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elite Mar 08. 2016

AI와 로봇의 미래에 대한 단상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머나먼 미래...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내일부터... (글 적은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상황 등에 대해서는 아래 리플에)... 현재 세계 최고급 바둑기사 이세돌(1983~)과 구글사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 Go는 영어로 '바둑')와의 바둑 대결이 열리면서 화제거리가 양산 되고 있다. 단연 관심은 과연 누가 이길까 문제이고,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의 전승 혹은 그에 가까운 승리를 점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전문 연구자들도 아직은 인간이 더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예상은 대국이 있기 전에 글을 작성하던 당시의 것이었고, 실제 대국 결과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충격적일 정도로 알파고의 압승 -_-;)


• 이세돌 "5:0으로 승리 못할 수도..."

• 국내 AI전문가의 이세돌-알파고 승부예측

• 이세돌이 지더라도 놀라지 말자

'딥소트'에서 '알파고'까지…인류-인공지능 반세기 대결史


이쪽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하면... 하긴 나도 전문분야는 아니다만 -_-; 그래도 좀 나으니까... 혹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고 해도 당장 인공지능이 인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1997년 서양식 장기 체스에서 딥 블루(Deep Blue)라는 IBM사의 컴퓨터가 최초로 인간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1990년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꽃 피었지만, 사실은 그 후 10년 여 동안 인공지능 분야는 눈에 뜨이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비관적인 전망까지 횡횡했다. SF영화에서는 툭하면 2010년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왔어도,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그러다 대략 2010년 되어 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왔고, 이를 토대로 2011년에는 IBM사의 왓슨이라는 자연언어 처리 컴퓨터가 TV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 즈음 구글사나 애플사페이스북 같은 세계 유수의 IT 기업에서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화두로 떠올랐고, 인간이 컴퓨터의 동작 방법을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컴퓨터가 대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인식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올해 2016년에는 "세계 챔피언을 정할 정도로 대중화된 게임" 중에서 가장 지적 난이도가 높다는 바둑에서 구글사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 챔피언에게 도전하기에 이렀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이들 컴퓨터가 모두 해당 분야에 전문화되고 특화된 기계라는 점이다. 딥블루는 체스 게임에 전문화된 기계, 왓슨은 퀴즈쇼에 특화된 기계, 알파고는 이름처럼 바둑에('Go'가 일본어 바둑에서 유래해 영어로 바둑을 의미) 올인한 기계이다. 쉽게 비유하면, 토익 학원에서 토익 점수 따는 법에 특화된 교육을 받고 토익 점수 900점 넘은 사람이 정작 실생활 영어에서는 헤매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딥 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었어도, 왓슨이 TV퀴즈쇼에서 우승했어도, 당장 실생활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설령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더라도, 예를 들어 당장 컴퓨터가 인간에게 바둑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SF영화가 그리는 인공지능의 미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딥 블루의 기술, 왓슨의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알게 모르게 실생활에 서서히 적용되어 왔다. 따라서, 설령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지더라도, 관련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응용 분야가 열린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당장 눈 앞의 대국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SF영화보다 뒤떨어지는 현실을 비관하기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고, 이제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기대할 만큼 충분히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로봇 (Robot)


로봇 역시 SF영화보다 현실이 한참 뒤떨어지는 분야이다. 수십년 전부터 산업용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어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산업용 로봇은 제한된 환경에서 고도로 자동화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 이상으로 인간에게 다가오기는 부족했다. 최근에는 각종 로봇 청소기가 실생활에 쓰이고 있고, 이족보행 로봇이 등장하고, 날아다니는 드론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크게 받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한된 환경에서 유용하고, 인간의 조작이 여전히 많이 필요하며, 산업용이나 연구용이 아닌 실생활에서는 장남감 수준의 가벼운 용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 美해병대는 왜 로봇개를 버렸나?


또 몇달 전만 해도 위와 같은 뉴스기사가 나기도 했다. 미국 해병대에서 전투 지원용 로봇개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쓸만한 것은 소음이 심하고(해병대가 침투 작전하는데 "나 침투한다"고 동네방네 떠들면 되겠냐고 -_-), 소음이 적은 것은 기능이 떨어져 도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2족 보행 로봇이 계단을 얼마나 잘 오르내리는가 관심을 가지고 본 적이 있었다. 계단을 잘 오르내린다면 실생활에서 인간과 같이 지내는 데에 어려움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래 뉴스기사처럼, 실생활형 이족보행 로봇을 대표하는 혼다사아시모(ASIMO)조차 일반 계단도 아니고 제한된 조건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마저 힘겨워했다. 몇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하고, 아시모 타입의 로봇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아직도 제한된 환경에서 유용한 상황이다.


• [화제의 동영상] '아시모'의 대 굴욕


그러면 SF영화의 로봇을 일상 생활에서 보는 것은 머나먼 일일까? 이런 점에서 아래 뉴스기사와 동영상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난 달 그니까 2016년 2월에 나온, 자율 이족보행 로봇이 눈길을 걷는 등 상당히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뉴스기사와 동영상이다. 뉴스기사에도 잠깐 언급되지만, 동영상의 로봇을 제작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사(구글에 인수되어 현재는 구글의 자회사)는 몇년 전에 케이블에 연결된 묵직한 로봇을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제작해서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로봇에 연결된 굵직한 케이블이 감흥의 크기도 묶고 있었는데 -_-; 이번에 공개한 영상에서 로봇은 케이블 없이 완전 자율주행을 하면서, 미끄러운 눈밭에서도 얼추 균형을 잡고 잘 걷는다. 연구용을 넘어 대중화 단계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로봇 역시 비관적 전망을 넘어설 수준인 것은 확실하다.


