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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한 편지 Jul 07. 2024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 자기소개서

출근을 합니다.

구독자들과 친해지고 싶다.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다. 친해지려면 우선 내 소개부터 먼저 해야겠다 싶었다. 일반적인 소개보다는 좀 더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남한테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일종의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 자기소개서 같은 거다.

아래는 세 번째 <아담한 편지>의 전문이다.           


<아담한 편지> 세 번째 편지입니다.     

이번 주에 기다리던 <아담한 편지>의 명함이 나왔습니다. 명함에는 분량상 담을 수 없었던 저의 자기소개를 편지로 해볼까 합니다.  

저도 본업이 있습니다. 출근을 합니다. 30대 직장인이고요,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합니다. 직장인 5년 차지만 아직도 상사에게 하는 구두보고가 어렵습니다. 구두보고 하기 전 동료에게 “본인이 팀장님이다 생각하고 나 업무 보고 하는 거 한 번 들어줘요.”라고 롤플레잉까지 합니다. 

내향적인 직장인들은 거래처와 통화 업무할 때 메모장에 미리 할 말 적어놓고 읽는 거 아시죠? 제가 그렇습니다. 돈 잘 벌고 싶지만 돈 버는 재주가 없습니다.

소소한 행복은 출근 전 맥도날드 해시브라운 사 먹기입니다. 맥모닝을 좋아합니다.


성격은 열등감 투성이입니다. 다른 사람 잘 되는 일에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지 못할 때가 많아 부끄럽습니다. 성격이 급해 걸음이 빠른 편이고, 매사에 야무지지를 못해 덤벙거립니다.

취미는 책 읽는 거, 글 쓰는 거, 카페에서 대화하는 거요. 책을 읽으면 좀 자-알 살아볼 수 있을까 하는 얕은 생각입니다. 세속적인 취미는 온라인 맞고입니다. 맞고 칠 때마다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건 동물, 그중에서도 강아지입니다. 강아지 눈을 보고 있으면 그냥 다 미안해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입니다. (네, 30대이지만 부모님과 같이 삽니다.) 텀블러에 커피 대신 찌개 국물을 넣어서 들고 다니며 먹고 싶다는 상상을 자주 합니다. 실제로 그러진 않았습니다. 소개팅에서 자주 하는 질문은 “김치찌개에 참치 넣으세요, 돼지고기 넣으세요?”입니다. 저는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좋습니다.

소울푸드는 콩국수입니다. 여름은 콩국과 콩국수를 잔뜩 먹을 수 있어 좋은 계절입니다. 

못 먹는 음식은 재첩국과 매운 음식, 비벼진 상태의 빙수입니다. 떠먹는 빙수는 먹을 수 있는데, 비벼서 물이 생긴 빙수는 먹기가 좀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인사이드아웃2>입니다. 눈물을 멈출 수 없다는 파와 어디서 눈물이 나냐는 파가 나뉜다던데, 저는 후자입니다. 어느 장면이 눈물 포인트인지 찾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많이 웃은 적은 <나 혼자 산다>의 배우 구성환 편을 봤을 때입니다. 강아지 꽃분이가 귀엽고, 구성환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많이 웃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남에게 말하기 좀 그런, 진솔한 자기소개서’였습니다. 천천히 더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7월의 첫날입니다. 출근송으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와 아이유의 꿈빛 파티시엘을 추천합니다. 장마엔 장화를 꼭 챙기세요. 

  

2024. 7. 1. 월요일 세 번째 아담한 편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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