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려다 부작용만 낳은 불법 성형수술의 실태, 취재 후기
아마 섬뜩할 것이다. 이건 뭐 중국판 장기매매 사건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 얼굴에 칼을 댔다는 사실을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한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 사실이다.
바로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유령수술’이다. 취재를 하기 전 지인들에게 ‘유령 수술’에 대해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이 “그게 뭐야? 유령이 뭐야? 귀신이야?”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많은 젊은사람들이 외모 개선을 위해 성형수술을 원하고, 또 실제 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령 수술은 지금도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선 유령수술이 무엇이냐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설명하겠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전신마취한 뒤에 환자의 동의 없이 집도의사를 바꿔치기하는 것이 바로 '유령수술(대리수술이라고도 함)'이다.
‘불법 성형수술 백태만상’을 취재하면서 유령 수술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하는 여성들을 만나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더욱 놀라운 것은 강남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병원에서도 불법 성형수술이 버젓이 시행됐다는 사실이었다.
외모 개선을 위해 병원에 들렀는데, 사기를 당했다니 얼마나 억울할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양악수술이 화두가 됐다. 배우들이 얼굴형을 개선하고, 보다 부드러운 인상, 또는 보다 갸름한 얼굴을 갖기 위해 양악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행에 맞춰 양악수술을 하러 갔다가 되려 유령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부작용을 호소한 여성들도 많았다. 한마디로, 얼굴도 모르는 비숙련 의사에 의해, 마취가 된 사이 수술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사연을 들려주겠다. 어릴 적 읽었던 공포책 ‘공포특급’보다도 더 무서운 일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던가.
김지현(가명)씨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광대뼈 수술을 받기 위해 강남의 A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상담실장은 해당 병원 원장이 "뼈 수술 경력이 10년 이상 된 베테랑"이라며 소개했다. 수술 당일 병원 지하실에 있는 수술실에 들어간 김씨는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무서운 지하수술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예뻐지기 위해서는 무서운 수술대에 앉는 것도 감수해야 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김씨와 동행한 보호자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병원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는 것. 과연 왜 안된다고 했을까? 김씨는 수술을 받던 도중 마취가 풀렸다고 한다. 아마 마취량이 조금 적었던 것은 아닐까. 마취가 풀렸던 김씨는 충격적인 장면을 어렴풋이 목격했다고 했다. 바로 한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수술 봉합을 하라고 떠넘기는 상황으로 추정되는 대화를 봤던 것. 이렇게 그녀의 광대뼈는 얼굴도 모르는 의사에 의해 깎여나갔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유진(가명)씨는 한 성형외과 상담실장(의료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상담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에게 철저한 사후관리 및 100만원 이상의 파격적 가격 할인 등과 함께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했다. 해당 원장은 본인이 직접 수술할 것이라고 했으나 원장은 피해자의 얼굴만 그려놓고 수술실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이씨는 "수술 도중 마취가 풀려 눈을 떴는데 원장이 아니라 정체 모를 여자 서너 명이 얼굴을 당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황한 환자가 움직이자 여자들은 "앗, 움직인다!"며 서둘러 이씨를 마취시켰다는 것. 한 시간이면 끝난다던 수술은 여섯 시간 정도 걸렸고 병원은 CCTV 공개를 거부하고 끝까지 부인했다. 환자는 현재 오른쪽 뺨에 흉터가 남아있다.
이렇듯 집도의가 아닌 유령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의외로 많다. 어떤 환자는 병원에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자 “더 예뻐지게 수술을 다시 해줄테니 참아라” 라던가, “합의금을 줄 테니 조용히 있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한 젊은 의사는 병원 경영을 위해서는 비숙련된 젊은 의사들이 고용될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게 베테랑도 하기 어려운 턱 성형수술 등을 숙련도 되지 않은 의사들이 월급을 받으며 고용돼 일을 하다보니, 실수가 많고 의료사고도 잦을 수 있다. 이처럼 무서운 일이 현실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도 이러한 유령수술 집도의가 성형수술을 하다가 사고를 내 환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꽤 있었다. 이는 대리수술 의사의 양심 고백에 의해 드러났다. 이 의사는 병원 원장이 지시해서 대리수술을 시행했다는 자백을 했다.
