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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8th BITors

SAMG엔터테인먼트 - 캐치 티니핑에서, 캐치 디즈니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7기 노재근


삼지에서 SAMG 엔터테인먼트


삼지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아이들이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캐치! 티니핑’을 떠올리면 금세 연결된다. 바로 그 시리즈를 만든 스튜디오가 삼지이며, 지금의 SAMG 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웠다. 프랑스와 남미에서 인기를 모은 ‘레이디버그’의 3D 제작을 시즌 1부터 5까지 담당하며 “삼지가 하면 다르다”는 인식이 팬층에서 자리 잡았다. 시즌 6에 삼지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비교 영상과 품질 논쟁이 온라인을 뒤덮었고, 이후 새 시즌 공개 소식마다 “이번엔 삼지가 참여하나?”라는 질문이 댓글 첫 줄을 채웠다. 스튜디오 이름이 콘텐츠 품질의 기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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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레이디버그’ 제작진 변경 이후 온라인에서 공유된 SAMG–DQ 비교 이미지

지금은 3D 애니메이션이 산업의 표준처럼 여겨지지만, 30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수만 장의 셀을 이어 붙이던 2D 전성기 한가운데에서 1995년 ‘토이 스토리’가 등장했고, 업계는 서서히 “앞으로는 3D”라는 확신으로 기울었다. 삼지는 그 변곡점을 읽고 2000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장이 아직 3D 전환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이었고, 직원 수 한 자릿수의 신생 스튜디오가 국내에서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삼지는 그래서 방향을 달리했다. 국내 경쟁 대신 해외에서 기술력을 먼저 증명하는 전략이었다. 사명 ‘S.A.M.G’의 G세글자는 ‘Global Graphic Group’의 약자다. 출발부터 무대를 해외로 두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전략은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작품 ‘파이어 브리더’ 제작에 참여해 에미상을 수상했고, 프랑스·남미권에서 인기를 얻은 ‘레이디버그’ 시리즈를 담당하며 삼지라는 이름을 글로벌 시장에 확실히 새겼다.


하지만 외주 제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굿즈와 라이선싱의 이익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고, 시즌이 끝나면 매출도 함께 꺼지는 구조였다. 프로젝트 단위 매출에 의존할수록 스튜디오는 늘 다음 일을 찾아야 하고, 기업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지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력을 넘어 IP의 주인이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회사는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IP를 보유한 회사로, 외주 의존에서 벗어나 방송·완구·극장·리테일까지 이어지는 수익 지도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한 것이다. 삼지에서 SAMG 엔터테인먼트로의 변화는 바로 이 전략적 전환에서 출발했다.



티니핑의 탄생 – 애니가 아니라 IP로 기획하다


SAMG는 자체 IP를 확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독자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연령대별로 성공한 작품의 구조를 분석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캐릭터 조건과 서사 공식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기획은 2017년부터 진행됐다. 당시 유아동 시장은 여전히 ‘뽀로로’가 강세였지만, 그 시청 연령은 대체로 2~3세에 집중됐고, 5~6세로 올라가면 흥미가 빠르게 줄어드는 구간이었다. 이 연령대 여아는 변신과 해결 서사가 결합된 ‘마법 소녀물’을 선호했다. SAMG는 여기에 작은 요정 조력자를 붙이고, 포켓몬처럼 ‘찾고, 수집하고, 캐치하는’ 메커니즘을 접목했다. 그렇게 ‘캐치! 티니핑’의 기본 구조가 잡혔다.

[그림 2] ‘캐치! 티니핑’ 초기 캐릭터 공식 이미지

초기 장벽은 뚜렷했다. 업계에는 “여아물은 공주와 요술봉”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고, 많은 유통사는 공주 캐릭터를 전면 배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업을 거절했다. SAMG는 안정보다 확장을 택했다. 한 명의 공주가 세계를 이끄는 대신 여러 요정이 각자의 감정을 대표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감정 하나에 캐릭터 하나를 대응시키면 아이가 기억하기 쉽고, 완구는 자연스럽게 수집 체계를 갖추게 된다. 사랑은 하츄핑, 용기는 아자핑처럼 명확한 대응 관계가 그 예다.


