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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8th BITors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로: 화해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7기 공나영



1 뷰티 플랫폼 ‘화해’의 시작


2013년, 한국 뷰티 시장에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이 화장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화해'는 화장품의 전성분과 유해성분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앱으로 출시됐다.

2010년대 초반 화해가 출시되던 당시 화장품 시장은 소비자보다는 브랜드 중심적이었다. 화장품 용기 뒷면의 성분표는 전문 용어로 빼곡히 적혀 있어 일반 소비자가 어떤 성분이 어떤 효과를 내고, 나의 피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해는 이 공백을 메웠다. 흩어져 있는 성분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어려운 화학 용어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또한 개인의 피부 타입과 유사한 이용자들의 실사용 리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성분 추천과 제품 제안 기능을 제공했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던 소비자들에게 성분 데이터베이스와 사용자 리뷰라는 강력한 도구를 쥐어준 것이다. 이렇게 “정보 비대칭 해소”라는 명확한 미션 아래 화해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며, 누적 다운로드 1,300만 건, 960만 건 이상의 리뷰, 38만 개 제품의 성분 정보를 보유한 국내 최대 뷰티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


2 성장하는 매출, 지속되는 적자


화면 캡처 2025-11-25 164816.png <화해글로벌·모먼츠컴퍼니 2024년 재무 현황>

하지만 2025년 현재, 화해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2024년 매출은 8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손실은 28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멈추지 못했다. 더 주목할 점은 2020년부터 지속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 누적 결손금 613억 원이라는 숫자는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암시한다.

화해의 매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화해 단독 기준으로 커머스 매출 27억 원, 상품매출 약 100억 원, 광고 매출 160억 원인 반면, 뷰티 브랜드 비플레인을 운영하는 자회사 모먼츠컴퍼니의 매출은 550억 원으로,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66%가 화장품 제조 자회사에서 발생한다. 정보 플랫폼으로 시작한 화해가 자체 브랜드 판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매출 구조는, 정보 플랫폼으로서의 신뢰도와 사용자 기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것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효율은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고전적 원리는 명확하다.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곳에 중개자가 필요하고, 중개자는 그 비대칭을 해소하며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개자가 자신의 임무를 너무 잘 수행하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시장 내 정보 제공도 자체가 상향 평준화되며,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브랜드들도 스스로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중개자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더 나아가, 다른 플랫폼들이 그 투명해진 정보를 흡수해 자신의 서비스 안에 통합시켜버리면, 독립된 중개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화해는 지금 정확히 이 상황에 놓여 있다. 화해가 만든 소비자 중심 시장에서, 화해 자신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설적 상황을 만든 변화의 동인들을 하나씩 해부해보고자 한다.


3 변화의 동인


3.1 정보 투명성의 확대

10년 전과 지금의 뷰티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도 성분 표시 자체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이었지만, 제품 용기 뒷면에 작은 글씨로 나열된 정도에 그쳤고, 온라인 상세페이지 역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했다. 법적으로는 성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브랜드들이 상세페이지를 "종합 설명서"처럼 적극 활용한다. 핵심 성분, 임상시험 결과, 기관 인증 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구조화해서 보여준다. 단순히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가 능동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정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3.2 제품력의 상향평준화

이러한 정보 투명성의 확대와 함께 제품력도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기본 이상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제품은 이제 ‘괜찮은’ 수준을 넘어섰고, ‘순한 성분’이나 ‘저자극 포뮬러’ 같은 키워드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업계의 최소 기준이자 진입 장벽이 되었다. 브랜드 간 경쟁은 성분 자체의 안전성보다는, 성분의 미세한 배합 비율, 제형의 완성도, 사용감의 디테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제품을 어떻게 스토리텔링하고 포지셔닝하느냐에서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3.3 소비자 관심의 이동: 성분에서 경험으로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질문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지금은 “이 제품이 내 피부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주는가”로 중심이 이동했다. 예를 들면, “나이아신아마이드 5% 함유”라는 정량적 정보보다 “2주 만에 기미가 옅어졌어요”라는 정성적 사용 후기가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소비자들은 성분표를 분석하기보다는, 자신과 유사한 피부 타입을 가진 사용자의 경험담에서 제품의 가치를 판단한다. 검증의 잣대가 성분과 그 성분의 안전함에서 시각적 효능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보가 투명해지고 제품력이 상향평준화된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꼼꼼하고,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제품을 선택하게 됐을까?

흥미롭게도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 전반의 품질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이 정도면 어느 제품을 선택해도 크게 문제없겠지”라는 기본적인 신뢰를 형성하게 됐다. 과거처럼 성분표를 하나하나 대조하고 수십 개의 리뷰를 꼼꼼히 읽으며 제품을 비교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인플루언서의 15초 숏폼, 드라마틱한 비포 애프터, 세련된 패키지 같은 감성적 요소들이 구매 결정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이렇게 충동적이고 감성적으로 이루어진 선택이 의외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험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보 검증 단계를 건너뛰는 소비 패턴을 더욱 강화하고 정당화하게 만든다.


