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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8th BITors

우리 곁을 떠난 벅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연세대 경영학신학회 38기 강민규

2010년 초중반까지 우리 곁에 있던 벅스, 그 흔적을 찾다


벅스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 온라인 음악 시장의 강자로 거론되었다. 유료화 시작 8개월 만에 유료회원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고, 이는 당시 경쟁 플랫폼 대비 수요 확보를 빠르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랬던 벅스는, 2025년 4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1.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벅스는 어쩌다 대중에게서 외면받기 시작했을까.



소유에서 접근으로,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내에서는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 첫 번째는 ‘소유’에서 ‘접근’으로 전환됨에 따라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압도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휴대전화에 담기보다는, 월정액 구독 방식의 접근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편리하게 다가왔다.


그 기저는 기술적 기반, 정책,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총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10년대가 시작하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여전히 3G는 불안정한 스트리밍 품질 문제를 고질적으로 갖고 있었다. 그러나, 4G 및 LTE가 보급되면서, 고품질 음원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가능케 하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었다. 그와 동시에 2018년, 정부의 ‘음원 묶음 다운로드 할인 전면 금지’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다운로드 시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고,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도 경제적이고 광범위한 접근성에 따른 구독 기반 소비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스트리밍의 혁신적인 편리성에 빠져들고 있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노래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고, 파일 저장 부담이 줄어들고, 큐레이션 서비스로 선곡 고민도 줄여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트리밍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담으로,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FLAC (고음질) 음원과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AI/ML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국내 디지털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약진


두 번째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내에 구조적인 점유율 변화를 이끌어냈다. 유튜브 뮤직은 4500만 명이라는 국내 유튜브 MAU를 바탕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결합해 월 1만 4900원이라는 요금제를 제시했다. 공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은 미공개 곡도 음원처럼 들을 수 있는 데다가 국내 음악 스트리밍 요금제가 1만원 내외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1만 490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물론 유튜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2025년 5월 22일 사실상 자진 시정 권유 조치를 받고 조사가 중단되며 논란은 사라졌다.

유튜브프리미엄.png 출처: 유튜브 웹사이트 中 '유튜브 프리미엄' 섹션


스포티파이는 국내 스트리밍 시장 진입 초기부터 2024년 9월까지 인상적인 MAU를 갖지 못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광고를 들으면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하면서 MAU가 2024년 10월에 전월대비 45만 명이 증가하더니, 2025년 5월 359만 명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렇게 글로벌 플랫폼들은 ‘끼워 팔기’ 내지 ‘무료화’ 등 각자의 장점을 통해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쳤고, 효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국내 음원 플랫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2025112116105353806_l-2.JPG 출처: 와이즈앱·리테일



벅스의 흥망성쇠, 그 중에서도 망과 쇠


경쟁 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스트리밍 시장 속에서, 벅스의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벅스는 앞서 언급한 FLAC (무손실 음원)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땐 가격이나 편리성 등 고품질 음원보다 더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벅스의 음질 차별화 시도는 특정 취향층에만 국한된 전략으로, MAU 확보나 점유율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만족스러운 청취 경험의 한 축을 담당하는 큐레이션 측면에서도, 벅스는 타사에 비해 AI/ML 기반 맞춤형 추천에 있어 인상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멜론은 DJ말랑이, 스포티파이는 Discover Weekly, 유튜브 뮤직은 Ask Music 등 고도화된 AI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큐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 연계에 있어서도 벅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은 하나의 생태계이다. 멜론은 카카오와, 지니는 KT와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으나, 벅스는 PAYCO와 생태계를 구성하며, 타사에 비해 강력한 시너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자사는 매출 및 수익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19년 849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521억까지 줄어들었고, 2021년 56억이었던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줄어들더니 2025년 1분기 기준으로만 이미 6억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벅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특이한 점은, 현재 B2B 중심의 사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 하우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0% 투자를 결정하며, 음원 사업에 더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까지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제휴처와 협업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VOD 서비스를 활용한 공연 사업 추진 등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결과, 전체 사업 중 B2B 비중이 56.97%를 차지하고 있고, 그 외의 부분을 B2C가 차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벅스는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의 지속적인 악화를 피하지 못했고, 디지털 음악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시장 지위 약화’와 ‘수익성 압박’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리스크를 겪고 있다.



B2C에서의 희망, 프리미엄화


그럼에도 벅스는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벅스의 장점이 시장 내 기회와 적절하게 연계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B2C에서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멜론의 아성을 쫓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말했던 끼워팔기나 압도적인 AI/ML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의 공격적인 전략과 차별화 전략의 실패 등 벅스 내부적인 경쟁 우위 상실은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1위 사업자의 압도적인 네트워크 효과 및 자본력 때문이기도 하다. 멜론과 같이 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크거나 시장 점유율 1위를 갖는 플랫폼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독점해 사회적 청취의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멜론차트가 소비자들에게 유의미한 지표로 소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 측면 뿐만 아니라, 거대 플랫폼들은 점유율에 따라 음원 유통 협상에서 우위를 갖고, 독점 및 선공개 콘텐츠에 대한 사전 확보도 가능하다. 결국, 점유율이 큰 회사는 더더욱 커지는, 벅스의 입장에선 눈물겨운 그들만의 선순환 구조이다.