SAMG가 구축한 설계는 단일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프랜차이즈 전략이었다. 김수훈 대표는 “티니핑은 처음부터 철저히 계산된 프랜차이즈”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 한 편은 기획과 제작에만 5년 이상이 걸려 실패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캐릭터 디자인, 완구, 극장판, 글로벌 진출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다. 그래서 SAMG는 티니핑을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처음부터 여러 사업이 맞물리는 IP로 기획했다. 국내에서는 TV 방영을 중심으로 완구·극장판·테마 카페·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장기 동선을 구축했고, 이후 소니픽처스와 계약해 일본 지상파에 진출하며 중국에서는 OTT 중심으로 시장을 넓혔다. 티니핑은 처음부터 수익이 순환되는 구조를 목표로 탄생한 IP였다.



근데 왜 티니핑만 성공했지?


티니핑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중심 캐릭터의 일관성과 확장 가능한 세계관 구조다. SAMG는 이야기의 중심축을 명확하게 설정했다. 포켓몬처럼 주축 캐릭터가 유지되는 방식은 세계관이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고, 디지몬처럼 주인공과 설정이 매번 바뀌면 연속성이 약해진다. SAMG는 이 대비를 참고해 중심을 고정하고, 변화는 주변에서 발생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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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1999년·2000년·2002년 공개된 디지몬 시리즈 공식 포스터 비교 이미지

티니핑의 중심은 로미와 하츄핑이다. 이 두 축은 유지하되 시즌마다 새로운 티니핑을 더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확장했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작은 변주만으로도 다음 시즌을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고, 캐릭터의 수명도 길어진다. 시리즈는 시즌 5까지 이어졌고, 향후 확장도 이미 계획돼 있다.


이 구조는 기획 단계부터 고려된 것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이 고정되지만, 티니핑은 새로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세계관을 전제로 설계됐다. 아이는 한 캐릭터로 진입하고, 이후 수집을 통해 이야기에 더 깊게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쌓인 팬덤은 뮤지컬이나 게임 같은 다음 채널로의 확장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며, IP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 낸다. 결국 티니핑의 세계관은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넘어 지속적인 확장과 팬덤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기반이 됐다.


티니핑의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아이들이 느끼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캐릭터로 풀어낸 방식에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이들은 질투나 부끄러움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감정을 경험하지만, 이를 말로 붙잡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SAMG는 이 빈틈을 감정 기반 캐릭터 구조로 채웠다. 투투핑은 질투, 차나핑은 귀찮음, 부끄핑은 부끄러움처럼 감정 하나에 캐릭터 하나를 대응시키고, 매 화 그 감정을 마주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다. 로미와 티니핑의 고향을 ‘이모션 왕국’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전체를 감정의 지도 위에서 관리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화면 밖에서도 이어진다. 아이는 에피소드를 보며 “아, 이게 질투구나”처럼 감정을 구분하고, 이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한다. 집에서는 상황에 따라 가족을 “화나핑”이나 “질투핑”으로 부르며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하기도 한다. 추상적 감정이 캐릭터로 구체화되면서, 감정은 놀이의 언어로 변하고 일상의 소통 도구가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티니핑을 단순한 ‘악역’으로 고정하지 않는 태도다. 처음에는 빌런처럼 등장하던 캐릭터도 시간이 지나면 사연이 드러나고 갈등이 풀리며 자연스럽게 호감으로 돌아선다. 특정 감정을 ‘나쁜 것’으로 낙인찍는 대신,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다루도록 만든 구성이다. 결국 아이들에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와 스토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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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캐치 티니핑’ 시즌 1 45화 <악동핑의 진실> , 빌런에서 호감으로