3.4 콘텐츠 소비 방식의 전환: 숏폼의 시대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전환과 맞물려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의 확산은 뷰티 제품을 발견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숏폼 중심의 콘텐츠 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텍스트 기반 리뷰보다 시각적·경험적 설득력이 높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인식하고 구매한다. “보는 순간 느껴지는 확신”이 꼼꼼히 읽고 분석해야 하는 텍스트 정보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화해의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구조는 점점 더 시대와 불일치하게 된다.


3.5 시장 구조의 재편

더불어 시장 환경 자체도 화해에게 불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올리브영의 슈퍼앱화가 대표적이다. 2024년 기준 4.7조 원 매출을 기록한 올리브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완전히 통합하며 큐레이션, 리뷰, 구매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정보 제공과 검증은 더 이상 독립 앱의 고유 기능이 아니라, 리테일·소셜·크리에이터 플랫폼들이 내부적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기능 중 하나로 흡수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다이소 뷰티의 영향력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또다른 각도에서 화해를 압박하는데, 접근성이 높고 가성비가 뛰어난 다이소 뷰티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소비자가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는 과정 자체가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 제품의 품질 상향 평준화로 인해 “어차피 실패해도 큰 손해가 아니니 그냥 사본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정보 탐색 플랫폼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4 화해의 시도들과 한계


그렇다고 화해가 이런 변화 속에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도 '성분'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을 일찍이 인지했으며, 단순히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브랜드의 성장을 직접 지원하는 "K뷰티 브랜드 액셀러레이션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2025년 하반기, 이러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실행했으며,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4.1.브랜드 육성형 커머스 강화

화해는 커머스 통합 관리 솔루션(사방넷, 플레이오토)을 연동해 입점 브랜드가 상품 등록부터 재고·배송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신규 브랜드를 위한 수수료 면제와 상위 노출 기획전을 추진하고, 'only화해' 라인업을 통해 리뷰 데이터 기반으로 유망 브랜드를 선별·홍보하며 신진 브랜드의 성장 무대를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급자 측면에서 화해는 브랜드들에게 없어도 큰 문제가 없는 플랫폼이다. 올리브영 입점이 여전히 매출의 핵심이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콘텐츠 마케팅이 더 높은 효율을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화해가 아무리 커머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브랜드 친화적 생태계를 조성해도, 플랫폼 안에서의 거래 규모를 자생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생 브랜드들을 성장시켜준다는 비전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발굴하고 조명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품 생산이나 유통 지분을 갖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의 성장이 화해의 이익으로 직결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4.2 글로벌 시장 진출

2024년 말 영문 글로벌 웹을 시작으로 일본어·중국어 버전을 순차 오픈하며, 2025년 10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50만 명을 돌파했다. 북미 이용자 비중이 57%에 달하고, '#hwahae' 해시태그 조회수는 전년 대비 60배 늘어난 2,900만 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정보 플랫폼으로서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 50만 명은 트래픽의 규모일 뿐 직접적인 수익 구조는 아니다. 해외 이용자들이 화해를 통해 K뷰티 정보를 얻더라도, 실제 구매는 아마존이나 틱톡샵 등 외부 커머스에서 이뤄진다. 화해가 아마존 구매 링크 연동을 발표한 것도, 스스로 정보 경유지 역할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4.3 콘텐츠 생태계 확장

2025년 8월 화해는 인플루언서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인 '뷰티 편집샵'을 출시했다. 인플루언서, 유튜버, 블로거 등 누구나 화해쇼핑의 상품을 큐레이션해 자신의 채널에 소개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플루언서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은 이미 쿠팡 파트너스, 틱톡샵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 등 여러 플랫폼이 운영 중인 구조다. 화해가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화해쇼핑에 입점해있는 브랜드들이라는 카탈로그 뿐인데, 이것만으로 크리에이터들이 화해를 주요 수익 채널로 삼을 이유는 없다. 크리에이터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팔로워 기반이 있는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그곳에서 가장 전환율 높은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4.4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한계

화해의 이런 시도들은 유의미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정보 중심 플랫폼 모델 자체가 뷰티 시장의 작동 방식과 맞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 뷰티 산업은 브랜드와 경험 중심의 시장이다. 소비자는 플랫폼보다 브랜드를 신뢰하며, 실제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은 객관적 정보보다 이미지·콘셉트·감각·경험적 서사다. 올리브영이라는 거대한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화해가 정보 중심에 커머스를 곁들인 플랫폼으로 남아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지금 화해에게 필요한 것은 플랫폼 기능 개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근본적 재설계다.


