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8기 신정빈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배터리 산업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각광받아왔다. 각종 지표와 기사 자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2023년까지 친환경 정책과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며 EV 배터리 시장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24년 1분기 EV 판매량이 테슬라의 경우 전년 대비 약 8.5%, 현대차의경우 30% 가량 감소하는 등 캐즘으로 인한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완성차 OEM업체들이 휘청이기 시작했고, 자연히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급락 역시 야기되었다. 삼성 SDI 역시 이러한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필수불가결하기에, EV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이 캐즘이라는 기간을 타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으며 삼성 SDI의 상황은 어떠한가? 본 글에서는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삼성 SDI가 중장기적으로 시장 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I. 전기차 캐즘의 실체
2024년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미루기 시작했고,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가 쌓여가며 투자를 축소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업계 전반에 긴축 기조가 확산되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전기차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장 둔화의 배경에는 ‘캐즘’이라는 개념이 있다. 캐즘은 기술 수용의 초기 단계에 속한 얼리어답터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대중 시장 사이의 간극을 말하며, 새로운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고 생태계가 성숙하기 전까지 대중이 수용을 주저하면서 시장 성장이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캐즘은 단순히 판매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완성차·배터리·충전 인프라 등 산업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투자 축소, 공급망 불안, 신뢰 약화 등 부정적 파급을 야기한다.
결국 전기차 캐즘의 근본 원인은 대중 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제적 병목’과 ‘기술적 병목’으로 구조화할 수 있으며, 이 두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확산 속도가 둔화된 것이다.
II. 전기차 캐즘의 오늘
최근 환경 정책 확장과 기술 발전에 따른 완성차 시장 내 전기차 PTR의 증가, 환경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인한 궁극적인 소비자 수요의 증가로 대중 수용성이 완화되는 경향이 보여지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병목 현상의 완화 과정에서 OEM 업체 간 가격 경쟁의 심화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높은 초기 비용’으로 인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던 일부 소비자들의 니즈까지 해소되어 시장을 억누르고 있던 캐즘에 미약한 해소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경제적 병목이 일정 부분 완화되고 있음에도, 기술적 병목은 여전히 전기차 확산의 핵심 제약으로 남아 있다. 남아있는 기술적 병목 현상의 완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및 기술 한계 극복의 필요하다. 경제적 병목 현상의 해소 과정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과 관련한 문제는 일부 해소되었으므로, 앞으로의 시장의 게임체인저는 ‘전기차의 성능과 비용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인 배터리 기술이 될 것이다. 즉, ‘After Chasm’ 속 시장을 견인할 주요 동인은 ‘배터리’가 될 것이며, 신기술에 대한 R&D의 중요성 역시 그만큼 강조될 것이다.
III. 배터리 기술의 이해: 양극재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기술 패러다임 전환 역시 시장을 재편하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완전한 캐즘 극복을 위한 기술 혁신을 논하기 전에, 먼저 기술 혁신의 근간이 되는 EV 배터리의 구조와 기술적 특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EV 배터리는 계층적 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기초적인 단위는 배터리 셀이다. 셀은 기본적인 충전 및 방전 반응이 발생하는 곳으로, 양극재, 음극, 분리막, 전해질의 네 가지 핵심 소재로 구성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양극재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양극을 이루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과 특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데, 현재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양극재를 중심으로 분할되어 있다.
첫째는 NCM으로 불리는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혼합한 양극재를 사용하는 NCM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출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비용이 높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화재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 SDI, LG 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배터리 타입이며,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어왔다.