티니핑의 세 번째 이유이자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키덜트 타깃 확장이다. 이는 현재 성과를 이끈 주요 요인이자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다. SAMG는 이야기를 아이들만의 영역에 두지 않고, 부모 세대와 MZ 세대까지 포괄하기 위해 가족 단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극장형 콘텐츠로 방향을 넓혔다. 뽀로로 극장판이 타깃 연령대가 조금 높아져도 여전히 ‘아이 중심’ 경험에 머무르는 반면,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나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과 성장이라는 서사를 통해 어른의 마음까지 함께 건드린다. SAMG는 이 방식을 참고해,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영화”라는 지점을 티니핑 확장의 중심으로 삼았다.


TV 방영 애니메이션은 11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갈등과 해소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 SAMG가 극장판 제작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랜드의 연령대를 위로 넓히기 위해서는 더 긴 형식의 서사가 필요했고, 이를 통해 아이뿐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자 했다. ‘사랑의 하츄핑’은 “아이들 때문에 극장을 찾았지만 부모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목표로 제작됐고, 개봉 시점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도 함께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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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2024년 8월 개봉한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포스터와 ‘100만 돌파’ 언론 보도 이미지

이 전략은 흥행으로 입증됐다. 2024년 8월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12년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긴 국산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SNS 반응은 특히 강했다. SAMG 최재원 부대표는 “SNS 바이럴은 천만 영화급으로 터졌다”고 평가했다. 개봉 후에는 “어른이 더 울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3040 부모층까지 팬층이 확장됐다. 극장판은 단순한 부가 콘텐츠가 아니라, 티니핑이 아이들만의 영역을 넘어 가족 단위가 함께 소비하는 공유 콘텐츠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여기서 다시 출발한다.

왜 지금, 어른들은 아이의 캐릭터에 공감하고 있는가?

왜 지금, 이러한 메커니즘이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IP 산업에서 키덜트 확장은 왜 필연적인 과제가 되었는가?



우리 때 피카츄가 있었다면, 지금은 하츄핑


2022년 포켓몬빵 대란을 기억할 것이다. 다 큰 성인들이 ‘띠부띠부실’을 얻기 위해 편의점 오픈런을 하고, 품절된 제품이 정가의 두 배 이상에 되팔렸으며, “포켓몬빵 품절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밈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추억의 캐릭터’였다. 성인의 수집 욕구와 감정적 공감이 소비로 직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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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2022년 포켓몬빵 품절 안내 및 현장 이미지

키덜트 소비는 곧 패밀리 소비로 이어진다. 최재원 부대표는 “2000년대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돼 자녀에게 티니핑을 사준다”며, 캐릭터 소비가 이미 가족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니핑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팬덤으로 끌어들이며 국내에서만 누적 피규어 판매 700만 개를 넘겼다. “1인당 평균 10개씩 보유할 만큼 반복 구매가 일어나고, 강한 수집 본능이 확인된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포켓몬 세대로 자란 부모는 자녀의 콘텐츠를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함께 소비하는 첫 세대다. “우리 때 피카츄가 있었다면, 지금은 하츄핑이지.” 아이의 세계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적 변화 속에서 티니핑은 부모의 향수와 자녀의 취향이 만나는 공유 콘텐츠가 되었다.


