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5기 이도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2012년 '롤챔스'로 시작하여 현재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리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LCK의 참가팀들은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총 9회의 월드 챔피언(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24년 LCK 서머 시즌에서는 전 경기 평균 분당 시청자 수(AMA) 44.9명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LCK 최고의 스타 페이커 또한 수많은 광고와 방송에서 러브콜을 받으면서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이커의 소속팀인 T1은 지난해 달성한 매출 328억 원을 넘어, 올해는 500억 원 이상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심각한 내실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세계 최정상급 팀인 T1조차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T1은 2023년 매출 328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2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다른 구단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LCK 10개 팀들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지속 가능한 LCK를 위한 공동 입장문'에 따르면 LCK에 참가하는 10개 팀의 누적 적자가 1,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런 적자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기성 스포츠 리그와 LCK의 수익 구조 차이에 있습니다. 기성 스포츠 구단의 주요 수입원은 크게 경기 매출(입장권 수익 + 경기장 수익), 중계권 매출, 상업 매출 (광고 및 스폰서 수익)이 있습니다. 영국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 매출과 중계권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KBO 구단의 경우, 경기 매출과 중계권 매출이 25% 이상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LCK에 참가하는 게임단들의 수익 채널은 제한적입니다. LCK의 경기장은 500석 규모의 '롤파크'로 제한되어 입장권 수익이 미미하며, 중계권료 역시 유튜브, 트위치, 치지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료로 중계되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GenG의 CEO 아놀드 허에 따르면, “대기업의 후원에 따른 연간 마케팅 예산에 의존한다”며 “NBA·축구 리그처럼 대형 미디어 파트너십 없이 단순 스폰서십만으로는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LCK 게임단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밝혔습니다.
E스포츠의 특수한 수익 구조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높 연봉도 구단 재정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LCK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인벤 신연재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2022년 LCK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7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른 e스포츠 리그나 전통 스포츠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아놀드 허는 "LCK 선수의 평균 연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스포츠 분야의 글로벌 스타보다 SNS 팔로워 수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높아진 선수들의 연봉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은 구단들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LCK 구단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리그 차원의 구조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각 구단이 겪고 있는 과도한 연봉 인플레이션과 구단 분담금 문제는 LCK가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3년 시즌 이후 LCK에 균형 지출 제도(SFR)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샐러리캡으로도 불리는 균형 지출 제도는 각 구단의 연봉 총액에 40억 원의 상한선을 두고, 해당 금액을 초과할 경우 일정한 사치세를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구단에서 오래 머무는 프랜차이즈 선수나,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스타 선수는 사치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됩니다.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샐러리캡 제도 도입의 목적은 LCK가 지속 가능하고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각 팀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과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단기간에 LCK팀들의 재정 상태를 개선할 수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각 팀의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일련의 예시로, 중국의 프로리그 LPL의 샐러리캡을 4년 전에 도입하였고, 선수단의 평균 연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한국 선수들의 연봉보다 낮아졌습니다.
또한, 다가오는 2025년부터 LCK는 공정한 기준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는 글로벌 매출 풀(GRP)를 도입합니다. 현재 각 구단들을 LCK로부터 구단 분담금을 배분받고 있습니다. LCK는 리그 매출의 50%를 각 구단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리그 매출 자체가 경제 상황이나 스폰서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아닌, 게임 자체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콘텐츠 수익'에서 일부를 각 구단들에게 분배하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 구단 분담금보다 많은 수익이 보장될 것이라고 합니다. 익명의 LCK 관계자에 따르면 "e스포츠가 게임에 더 결합되어 움직여서 게임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합니다.
LCK 팀 차원의 해결
LCK 팀들 또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출 증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기장과 중계권 수익이 거의 없는 존재하지 않는 e스포츠의 특성 상, 각 LCK 팀들은 새로운 팬 경험 제공하여 코어 팬과 팬 수익을 늘려야 합니다.
LCK의 장점은 큰 규모의 팬덤입니다. LCK의 평균 시청자 수는 약 45만 명으로, 한국 프로야구 리그 KBO의 평균 시청자 수인 약 35만 명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LCK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팬들이 선수들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롤파크’의 수용인원은 고작 500명밖에 되지 않고, 선수들과 만날 수 있는 팬미팅은 인원이 한정되어있습니다. 프로 스포츠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려면, 경기장 직관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KBO의 이례적인 성공 뒤에는 ‘직관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팬들이 직접 참여하며 즐기는 공간인 것입니다. 한국 야구처럼 e스포츠도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팬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롤파크에서 나와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법입니다.
올해 T1이 실시한 “홈그라운드”는 팬 경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티원은 최초로 기존의 롤파크에서 벗어나 정규리그 경기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T1이 직접 경기장을 대관해 홈 경기장으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날에는 LCK 경기 뿐만 아니라 팬들을 위한 특별한 T1 이벤트, 한정 상품도 판매하면서 경기 관람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홈그라운드' 사례처럼, 구단들은 ‘롤파크’ 밖으로 나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확대하여 코어 팬덤을 강화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구단과 선수들에게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각 팀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팬들에게도 다양한 팬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LCK는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스포츠 컨텐츠 중 유일하게 수출이 되는 스포츠입니다. 2024 서머 시즌에는 평균 28.3만 명의 글로벌 시청자들이 LCK를 즐겼습니다. 이 성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과 베트남의 시청자 수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스프링 시즌과 비교했을 때, 중국어 중계는 시청자 수가 34%가 상승했고, 베트남어 중계는 무려 40%나 증가했습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이번 서머 시청 지표를 통해 LCK는 국내 시청자 기반을 탄탄하게 닦았고 해외 팬들로부터도 여전히 사랑받는 리그임을 입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각 구단들은 이 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에서도 코어 팬층을 확보해야합니다. 최근 성공적이었던 해외 팬덤 전략으로 “MLB 서울 시리즈”가 있습니다. 메이져리그 베이스볼(MLB)에서 주관하는 해외 투어의 일환으로, 해외 팬덤을 겨냥해 전세계 각지에서 정규 시즌 경기를 치루는 이벤트입니다. 올해 3월, LA 다져스와 샌디에고 파드리스가 서울 고척돔에서 2경기를 펼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MLB 서울 시리즈”는 양 구단과 팬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고, 쿠팡, 카스, 등 여러 스폰서들에게도 전세계에게 간접적인 브랜드 노출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MLB 서울 시리즈”처럼 LCK의 인기 팀 간의 경기를 베트남과 같은 나라에서 시행한다면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T1과 젠지의 개막전을 하노이에서 열면, 베트남의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베트남을 타겟하는 여러 한국 기업들에게도 스폰서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LCK와 각 프로팀들은 현재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리그와 구단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스포츠는 이제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문화이자 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LCK가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팬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진정한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리그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연세대 언더우드 경제학 이도현
exempligrati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