둘째는 LFP로 불리는 리튬 인산 철 배터리이다. 리튬, 인, 철을 사용한 양극재를 채택하는 LFP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과 긴 수명,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시장 내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낮은 에너지 밀도와 무거운 무게, 겨울철 성능 저하, 낮은 출력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CATL과 BYD 등 중국계 기업들이 LFP 배터리의 생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중형 전기차와 ESS 산업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양극재의 특성 차이는 각종 기술들과 조합되어 다양한 배터리 구조를 만들어내며 다변화되어왔다. 시장에서는 현재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계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성능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며, 추가 공정 도입을 통한 ESS 분야와의 리사이클링 생태계 역시 구축하였다. 이러한 중국계 기업의 행보에 대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요인을 마련하는 것 역시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의 생존 방안을 고려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IV.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차세대 기술로, 기존 NCM 배터리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LFP 배터리의 안정성·수명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핵심 제약요인인 주행거리 불안, 화재 위험, 높은 유지비용 등 기술적·심리적 병목을 동시에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체 전해질 기반의 구조는 열폭주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낮추어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고, 높은 에너지 밀도는 1회 충전 주행거리 개선을 통해 대중 소비자의 실질적 요구를 충족시킨다. 더불어 긴 수명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줄여 총소유비용(TCO)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의 전기차 캐즘을 유발한 요인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비록 상용화를 위해 추가적인 개발과 비용 절감이 필요한 단계이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제공하는 ‘킬러 스펙’은 대중 시장 수용성 제고와 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동시에 이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해당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은 ‘애프터 캐즘’ 시대의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고, 배터리 생태계의 기술 표준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I. 사업 구조와 시장 지위
그렇다면 삼성 SDI는 오늘날 캐즘과 신기술로 인해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선 삼성 SDI 사업보고서에서 언급한 해당 기업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에너지솔루션 사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95%를, 전자재료 사업이 5%를 차지하고 있다. 이때 에너지솔루션은 다시 세 가지 핵심 사업으로 나뉘는데, 첫째는 약 1,930억 달러 규모 시장인 EV 배터리 시장으로, 삼성 SDI는 약 3.3%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고성능 EV부터 대중형 EV에까지 배터리를 납품하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으나, 고객사 수요 둔화와 LFP 배터리로의 전환으로 인한 재고조정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둘째는 약 140억 달러 규모 시장인 ESS 배터리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4.9퍼센트다. 인공지능 개발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향후 연평균 12퍼센트에서 14퍼센트의 시장 성장이 전망되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회 영역이 존재한다. 셋째는 약 650억 달러 규모 시장인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26.8퍼센트로 글로벌 1위 수준을 자랑한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IT 기기, 전동공구 등에 사용되며, IT기기와 웨어러블, 소형모빌리티 등으로 응용처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단가 압박 및 경쟁 심화로 마진 측면에서 문제가 존재한다.
삼성 SDI의 수익 모델은 완성차 OEM 업체나 IT 기기 제조사에게 배터리를 제공하고 대금을 받는 B2B 비즈니스 구조다. 따라서 고객사의 제품 수요가 곧 삼성 SDI의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객사의 시장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기차 캐즘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II. 왜 삼성 SDI는 고전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삼성 SDI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우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이는 외부 환경 요인과 내부 사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먼저 외부 환경 요인을 살펴보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EV 수요 둔화가 주력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직격탄이 되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는 북미 시장 매출 감소로 연결되었고, 각국의 보조금 정책과 관세, 규제의 불안정성은 해외 시장 진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 또한 CATL과 BYD 등 중국계 업체들이 저가 LFP 배터리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었다.
최근 삼성 SDI 차원의 실적 발표 및 방향성 정립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ESS 분야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캐즘으로 인한 수익 축 상실 문제를 일부 해결하였으나, 해당 기업의 본질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EV 배터리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 사업 요인으로는 EV, ESS, 소형 배터리 모두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전 사업부문 실적 둔화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결의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경쟁사 대비 대응 실패다.
III. 경쟁사들은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업계 1위인 CATL은 현재 시장 내 3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에 현지 합작공장을 설립하여 지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 및 규제 정책들이 중국계 기업들의 전진에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보였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낳지는 못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CATL은 LFP 기술 리더십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를 보다 발전시킨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을 상용화하며 기술 다변화 및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ESS 등 배터리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확장까지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시장 내 대표주자 중 하나인 LG 에너지솔루션은 General Motors와 미국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하여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현재 가시화가 진행 중이다. 유럽의 헝가리와 스페인에 공장 투자를 통해 지역 거점을 확보했고, 듀얼파워 아키텍처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며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캐즘 이후 수요 전환에 대비하여 ESS 및 소형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는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쳐왔다.
