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부러운 게 천지인 사람이라 여기저기 마음을 빼앗기고 살았지만 특히 부러웠던 건 '수수한데 예쁜 사람' 이었어요.
눈 코 입이 끝내주게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가 최고인 것도 아니고, 화장이 화려하다거나 걸치고 있는 옷이 근사한 것도 아닌데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너무 예쁜 사람이요.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그런 옷을 대충 걸친 것 같은데도 자꾸 눈길이 가고 뒤돌아서서 한 번 더 생각나는 사람,
확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 번, 두 번 겪다 보면 코 끝에 머무는 잔잔한 꽃향기처럼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사람, 있지 않나요?
저는 돋보이기 위해 귀걸이라도 하나 더 하려 했고, 조금 더 화려한 옷을 입으려 했고, 매일 아침 고데기로 웨이브를 탱글탱글 말곤 했었는데,
그런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어쩐지 제 노력들이 무색해지고 어쩔 땐 무안해지기도 했어요.
청바지에 후드티 하나만 입어도 빛이 나는 분위기 미인들.
그때는 참 묻고 싶었어요. 도대체 당신들을 그렇게 빛나게 하는 게 무엇이냐고.
화장품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가방도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 당신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로 하여금 질투하게 만드냐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녀들을 따라잡기 위해 했어야 하는 노력들은 귀걸이를 더 반짝이는 걸로 구입한다거나, 고운 분홍빛의 립스틱을 찾아 나서는 그런 수고가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 그리고 타인을 향한 배려심을 가지는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치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의 눈동자에 자신의 눈동자를 맞추고 다정하게, 때로는 당당하게 대화를 하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지레 짐작하여 스스로를 낮추지 않는 태도,
비록 녹록지 않은 삶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오는 눈부신 자존감이
언뜻 보면 수수하다 못해 눈에 잘 띄지 않을 그녀들을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을 거라고 뒤늦게 혼자 답을 내려봅니다.
산책하며 듣는 노래가 있어요.
'사람 냄새'라는 노래예요. 아시려나요?
멜로디도 좋고 개리의 랩도, 정인의 목소리도 참 좋지만 전 가사가 제일 좋아요.
이마가 훤히 보이게 뒤로 묶은 머리카락, 걸을 때마다 찰랑찰랑 매끈한 다리를 감싼 바지 끝단 아래로 가벼운 운동화.
모든 게 심플하지만 아름다움이 풍겨와.
또 어딜 가든 예의 바른 행동과 미소와 말투는 내 거친 생각마저 상냥하게 만들어.
돈 보다 자기 삶을 즐기며 살 줄 아는 평범치 않은 아름다운 매력의 소유자.
마치 LP처럼 사람 손을 그리워할 줄 아는 여자.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 몇 줄이에요.
제가 부러워했던 그녀들도 이런 모습이었기에, 제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매력을 풍겼을 거예요. 분명.
심플하고 수수하게 해 다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항상 장착하고 다니고,
그리고 그것들을 뭉게뭉게 키워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심도 만들어냈겠죠.
그녀들에게 최고의 액세서리는, 보이지 않지만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어떤 마음이었을 거라고 믿어요.
'사람 냄새'를 들으며 잠깐 걸은 덕에 한층 마음이 포근해져 돌아왔어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요. 그래서 예뻐져요 우리. 꼭.
좋은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