT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연산을 위한 전기 요금으로만 소요되는 비용은 하루에 한화 약 21억에 달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러한 현존하는 AI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로 지목된다. 연산의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다면 모델 개발 및 고도화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한 후  유지비용을 줄이면서 완성도있는 대화형 AI에 큰 진척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 탐색의 패러다임 변화 / 이미지 제공 : 자체 제작

 위 그림과 같이 역사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기술과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정보 탐색 수단 또한 꾸준히 진화해왔다. 정보 탐색 수단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해서 기존의 방식이 아예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 세대인 도서/출판업계가 아직도 우리 옆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종이 도서/출판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즉, 대화형 AI가 상용화된다고해서 기존의 검색 엔진 시장이 급격히 도태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현재 검색 엔진 시장을 리드하는 구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쉽게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ChatGPT가 보여준 가능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ChatGPT가 보여준 가능성의 한계가 '정확도'와 '유지비용'이라면, 필자는 정보 탐색 수단의 Next 패러다임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에 따른 대화형 AI로의 변화” 라는 가능성에 물음표를 한번 던져본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학습에 필요한 비용 절감 문제를 양자컴퓨터 기술로 해결함과 동시에 정확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구글이 이러한 물음표를 던져본다면, 기존의 검색엔진과 결합하여 가장 적합한 페이지로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기존 검색 엔진상의 정보의 홍수에서 배회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그 기반이 될 막대한 데이터를 지닌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의 바다이자, 자체적으로 ‘바드'라는 언어 모델도 보유중이다. 기존 AI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Key가 양자컴퓨터라면, 구글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과의 시너지도 충분히 발휘 가능하다.


 뿐만아니라, 구글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면 현재의 SaaS 시장에서도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시뮬레이션, 암호화, 최적화 등의 기술적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SaaS와는 비교도 안될 고도화되고, 전문적인 입지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참고자료

[구글 I/O] ‘AI 퀀텀 캠퍼스’ 공개... “10년 내 양자컴퓨터 구축”, 아주경제, 2021.05.19
美日, 中 견제 위해 양자컴퓨터 합작…IBM·구글이 2천억원 지원, 매일경제, 2023.05.18
논란의 구글 양자컴퓨터 칩 드디어 공개…”양자우월성 달성했다", 동아사이언스, 2019.10.23
“양자컴 상용화 열쇠, 구글이 내놨다”, 조선일보, 2023.02.23
김인순, “차원이 다른 컴퓨터가 온다. 양자컴퓨터 전쟁”, 미래에셋증권 매거진, 2023.02.28
김중한, Global Research_Alphabet, 삼성증권 리포트, 2023.04.26
 Alphabet, IBK 투자증권 리포트


연세대 산업공학 이학민

cjylhmlhj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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