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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앨린 Mar 13. 2017

벌써 5년, MCN을 시작한 지도...

MCN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그 본질에 대하여.

MCN 5년 차에 접어든 2017년을 시작하며, 시간이 너무나 빠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 '이제 겨우 5년 차라니, 그간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라는 마음 또한 동시에 든다. CJ E&M Creator Group 부터, DIA TV 그리고 트레져헌터까지 만 4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싱그럽던 이십 대를 관통하여 서른둘이 되었다. 잠시의 외도(?)는 있었지만 즐거움과 자부심으로 꼬박 몇 년을 이 산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이유들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종종 이 업의 본질이 잊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었다. 어쩌면 다이나믹하게 변주를 하는 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너무 빠른 속도감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렇기에 더욱이, 태생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이유를 불문하고 나 스스로부터 업의 본질을 잃지 않고 더욱 중심을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간의 히스토리와 생각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보려 한다.


나는 종교가 없다.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른둘에 돌아보니, 어쩌면 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누군가가 계획한 꽃길을 걸어온 듯이 좋은 기회들을 만난 시간이었다. 이 사업을 만나게 된 순간이 가장 운명적인 순간 중 하나다.


대중적으로 한국에 MCN이라는 비즈니스가 알려지게 된 것은 2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2013년 봄 처음 MCN이라는 비즈니스를 만나게 되었다. 조금 앞으로 돌아가서 배경을 설명하자면, 청와대에서의 1년 간 인턴 생활을 마치고 학부를 졸업한 나는, 마케터로서 CJ E&M의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고작 1년 차 신입사원이던 시절, 소속 본부에 새로 만들어진 신성장 TF로 배치되어 팀장님을 포함 3명이 3개의 책상을 놓고 시작한 작은 팀이 5년째 진행 중인 현재의 미약한 시작이었다.


신성장 TF는 MCN 사업의 세팅을 위해 만들어진 팀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원인 나까지 포함하여 우리 세 사람은 수개월 간 데스크 리서치와 수많은 미팅, 아이데이션을 통해 신성장 동력이 될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몇 개월 간의 고군분투 끝에 MCN이라는 사업모델을 만나고, 우리는 그로부터 몇 개월 간 동이 틀 때까지의 야근도 불사하며 이 사업을 하기 위한 모든 일을 해냈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구글 본사로부터 승인을 받는 일부터, 내부의 보고체계를 거쳐가며 설득하는 일, 크리에이터라는 존재를 정의하고 찾는 일, 계약서를 만들고 영업을 다니는 일까지.


그 가운데 많은 일들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하는 일인 데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고작 1~2년 차 사원에게 부여하지 않았을 일이었기에, 순탄치 않은 과정도 많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일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이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영혼이 탈탈 털린 적도 있다. 그럼에도 어렵거나 두렵다는 생각보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은 도전의식과 꼭 성공(?)시켜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더 컸는데 그랬던 이유를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할 필요 조차 느끼지 못했다.

어떤 지점이 그렇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었을까?


데스크 리서치를 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북미와 일본의 밀레니얼 세대의 콘텐츠 시청 습관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10대와 그 이하의 new generation이 앞으로 어떠한 시청 습관을 갖게 될지, 얼마나 많은 양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그것이 그들의 당연한 일상이 될지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점차 TV를 보지 않는다는 통계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모바일 시청행태에 발 맞추기 위한 각종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시청자도 플랫폼도 콘텐츠도 갈 곳을 몰라 헤매이는 중이었다.


방송사업이 주요 사업군인 CJ E&M에서도 디지털로, 모바일로 떠나버린 시청자를 찾아오기 위해 디지털 사업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네이버'라는 대형 포털,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옮겨 두었고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은 방송 콘텐츠가 소비되는 하나의 채널로 인식됐다. '유튜브'는 뮤직비디오, 해외 콘텐츠, 지난 방송 클립을 찾아보는 콘텐츠 저장소이자, 2-3차 소비가 이뤄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공간과 같은 개념이었다. 이미 가까운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유튜브만 봐요'라는 통계들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설득해야 하는 대상'에겐 와닿지 않는 개념이었다. (더 정확히는 이러저러한 통계와 숫자들 때문에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실제 마음으로 공감하지는 못 했던 듯 하다.)


그런 우리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청 채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이다. 그 무렵 북미와 일본에는 이미 100만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이 여럿 있었다. (반면, 당시 한국의 유튜브 순위 Top List에는 SM, YG, KBS 등의 RMC(Ready Made Content) 채널이 대다수였다.) 북미와 일본의 사례들, 수많은 리서치 자료들을 통해 앞으로의 시장성을 예측하며 (적어도) 우리 팀은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는 자부심과 확신을 갖게 됐다. 그리고 사실상 가장 강력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새 시대의 주인공인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만나면서 부터다.