이 구조는 완구 매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10만 원이 넘는 티니핑 병원 세트는 특정 캐릭터 피규어를 규정된 위치에 올려야 기능이 작동한다. 시즌마다 자석 위치·규격·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시즌 피규어가 최신 시리즈 장난감과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파산핑”, “등골핑” 같은 농담이 돌지만, 이는 불만이라기보다 몰입과 수집 본능이 결합된 키덜트 소비의 전형적인 패턴에 가깝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장난감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아이가 사달라기 전에 어른이 먼저 산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저출산과 축소되는 내수 시장 – 국내 1위만으로는 지속 불가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영유아 비즈니스가 롱텀 비즈니스인데, 한국의 영유아 IP를 보고 자란 어른들이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 시기가 됐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걸, 이제 회사들이 좀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요. 제작사들도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IP를 키우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내야 되고, IP 확장의 역량들을 좀 더 많이 키워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의 유아·아동 시장은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영유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환경에서, 영유아 기반 IP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IP는 세대 간 순환을 전제로 한다. 어린 시절 특정 IP를 소비한 세대가 부모가 되어 다시 그 IP를 자녀와 함께 소비할 때 비로소 장기 구조가 완성되는데, 이 순환에는 최소 20년 이상이 필요하다. 지금 티니핑을 보는 세대가 부모가 되는 시점 역시 20년 뒤의 일이다.


한국의 인구 전망은 이 순환이 예정된 방식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한국의 영유아 IP를 보고 자란 어른들이 이제 막 등장하는 지금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설계의 ‘기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이 마지막 순환이 시작될 수 있는 시점으로 해석해야 한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기도 전에 시장 기반이 먼저 사라질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 6] 유튜버 Kurzgesagt – In a Nutshell이 공개한 “South Korea Is Over” 영상 썸네일

해외에서도 같은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유튜버 Kurzgesagt – In a Nutshell이 공개한 “South Korea Is Over” 영상은 한국의 극단적 저출산을 전 세계 인구 위기의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2060년경 한국의 인구·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이 심각한 위축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국내 영유아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희미해진다. 시장이 축소되는 환경에서는 점유율이 아니라 시장 기반의 소멸이 더 근본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 최초 소멸 국가’로 지목되기까지 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국내 영유아 IP 1위라는 지위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수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도모하려면 시장의 크기를 넓히는 전략이 필연적이다. 티니핑이 지속성을 가진 IP로 남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전제로 한 접근이 아니라 성장의 무대를 글로벌로 전환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캐치! 티니핑에서 캐치Disney로


SAMG 엔터테인먼트는 일본과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확장의 첫 단계를 이미 밟았다. 일본에서는 로컬 IP의 벽을 넘기 위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케이블에서 지상파까지 진출했고, 티니핑의 ‘수집형 요정’ 구조는 일본 특유의 수집 문화와 정확히 맞물리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중국에서는 TV와 OTT를 동시에 장악하는 전략으로 공개 직후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는 즉각적인 라이선싱 확장으로 이어졌다. 내수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규모의 파이프라인이 이렇게 구축됐다.


그러나 지금의 확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 시장은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고, 영유아 IP 산업의 생존 조건은 결국 시장의 크기다. 티니핑이 한 시대의 인기 캐릭터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의 무대를 넓히는 일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시장 확장을 중심축으로 삼고, 그 내부에서 IP의 생명력과 경험을 확장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시장의 범위가 커져야 한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미디어 채널을 확장하고, 방송·OTT·완구·라이선싱이 함께 움직이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때 IP의 외연이 확보된다. 축소되는 내수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파이가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그 위에서 IP의 시간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이어진다. TV 애니메이션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극장판에서 확인된 키덜트 수요를 성인·청소년을 향한 서사로 확장할 때, 티니핑은 단기 소비재가 아니라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이동한다. 넓어진 시장 안에서 IP의 생애주기가 길어지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IP의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 글로벌 IP는 결국 물리적 공간에서 완성된다. 디즈니랜드가 증명했듯, IP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랜드마크는 브랜드 충성도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리고 가족 단위의 프리미엄 소비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다. 판교와 인천에서 시작된 테마 공간이 해외 주요 도시로 옮겨갈 때, 티니핑 세계관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전환된다.




결국 SAMG 엔터테인먼트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한국 1위라는 타이틀이 아니다. 시장 확장을 중심축으로, 그 내부에서 시간과 경험의 확장이 맞물리는 구조를 구축할 때, 티니핑은 한국을 넘어 ‘제2의 디즈니’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노재근

noh.jaegeu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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