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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14. 2024

시간이 너무 많다

라고 느끼고 싶다

매 해가 지날수록 내가 느끼는 시간에 대한 부족함은 엔트로피처럼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말쯤 집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야 너네도 1년이 빨리 지나가는 거처럼 느껴져?” (너네 = 나와 동생)라고 물어본 게 기억에 남는다. 왜냐면 엄마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때마침 내가 스스로 최근 들어 1년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절대적인 시간을 경험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속도가 이 정도 느낌이면 10년 후면 도대체 얼마나 짧아지는 걸까? 오 마이갓이다.

게다가 하고 싶은 건 왜 이렇게 많을까. 시간은 짧아지는데 하고 싶은 건 화수분처럼 늘어나니 1년이 더 짧게 느껴지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년에 뭘 했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새롭게 한 건 없는데,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거나 궁금해하며 보낸 시간이 많긴 했다. 주저하다 보니 막상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나 활동은 시도하지 못하고 염탐만 하다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요점은 최근에 내가 느끼는 시간의 부족함은 꽤 크다는 것이다.

그런 점들은 계획과 목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는데, 예전에는 꼭 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목표를 세웠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걸 놓치거나 미루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목표를 세우게 되는 것 같다. 미묘하게 목적이 다르다.


의사 결정의 기준도 조금 바뀌었다. 예전엔 흥미가 가고 도움 되거나 즐거울 것 같으면 뭐든 시도하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옵션이 있어도 택하지 않거나 일부러 편의를 택하지 않는 선택지를 경험해보려 했다면 지금은 내가 가진 시간과 그 시간 안에서 할 수 있을까와 시간대비 얻는 만족감을 생각해 보고 시도하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허용가능한 수준에서는 그걸 택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찌 됐건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 안에서 내가 만족하려면, 즉 시간의 부족함을 해소하려면 뭘 해야 할까?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분명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은 건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거나 관심이 덜한 것들을 삶에서 덜어내면 되지 않을까? 였는데 생각해 보면 끝도 없는 호기심을 가지는 건 내가 스스로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이긴도 하고 그래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과하게 영역을 넓히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줄여주는 트레이드오프를 더 많이 하면 좋지 않을까?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편의를 주는 앱들이 떠오르는데 나한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앱을 생각해 보면 루티너리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다. (아마도 많은 페이지를 잡아먹을 것 같긴 때문에..) 이건 사실 논외인데 최근 레딧에서 2023년 앱 부문 최고의 발견으로 루티너리가 언급되었는데 내 시간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 감동적이긴 했다. (깨알 자랑)

정확히 이런 케이스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외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밀리의 서재인데 개인적으로 밀리의 서재가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사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 하루라도 기다리고 싶지 않고 그 순간 읽어보고 싶은데 전자책이 있다고 해도 그걸 찾고 구매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 생각보다 원했던 느낌이 아니라 읽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서점이 없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밀리의 서재에 검색을 했는데 책이 보일 때 그 기쁨은 뭐랄까 갖고 싶은 선물을 받은 그런 기분이다.


한 해동안 열어본 책이 60권, 물론 다 읽은 건 아니다

물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으론 시간에 대해 느끼는 부족함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데 그 안에서 아무리 시간을 쪼개고 잘 쓴들 만족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정신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경험하는 시간 자체의 품질일 것이다. 그래서 몰입하는 시간을 좀 더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몰입하기 위한 환경도 환경이고 어떤 것을 몰입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어느 정도 잡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 계획이 전체적인 1년 목표와 맞닿아 있어야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뭘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다 보니 뭘 하지 말아야 할지도 몇 가지 떠오른다.

일단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지름길을 찾고자 알맹이를 빼먹는 일이다. 아무리 읽고 싶은 책이 많아도 내가 직접 책을 읽지 않고 요약본을 본다면 아마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정도야 알 수 있겠지만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걸 떠나서 내용에 서서히 빠져드는 즐거움도 사라지고, 저자와의 정신적 교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몰아보거나 요약으로 봐야 하는 것들이 있긴 하다.

또 하나는 멀티태스킹을 하거나 컨텍스트 스위칭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행동도 주로 마음이 분주할 때나 요행을 바랄 때 나타나는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요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럴 땐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계획했던 것의 시간이 촉박해졌거나 갑작스럽게 할 일이 쌓였을 때 충분한 시간을 고려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므로, 다음엔 충분한 버퍼를 잡겠다고 다짐하고 깔끔하게 포기한다. (라고 쓰면서도 이 부분이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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