하지만 벅스는 국내에서 비교적 일찍부터 FLAC에 투자하고, 고음질 인증 마크를 도입해 음질에 대한 기술적 우위와 노하우를 선점했다. 벅스가 현 시점 가지고 있는 첫 번째 강점이다. 스포티파이도 이제야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 외에도 필수 경쟁 요소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벅스는 이 분야에서 레거시를 가지고 있다. 선점 우위는 분명 존재한다. 벅스는 FLAC 음원 및 ‘Preminum 듣기’ 상품을 2016년에 가장 먼저 도입하기도 했으며, Hi-Res 인증을 받은 음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벅스가 갖고 있는 음질 수준은 국내 탑클래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했듯 일반 대중들은 가격 내지 UI/UX의 편리성을 중시하지만, 음질을 중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소비자층은 여전히 존재하며 프리미엄 구독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다. 총 소비자 수는 적을지 몰라도, 매우 충성도가 높은 고가 소비자들이며, 수백~수천만원 대 스피커나 앰프를 구매할 의향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글로벌 무손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2024년 81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4.1%로 성장해 14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추산은 별도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분명 확실한 성장세와 니즈를 가진 시장이다. 2023년 기준 벅스가 국내 플랫폼 중 평균 지속 사용 기간에 따른 음원 앱 중 523일로 1등을 차지한 것은, 벅스의 장점이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소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무손실시장.png 출처: Business Research Insight (단위: 10억 달러)


벅스는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반적인 스트리밍이 아닌 FLAC/Hi-Res에 특화된 최고가 요금제를 설계해 고급 오디오파일 전용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해야한다. 슈퍼팬들은 월등히 높은 지불 의사를 가지고 있기에, 음질 가치 기반 최고가 요금제를 신설해 객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음질 특화 하이엔드 플랫폼으로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점유율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고객의 ARPU 극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대중적인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비트레이트나 마스터링 정보와 같은 음질 정도 탐색 등 전문성에 특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전면 개편한다면, 니치한 시장에 대해 확실한 수익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음악 매니아층이라는 공통적인 고객 페르소나를 공유하는 하이엔드 기기 제조사들과의 독점적인 연동 및 제휴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다.



B2B에서의 점유율 확대,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자


두 번째 강점, 벅스는 이미 B2C 시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B2B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었고, 단순히 음악 제작을 투자하는 것을 넘어 유통 및 VOD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K-콘텐츠 제작 및 유통 수요 폭발이라는 시장 내 기회와 맞물려 벅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K-POP의 글로벌 성장으로 음원 제작, 유통, 해외 라이브 스트리밍 및 VOD 솔루션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K-POP 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1조 2,377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음반,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해외 공연 등 3개의 영역을 모두 합산한 결과물이다. 뿐만 아니라, K-POP의 글로벌 팬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아티스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고성능 라이브와 VOD 솔루션을 요구한다. 이런 니즈를 만족시키는 엔터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일례로, 아티스트와 전 세계 팬을 연결하는 ‘올인원 디지털 베뉴’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크는 1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K-POP의 글로벌 성장은 ‘음원을 만들어 유통하고, 팬덤에게 라이브로 전달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적, 사업적 B2B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멜론이라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망을 갖고 있고, YG PLUS는 자체 아티스트의 음원 유통을, 네이버는 위버스라는 케이팝 아티스트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K-콘텐츠 유통은 사실 많은 회사들이 하고 있다.

음원유통사업.png 자료 출처: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 써클차트 디지털 Top 400 / 디자인 출처: 머니투데이 최헌정


그러나,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나 YG PLUS의 경우 모두 자체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사 아티스트의 유통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대형 유통사에게 중소형 기획사는 결국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음반 유통 등의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중소 기획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K팝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벅스는 그들에게 음원 제작 투자부터 유통, 국내외 라이브 스트리밍 및 VOD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K-콘텐츠 유통/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역할을 장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벅스는 모기업 NHN의 계열사인 NHN Cloud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 트래픽 처리 기술 및 VOD 호스팅 솔루션을 제공받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자사의 역량과, 중소형 기획사들의 파편화된 음원 유통 니즈를 바탕으로 현재의 음원유통사업의 점유율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마무리하며


벅스는 2020년대 들어 시장 점유율을 잃고 지속적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해왔다. 과거의 아성은 사라진 모습이다. 다만 분명 벅스만의 장점과 시장 내 기회는 존재한다. B2C 서비스의 리포지셔닝과 중소형 기획사 전문 B2B 원스톱 솔루션은 벅스에게 있어, 현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연세대 창의기술경영학과 강민규

forthenew20m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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