5 화해가 나아가야 할 방향


5.1 비플레인이 보여준 가능성

여기서, 화해가 이미 잘 키워낸 비플레인의 사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플레인은 화해가 축적한 성분 데이터와 소비자 니즈 분석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저자극 스킨케어 라인으로 시장에서 뚜렷한 호응을 얻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화해의 진짜 경쟁력은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방대한 성분 데이터베이스와 정교한 소비자 인사이트, 그리고 그것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


5.2 New 화해: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 하우스로

따라서 화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히 정보 중개 플랫폼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 위에서 비플레인과 같은 성공 사례를 확장하여 브랜드 하우스로 진화하는 것이다. 38만 개의 화장품 성분 데이터, 960만 건의 리뷰, 그리고 피부 타입별 반응 패턴이라는 방대한 자산은 그 어떤 기업보다 소비자의 피부 반응과 성분 선호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


6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6.1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

그러나 화해가 국내에서 브랜드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올리브영이 이미 국내 뷰티 유통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화해가 자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은 플랫폼으로서의 중립성까지 훼손할 위험이 크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동시에 경쟁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다른 입점 브랜드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올리브영은 우선 정보보다는 커머스 중심의 플랫폼으로 중립성이 요구되지 않는 포지셔닝이지만, 역시 컬러그램, 웨이크메이크 같은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형식상 독립 브랜드로 포지셔닝되며 올리브영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는 플랫폼과 브랜드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6.2 글로벌 시장의 기회

반면 글로벌 시장은 화해에게 전혀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뷰티 시장은 이미 높은 성숙도에 도달해 있으며, 소비자들의 성분 정보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은 화해가 보유한 데이터와 노하우만으로도 충분히 차별화할 여지가 크다. 이들 시장은 성분 중심 뷰티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K-뷰티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화해의 데이터 기반 브랜드 개발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이다.


6.3 올리브영의 선례

화면 캡처 2025-11-25 165153.png CJ올리브영 PB 브랜드 리스트. 이렇게 많은 브랜드가 올리브영 PB였다는 사실은 필자도 정리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

올리브영이 이미 이러한 전략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리테일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해외 진출 시에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2010년대 초반 중국 오프라인 진출과 2018년 미국 진출이 모두 실패로 끝난 후, 올리브영은 플랫폼이 아닌 PB 브랜드를 통한 우회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필리밀리 같은 자체 브랜드를 라쿠텐, 큐텐 재팬,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에 입점시키며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올리브영 PB의 매출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25% 성장했으며, 2023년 일본 진출 시에는 웨이크메이크를 필두로 자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플랫폼보다 브랜드가 더 효과적인 진입 수단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6.4 브랜드 중심 글로벌 전략: 분리와 확장

화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의 전략을 참고하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핵심은 브랜드 사업을 화해 플랫폼과 명확히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브랜드가 화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지만 외부적으로는 독립 브랜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비플레인을 포함한 자체 브랜드들을 화해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지 않고, 독립된 브랜드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중립성 논란을 피하면서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화해는 비플레인 외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신규 브랜드를 여러 개 론칭해야 한다. 조선미녀나 스킨천사처럼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특정 지역의 문화적·종교적 가치에 특화된 브랜드 등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동 등에서는 '할랄 뷰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비건 인증과 함께 할랄 인증을 확보한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이 지역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K-뷰티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소비자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전략적 접근이다.


6.5 플랫폼의 재정의: 데이터 창출 통로로서의 역할

그렇다면 화해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국내외에서 플랫폼 자체를 대규모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비효율적이다. 올리브영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국내 시장에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는 어렵고, 해외에서도 아마존이나 틱톡샵 같은 기존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화해 플랫폼은 데이터 창출 통로이자 코어 유저 확보 채널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화해 플랫폼의 진짜 가치는 거래 규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성분 데이터와 소비자 인사이트에 있다. 따라서 화해는 플랫폼 운영에 과도한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정보에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코어 유저층—성분 분석에 관심이 많고, 커뮤니티에 락인되어 있으며, 화해 포인트 같은 인센티브로 플랫폼 내에서 자연스럽게 커머스까지 이용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들이 바로 화해 브랜드 개발의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MAU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데이터의 질과 깊이를 유지할 수 있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 기반만 확보한다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 화해 플랫폼은 더 이상 대규모 트래픽을 통한 광고 수익이나 커머스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브랜드 개발을 위한 인사이트 엔진으로 기능해야 하는 것이다.


6.6 결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결국 화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이렇게 정리된다. 국내 플랫폼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운영하되, 코어 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들을 화해와 분리된 독립 브랜드로 포지셔닝하여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판매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플랫폼과 브랜드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다. 플랫폼은 데이터 창출에 집중하고, 브랜드는 수익 창출에 집중한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글로벌에서는 화해의 데이터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 뷰티 산업이 본질적으로 정보보다는 브랜드와 커머스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화해가 가진 데이터 자산을 브랜드 개발이라는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올리브영이 리테일 플랫폼에서 브랜드 사업자로 진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듯이, 화해 역시 정보 플랫폼에서 데이터 기반 브랜드 하우스로 전환해나간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국제학과 공나영

nyk74@yonsei.ac.kr



[참고 자료]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404000877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331000283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zvU4MPKyHsNMEKh9iM2CVhE4fo0RVtI

https://cosinkorea.com/news/article.html?no=55135

https://dealsite.co.kr/articles/144477

https://platum.kr/archives/266602

https://www.mt.co.kr/future/2025/08/18/2025081809330851988

https://zdnet.co.kr/view/?no=20251030095639

https://platum.kr/archives/274336

https://dito.fashion/Ditorian/?bmode=view&idx=5271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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