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김도담
AI는 어디서 프로세싱이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대형 데이터 센터 및 클라우드 서버에서 연산이 이뤄지는 ‘클라우드 기반의 AI’와 사적 네트워크 내에서만 운영되는 ‘온 프레미스 AI’. 그리고 최종 사용자가 직접 다루는 기기에서 운영되는 ‘온디바이스 AI’이다.
그럼 AI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AI는 무엇일까? 현재 기준으로는, OpenAI의 ChatGPT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AI일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의 AI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딥러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1) 알고리즘 학습을 위한 대량의 데이터와 2) 이 데이터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의 컴퓨팅 능력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기대하는 AI의 기능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데이터의 양과 그 계산을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디바이스만을 이용하거나 좁은 네트워크 내에서는 실현되기 힘들다. 따라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즉 데이터 센터를 매개로 디바이스 내에서 작동하는 AI가 대중들에게 보편적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기반 AI의 효용성이 이렇게 높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디바이스 AI만이 줄 수 있는 효용성은 무엇이 있을까?
온디바이스 AI는 앞서 언급한 전제조건이 더이상 전제조건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고도화된 AI로 분류할 수 있다. 결국 충분한 데이터 수집이 어렵고 컴퓨팅 능력도 부족한 환경에서 사용자가 필요한 AI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이 온디바이스 AI의 목표이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기반의 AI와 비교했을 때 세가지 측면에서 그 효용성을 구체화할 수 있다.
첫번째로, ‘데이터 보안 측면’이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사용자가 특정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사용을 허용하면, 클라우드로 넘어가서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또 그 과정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되거나 저장이 될 수 있다. 그에 비해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의 데이터는 기기 내부에서만 처리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의 걱정이 없다. 따라서 개인 정보 유출에 민감한 서비스 운영을 할 경우 효용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회사 정보의 유출 등의 문제로 업무 활용도가 높은 ChatGPT를 금지하는 회사 내규가 생겨나고 있는데, 회사 내 컴퓨터에 비슷한 기능의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할 수 있는 경우, 회사 내 직원들은 자유롭게 AI를 업무 보조에 이용하여 일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작동 환경’의 차이를 통해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인터넷이 연결되어야만 작동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지만 온디바이스 AI는 오직 디바이스 내에서만 돌아가는 AI이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환경이든 상관없이 항상 AI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 운영을 할 경우 효용이 높다.
마지막으로 ‘응답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네트워크 지연이나 서버부하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클라우드까지 데이터가 넘어갔다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응답 시간이 길다. 그에 비해 온디바이스 AI는 응답시간이 빠르고 네트워크 지연없이 실시간 응답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보의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서비스 운영을 할 경우 그 효용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 내 AI를 탑재할 때 온디바이스 AI가 가장 각광받고 있는데, 운전은 빠른 상황 판단과 결정이 요구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멈춰선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 AI에 대한 수요도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기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내세워 상품 및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AI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품의 고도화된 정도나 질이 높아보이고, 결국 사용자들이 신뢰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플 또한 오래 전부터 AI 기술을 디바이스에 접목해왔지만,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게 AI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특히 온디바이스 AI는 무엇보다 데이터 보안에 최적화된 AI라는 점에서 항상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안에 신경쓰는 애플의 신념을 강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온디바이스 AI에 대해 강조하면 소비자들에게 정보 보안에 대한 신뢰를 사 셀링 포인트로 가져갈 수 있는데 애플은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애플의 팀쿡은 이번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2023(WWDC 2023) 발표에서 ‘AI’를 언급하지 않은 유일한 발표자이자 기업 대표였다. 대신 ‘머신러닝’ ‘트랜스포머’ 등의 단어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AI 기술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이런 애플의 액션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애플은 본인만의 확실한 신념 아래 AI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른 기업들이 AI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AI 사용’을 위한 ‘AI 사용’을 하며 AI 자체에 관한 제품을 만들 때, 애플은 그 본질을 잊지 않고 AI를 지극히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에게 AI란 소비자들이 애플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지,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자체만으로 애플 제품이 셀링되는 ‘주객전도’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애플은 이 기능에 어떤 엄청난 기술이 사용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닌, 어떤 기술이 사용된 이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편리함을 제공할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예시로 애플에서 이번 ios 17에 대해 발표한 ‘온디바이스 ML 기반의 새로운 AI 기능’을 살펴보자면,
▪ 더 나은 자동 수정
▪ 받아쓰기 및 라이브 음성 메일 (Live Voicemail)
▪ 에어팟용 맞춤형 볼륨 기능
▪ 워치 OS의 개선된 스마트 스택
▪ 새로운 저널 앱의 프롬프트 제안 기능
▪ 비전 프로의 화상 통화를 위한 3D 아바타 생성 기능
등이 있을 수 있다.
