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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 Apr 30. 2024

진심으로, 선배가 세상에 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에서 만난 선배A에게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창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지요.

선배는 제 인생에서 문이 닫혔을 때, 다시는 그 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았을 때, 세상이 파도처럼 나를 덮쳐버렸을 때, 조그맣게 열린 다른 쪽 창문 같은 사람이었어요. 은둔하고 있던 저를 밖으로 꺼내 운동시키고, 명상시키고, 밥 먹이고, 책과 꿀 스틱을 선물해 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저희 엄마도 그렇게까지 해주지는 않았어요.     


선배, 선배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가장 약한 사람이에요.

만약 세상이 제게 “네 선배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한마디만 허락될 것이다.”라고 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감사의 표현도 아닐 테고, 앞날을 응원하는 말도 아닐 거예요.     


“선배님, 세상에 지세요, 좀.”

좀 숨고, 도망치고 그러세요.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을 만큼은 미끄러지세요.

선배는 “세상아, 덤벼라” 외쳐야 하는 청춘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고, 전사 2NE1도 아니시면서. 왜 자꾸 인생과 싸우고, 이기고, 지지 않고 버티세요.


진심으로 선배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선배가 세상에 졌으면 좋겠어요.


202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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