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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정 Oct 15. 2015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불안할 때,


 무슨 복인지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노골적인 미움을 산 일은 없었으나, 모든 이에게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 스스로를 괴롭히는 날은 많았다.


 나의 어떤 부분이, 무심코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로부터 미움 받을 이유가 되진 않을까 뜬 눈으로 잠을 설치는 밤도 셀 수 없을 만큼 쌓였다.


나를 감싸던 환한 빛이 돌연 어두워지고 내 존재에 대한 회의가 들 때는 어김없이 타인의 마땅찮은 눈빛과 목소리, 호의적이지 않은 몸짓을 마주하고 나서였다.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서 나에대한 상대의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가르는 신호를 읽어내려 했는데, 관계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하면 나는 어찌할바 몰라 결국 마음을 닫고 동굴로 들어가곤했다.


이런 피곤한 성격은 '너는 나를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어',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아 마땅하지'와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의 결과이자 동시에 타인의 사랑으로 존재감을 확인해야만 하는 바닥친 내 자존감의 증거였다.


과도한 자신감과 바닥을 드러내는 자존감의 오묘한 동거는 무척이나 기묘한 것이었다. 


 '모두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순진한 바람이, '모두의 마음에 들어야만 한다'는 민감하고 예민하다못해 신경증적인 강박으로 발전했고, 내 옆에 굳건히 있어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보다 떠나가는 이에 대한 집착이 무럭무럭 커져만 갔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을 바라보고 가자던 나의 결심은, 관계에 있어서는 별의미없는 글자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잘못된 전제에 기초한 판단은 답이없다. 어리석은 판단에 걸맞는 행동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잘못 설정된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자동차와 같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너를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고 애초에 누가 그랬더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던 날, 그 물음에 어쩌면 누가 널 싫어할 수도 있는 거라고, 너무 애쓰지말라던 친구의 말을 겹쳐보았더랬다.


살다보면 좋다가도 싫어지는 인연이 있고, 이유 없이 멀어지는 사람도 있으며 미워하다가도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한 번 받았던 사랑과 신뢰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할만큼 나는 완벽하지 않을뿐 아니라 세상에는 그런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리니 놀랍도록 넓어지는 마음의 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강박이 때때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여유로 옮겨가는 과정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이자 서툴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는 도정이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지만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속편한 '체념'은 배우고있다.


 누군가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소중한 나의 삶을 해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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