모두 온디바이스 AI를 바탕으로 실현되는 기능들이지만, 애플은 각각의 기능에 더 초점을 맞춰 설명하기 위해 “뉴렬 엔진의 힘”,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 “발전된 머신 러닝 모델”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다. 모두 훌륭한 기능들이지만, 앞서 살펴본 온디바이스 AI의 세가지 측면의 효용성을 애플이 모두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애플이 현재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이번 WWDC에 따르면, 각 기능들은 확실히 ‘데이터 보안’ 면에서 훌륭하고, 애플 또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애플은 이전부터 데이터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써왔었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도화된 보이스피싱이나, 많이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가 해킹을 당하면서 여러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여러 생성형 AI의 등장에 따라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개인 혹은 기업의 정보를 AI가 이용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게 되면 어떤 파급력이 생기는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생겼다. 이에 따라 ‘역시 보안은 애플’이란 말과 함께 데이터 보안에 대해 별 인지가 없던 대중들 또한 보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찾아보게 되었다.
특히 핸드폰과 같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개인 디바이스는 그 특성상, 사용자의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사용되기 때문에 더욱 정보의 보안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온디바이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해당 기기 이용자들은 본인이 치고 있는 텍스트나 전화 내용, 위치 등의 정보를 기기 내에서만 처리한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동 환경’ 면이나 ‘응답시간’ 측면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아예 해당 측면에서 효용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온디바이스 AI가 직접적으로 활용된 기술들을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특히 자동수정과 같은 경우에는 빠른 응답시간이 사용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AI가 이용된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면 온라인 환경이 필요하다. 자동수정된 텍스트를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 수 없고, 노래를 들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이 연결된 환경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디바이스 AI가 제공할 수 있는 두 측면의 효용성은 꽤 넓은 범위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현재 애플이 제공하는 기능들은 아직 편의성 측면에 멈춰있다.
‘작동 환경’에서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은 어떤 환경에 놓여 있어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을 염두해야 한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필요한 상황이 반드시 생길 만한 기능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빠른 응답 시간’에서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은 빠른 응답을 바탕으로 액션을 취해야만 하는 상황을 염두해야 한다.
따라서 온디바이스 AI로 편의성 이상의 효용을 줄 수 있도록 발전시킬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포텐셜이 높은 기능은 ‘응급 상황 신고 및 메뉴얼 제공’이다. 응급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그 상황이 급박한 경우 오프라인 환경이 될 가능성도 높다. 네트워크를 차마 연결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재난 상황일 경우 네트워크가 환경적으로 끊길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응급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상황 판단 및 신고가 필요하다.
현재의 ‘응급 상황 신고 기능’은 충돌 감지나 넘어짐을 감지했을 경우에만 자동으로 긴급 서비스로 연결이 된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는 꽤 여러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향후 응급 상황을 다양하게 설정하여 도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정보 보안’에 철저한 온디바이스 AI의 특성을 살려 이용자의 상황을 항상 판단하고 분석하는 AI를 통해 특정 대화만으로도 응급 상황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던가 상황에 따라 몰래 신고를 해주는 기능도 필요할 수 있다. 가정폭력이나 납치 등 가해자에게 들키지 않고 신고해야 할 경우, 피해자에게 많은 위험부담이 따르는데 기기가 해당 상황을 확신한다면 사용자가 사전에 동의한 선에서 해당 상황을 신고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또한 애플의 응급 서비스 기능은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도 문자나 전화, 위성을 통해 신고는 가능하지만, 해당 상황에 대해 별도의 메뉴얼 제공은 아직 자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네트워크 유무에 상관없이 기기가 판단했을 때 특정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사용자에게 메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확신했다면, 자동으로 메뉴얼을 띄워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 눈 앞에 심정지 환자가 나타났을 때, 자동으로 신고해주고 사용자에게 심폐소생술 메뉴얼을 제공하거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ex.핵폭탄이 터졌을 때) 어디로 가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효용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 개인이 휴대하는 디바이스들은 24시간 내내 사용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사용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대해 케어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기라는 접근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민감한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해당 정보들에 대한 수집 및 분석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면, ‘온디바이스 AI’의 등장으로 문제점이 해소되어 민감한 정보들의 활용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기능들에 대한 발전이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