그 해에, 우리가 만난 1세대 크리에이터들은 게임 채널을 운영하는 양띵님, 대도서관님부터 뷰티 채널을 운영하는 Liah Yoo님, 라뮤끄님, 씬님 그리고 요리/DIY 채널을 운영하는 바나뚜레님,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국남자님, 예능물을 다루는 쿠쿠크루님 등 대부분 현재는 몇십만에서 백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다. 당시 우리가 사업을 개진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아프리카BJ' 또는 'UCC창작자' 정도로 이해했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여느 PD, 작가, 셀럽 못지 않은 고민과 열정을 갖고 새로운 미디어의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시청자도 우리도, 1세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고, 함께 학습하며 함께 성장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세대가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어 낼 생산자가 필요했고, 이러한 콘텐츠 제작자가 지속성을 갖게 할 수익화가 가능한 콘텐츠 소비채널이 필요했다. 유튜브와 크리에이터가 만나 밀레니얼을 위한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었고, TV를 떠난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의 시청자가 되어 보고 싶은 채널을 시청하고 구독하고 댓글을 남겼다. 이 미디어 시장의 촉매제로 등장한 것이 MCN이다. MCN은 대체 뭘까?


'어떤 일 하세요?' 라던가, '트레져헌터는 무슨 사업을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만약 내가 'MCN 사업입니다.' 라고 답을 한다면 아직도 열 중 절반은 'MCN이 뭔가요?' 라고 되묻는다. 조금 더 회사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아, 그러니까 SM이나 YG같은 소속사네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물론, 기존의 업과는 다르게 경계가 무너진 MCN과 크리에이터, 채널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음 글(을 쓸 기회가 된다면ㅠㅠ)에서 좀더 자세히 정리하기로 하고..) 


MCN을 풀어쓰면, Multi Channel Network가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개념은 바로 Channel의 개념으로, Channel은 "디지털 미디어 방송 채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MCN은 수많은 디지털 방송 채널을 가진 디지털 미디어다. 사업의 구조나 방식에 따라, 채널 자체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채널과 특정 기간 동안 파트너십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결국 MCN의 고객은 디지털 미디어의 시청자이며, MCN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다. 사업모델에 따라 각 MCN사들이 갖고 있는 핵심역량과 축적해 가는 자산이 다를 뿐이다.


초창기 MCN 사업을 세팅할 당시만 해도, 새로운 미디어를 탄생시킨 우리의 고객(곧 우리의 시청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그 성공 문법을 알고 있는 것은 감히 크리에이터들 뿐이었다.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며, 실시간으로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흡수하고, 다양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대 콘텐츠 기업인 CJ E&M도, 수십년간 콘텐츠를 만들어 온 KBS도 신인류와 같은 이 시청자들이 무엇에 빠져드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더러, 왜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수백 수천개의 '채널'로 흩어진 시청자들은 각 채널에 아주 높은 충성도를 갖고 창작자와 시청자 간에 강력한 신뢰를 구축해갔다.


초창기에는 시청자의 취향저격 콘텐츠를 문법에 맞춰 동시에 무수히 쏟아내는 수십, 수백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이겨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는 업계의 플레이어를 찾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와글와글 모여든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하나씩 계약하며 모으는 방식으로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것이 MCN의 출발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CJ E&M 에서 'Creator Group'(이후 DIA TV로 브랜드를 개편함)이라는 MCN을 통해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맺고 채널을 영입하게 되면서 크리에이터계의 SM, YG로 대변되는 'Channel Aggregator' 형태의 MCN이 가장 먼저, 빠르게, 주목을 받게 된다. MCN은 무수히 잘게 쪼개진 채널과 시청자를 한데 모아 산업화와 사업화가 가능한 의미있는 단위를 만들고, 미디어업 수익모델의 근본인 광고주들에게 MCN으로 대변되는 촉망받는 새로운 미디어로 눈을 돌리게 했다. 단연 새 시대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들이지만, 새 시대의 팽창을 촉발한 것은 MCN 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Channel Aggregator'의 속성이 강한 MCN 1.0 모델에 대해, 수십, 수백개의 크리에이터 채널을 모으는 데에 집중하는 그저 Agency의 역할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어떤 채널을 영입하느냐'와 그로인해 '어떤 시청자 풀을 확보하느냐'이다. 그냥 인기 있다는, 혹은 재미있다는 채널을 마구잡이로 영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MCN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MCN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의 무게만 늘어난다. 모든 관심사의 모든 연령대에게 사랑을 받는 매체로 영역을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MCN 마다 컨셉에 맞는 채널을 모아 공통점을 가진 의미있는 숫자의 시청자 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MCN은 그 출발과 근본이 미디어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1월 기준으로 트레져헌터는 유튜브에서만 1월 한 달 간 3억 4천 이상의 조회와 15억 분 이상의 시청시간을 만들어냈다. 


잊지 않아야 한다. MCN은 미디어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라는 사실을.


이 당연하고도 간단한 근본에 대해 이야기 하기 까지의 두서없이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사실 이제부터가 본론이라 앞으로가 더 할 얘기가 많다.

그러나 긴 설명에도 여전히 '미디어?!'라는 지점에서 갸우뚱 하는 분들도 많으실테고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되는 업계 분들이 계시다면 여기서 일단락을 짓기엔 오랜 시간 떠들어야 할 지점들도 많을 것이다. 다음 글부터는 MCN 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 치명적인 한계들, MCN에 대한 오해들 등등 하나씩 다루면서, 몇 년 간의 내 수많은 시행착오들도 하나씩 되짚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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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언제 다시 두 번째 글을 시작하게 될까?

역시 정확하게 편성 약속을 지키는 크리에이터들, 대단하다.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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