반면, 삼성 SDI는 북미와 유럽에 JV(Joint Venture) 설립을 추진했으나 그 결과가 아직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며, LFP 전환 및 다형태 셀 대응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업계 선두주자 대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현재는 ESS 분야 강화를 통한 사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SDI는 현재 시장 리더십 확보, 생산 및 공급망 대응, 사업 다변화 측면에서 CATL과 LGES를 포함한 주요 경쟁사들 대비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플레이어들은 꽤나 극단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계 기업인 CATL과 BYD가 각각 36.8%, 1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절반 이상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뒤를 LG 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나, 업계 2위인 BYD와 비교했을 때에도 약 2배 가량의 점유율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이며, 삼성 SDI는 상술한 요인들로 인해 사용량 측면에서 24년 대비 9.1% 추가로 하락한 모습을 보이며 업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 그러나 삼성 SDI가 마냥 어려운 상황에 당면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핵심 강점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 제시에 있다. 상술하였던 시장의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분야의 기술 개발 영역에서 삼성 SDI는 주요 경쟁사 대비 명백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현재 초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I. 단기 전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생존 기반 확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EV 배터리 수요 급감은 삼성 SDI에게 즉각적인 생존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방향성인 ESS 등 기타 배터리 관련 부문들에 대한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연적이다.
ESS 배터리 시장은 인공지능 개발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연평균 12-14%의 성장이 전망되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시적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ESS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대체 수익원이 된다. 또한 SDI가 글로벌 1위 수준의 점유율을 보유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부문 역시 웨어러블 기기와 소형 모빌리티 등으로 응용처가 확대되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투자 강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은 단순히 리스크 분산을 넘어 시장 변동성에 대한 헤지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EV 수요가 감소할 때 ESS나 소형 배터리의 수익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 단기적인 시장 충격에도 기업이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캐즘의 해소는 필연적이기에,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통해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아 중장기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단기 전략의 핵심이다.
II. 중장기 전략: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통한 도약
단기 생존 기반을 확보한 이후, 삼성 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선점을 위해 파일럿 스케일 업과 프로토타입 제작 등 현재 진행 중인 개발 단계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2027년 양산 목표는 선점 효과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며, 동시에 주요 완성차(OEM)들과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향후 영향력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 선점은 네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초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벤츠, BMW, 포르쉐 등)을 확보함으로써 핵심 고객을 장기 락인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공급사를 쉽게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공급 계약은 장기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누적 생산 경험이 원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므로, 선점 기업은 2~3년의 학습효과 우위를 확보해 후발주자 대비 낮은 불량률과 원가 구조를 선점할 수 있다.
셋째, 선점 기업의 기술 사양이 사실상의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완성차 설계, 충전 인프라, 공급망 전반에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넷째, 기술 선점을 기반으로 프라이싱 파워를 확보하고 기술 라이선싱 등 추가 수익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며, 전기차 생태계 내 표준·정책 논의에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삼성 SDI의 전고체 배터리 선점은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시장 구조와 규칙을 주도하는 위치로 도약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특히 삼성 SDI의 전고체 배터리 선점 전략은 LFP 기반 대량생산·원가절감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의 효율화 전략이 통하지 않는 고기술 프리미엄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기술장벽이 높아 단기간 추격이 어렵고 시장이 초기 단계라 선점 효과가 크며,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진입과 기술 표준·생태계 구축을 통해 구조적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어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가치 경쟁의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핵심이 있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과 기술 전환이라는 이중 충격으로 구조적 재편이 필요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삼성 SDI는 단기적으로 ESS·소형전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차질 없이 추진해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 에너지 밀도, 수명 측면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핵심 혁신으로, 프리미엄 시장 선점·학습효과 기반 원가 우위·기술 표준 주도권·생태계 영향력 강화 등 전략적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단기 대응과 장기 기술 전략을 조화롭게 수행한다면, 삼성 SDI는 캐즘 이후 전기차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며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신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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