이러한 문제는 성형수술 병원 뿐 아니라 척추관절병원 등 유명 네트워크 의원 등을 중심으로 '공장'식 성형수술이 횡행하고 있다. 사실 요즘은 10대 청소년 20대 여성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인 10대 청소년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선망하게 되고,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길 원한다. 그렇다보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을 찾게 될 확률도 많다. 병원은 단가가 낮게 박리다매로 환자를 받으려고 하고, 그렇다 보니 숙련이 덜 된 젊은 의사를 고용하거나, 무리하게 많은 환자들을 성형 수술을 시켜 돈을 벌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휴식시간이 없이 환자들 수술에 매달리기 일쑤고, 여러 수술장을 동시에 열어 놓고 정신없이 수술에만 매달리기 일쑤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간호사, 마취과 의사들도 제대로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하더라도 미숙련 인력을 고용하고, 저질 재료로 사용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이렇다 보니, 사고는 결국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유령수술(대리수술)'은 엄연히 불법행위다. 유령수술은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의 전신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을 잃게 한 후, 처음 환자를 진찰하고, 설명 후 동의까지 받고 직접 수술을 하기로 약속했던 의사는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수술도구를 이용해 수술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의 동의가 없는 유령수술을 두고 일부에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연한 사기행각이다.
미국 뉴저지 대법원은 1983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환자의 신체를 칼로 절개하여 손을 집어넣는 행위는 '의료'가 아니라 '사기, 상해, 살인미수'로 기소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당한 수술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증의 유무'보다 '환자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우선이라는 의미다. 즉, 환자의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모든 권리는 환자가 수술을 허락한 의사에게만 있다.
통상적으로 한 개인병원 원장이 하루에 수술할 수 있는 환자 수는 많아야 20~30명이다. 논란이 된 일부 유령수술을 시행하다 적발된 대형병원의 환자 수는 하루 평균 100~200명 안팎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었다. 기자가 만났던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의하면 필러나 보톡스 시술이 아니라면 양악수술과 같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수술의 경우, 수술 당 평균 5~6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루에 200~300명 이상 환자를 받는 병원이라면 불법성형 또는 대리성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유령수술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사의 명의만 빌려 비의료인이 병원을 개설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다. 병원 명의만 해당 의사로 돼 있고, 자금을 대는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는 성형외과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현행 의료법상 금지 대상이다. 이러한 불법 사무장병원은 국내 전체 개원 병원의 10~30%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법적인 규제없이, 의료인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시대가 바뀌었다. 의료인의 윤리와 양심이 가장 중요했던 시대를 지나 어느덧 '돈'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형국이다. '공장식 성형'의 횡행, 유령의사(쉐도우닥터)의 대리수술 사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성형수술 분야가 독특한 것은 상업의 영역과 의료의 영역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확실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성형은 상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의료’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병원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고귀한 가치는 없다.
유령수술을 취재하며, 마음이 씁쓸했다. 양심 있는 의사들, 환자를 위하는 의사들도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몇몇 의사들 때문에 의사 집단들이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요즘 의료계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한 수준이다. 강남의 잘 나가는 유명 병원들은 한해에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오늘도 몇 개씩 문을 닫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병원이 더 이상 양심을 지켜서는 수익을 얻기가 어려운 구조다.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려운 병원도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개원의들이 수도 없이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렇다. 한 동네에만 병원이 수십 곳이다.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들릴까, 일종의 병원 쇼핑을 하기도 한다. 의사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피부과나 성형외과 분야, 소위 돈이 되는 ‘비급여’ 부분에서 돈을 벌어야 겨우 먹고 살만 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사에게 도덕적 잣대만을 들이댈 수도 없는 노릇 아닐까. 의사도 결국 한 집안의 가장일 수도, 아들일 수도 있다. 의사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인간’이니까.
의사가 될 때 하는 선서인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문구다.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는 수많은 참 의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그렇지 못하고 ‘돈벌이’와 ‘불법행위’를 일삼는 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의대생 시절 외쳤던 이 선서를, 처음 만났던 그 환자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유령수술을 피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될까요. 궁금하시죠. 유령수술은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의 도움말을 통해 환자가 꼭 알아야 할 5가지 행동수칙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첫째, 수술할 집도의사 신분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병원 직원에게 집도의사의 성명·전문과목·전문의 여부·의사면허번호를 명함이나 쪽지에 적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수술 당일 보호자와 동행해야 합니다.
병원에 혼자 가기보다는 보호자와 가는 것이 유령수술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후부터 보호자는 수술실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집도의사의 행방을 주시해야 합니다.
셋째, 수술실에서 집도의사 확인 전에는 마취주사를 맞아서는 안 됩니다.
마취로 의식을 잃으면 그 이후부터는 누가 수술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취주사는 집도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오면 그때 맞겠다고 사전에 얘기해야 합니다.
넷째, 수술 후 집도의사로부터 직접 수술 경과를 들어야 합니다.
수술이 끝난 직후 집도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가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하면 집도의사가 직접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를 질문해야 합니다.
다섯째, 진료기록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유령수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간단히 메모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술 후에 진료기록부를 발급 받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