• 자율보행 로봇…눈길을 거닐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lhMGQgDkY



그들의 미래


이제 이 글의 주제인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5년 후, 10년 후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대략적인 예측은 쉽게 할 수 있으므로, 세세한 예측으로 파고 들다가 엉뚱한 길로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는 작은 요건에도 변동 폭이 커지므로, 세세한 예측이 더욱 어렵다. 그래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도 섣부르게 급진적인 혹은 완고하게 보수적인 예측을 내놓았다가 두고두고 망신거리가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 분야만 해도, 1990년대에는 전문가들조차 대부분 장미빛 미래를 낙관했고, 2000년대에는 전문가들한테도 비관적 전망이 횡횡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자.

    그렇다면 50년 후라면 어떨까? 그 정도 먼 미래라면 세세한 예측은 불가능하고, 작은 요건에 의한 변동의 영향이 줄어들어서, 대략적인 큰 그림의 예측이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50년 후면 목적하는 분야에서 인간 크기 내지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자율주행 로봇에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운동 능력이 탑재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전체적으로는 인간에 비해 부족할 수 있어도, 바둑이나 수영/오지탐사 같이 정해진 분야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앞서는 지능과 운동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육체적/지적 분야의 활동이 아닌 감성적 분야, 예를 들어 예술 분야에서 로봇이 어떤 성과를 보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간의 예술 활동도 신비한 영역이 아니라고 벌써부터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작곡가나 로봇 화가에 열광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러한 개체로서 로봇의 성능에 대한 예측에 더해서, 집단으로서 로봇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첫째로, 로봇의 다양성에 기반한 적응성이다. 인간이 높은 지능과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일반 동물에 비해 매우 뛰어나고 다양한 적응성을 보이지만, 사실 제한이 많다. 바둑 챔피언이 격투기 챔피언이 되는 것이 어렵고, 뛰어난 음악가가 뛰어난 화가가 되기 어렵고, 수영선수가 오지 탐험가가 되기 어렵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로봇도 하나의 로봇이 모든 일을 잘 하도록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각각의 분야에서 잘 하도록 만들기는 인간보다 쉽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을 생산 -_-; 할 수는 없지만, 로봇은 상황에 맞는 기능을 갖는 다양한 종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벌써 퀴즈쑈와 바둑에 특화되어 인간보다 나은 인공지능 기계를 만들고 있지 않나.

    이러다 보면... 하나의 로봇이 전체적으로는 인간보다 모자라더라도, 인간이 관심 가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 자신보다 뛰어난 로봇과 마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쉽게 설명하면, 말동무할 때는 멍청하고 굼떠보이던 로봇이... 바둑에 특화된 로봇일 때는, 격투기 로봇일 때는, 퀴즈쑈 로봇, 수영 로봇, 탐사 로봇일 때는 인간을 압도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 관심 분야에서 이렇게 인간 능력을 압도하는 로봇들이 자리잡는 거다. 결과적으로, 개체로서의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나지 못한 분야가 있더라도, 집단으로서 로봇은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다.


둘째로, 집단으로서 로봇의 더 큰 가능성은 협업에서 나타난다. 인간이 현대와 같은 높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개체의 지능이 다른 동물 개체보다 높았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룬 성과와 자신의 성과를 잘 결합하는 협업 능력 또한 다른 동물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자율성과 자존성이 높아서 협업 능력에 한계가 많고, 협업하면서 하나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에 해당하는 실례는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이들 경험하겠지 -_-; 다른 동물은 자율성과 자존성이 낮긴 하지만, 여러 개체가 하나의 문제 해결에 집중할 지능도 낮다.

    하지만 로봇이라면? 물론 로봇도 여러 로봇이 하나의 목표에 효율적으로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협업하도록 만들어진다면, 로봇은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협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이런 기계적 협업이 쉽지 않고 제한된 조건에서나 가능하다.

   협업 중 다소 극단적인 상황인 자기 희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간과 로봇을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자존성을 가진 인간은 자기 희생이 필요한 상황에서 결정을 못하거나 결정이 지체되기 일쑤고, 결정을 하더라도 협업보다는 자기 개체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인간 사회에서 인간은 기본적인 존엄성을 가지는데, 개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집단을 위해 희생시킨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 문제가 있다. 하지만, 로봇은 자기 희생도 협업 과정의 하나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으므로, 로봇 협업체에서는 자기 희생 문제 때문에 결정이 지체되지도 않고, 협업 효율을 위해서는 자기 희생도 서슴치 않을 수 있고, 윤리적으로 저촉되지도 않는다.

    그 밖에 로봇 협업체는 인간 협업체에 비해 초고속 유무선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고속으로 투명한 소통이 가능한 등등의 이유 때문에, 인간 협업체에서는 상상에서나 가능하던 완벽한 협업을 로봇 협업체는 쉽게 이룰 수 있다. 참고를 위해, 아래에 세 대의 드론이 협업해서 공을 던지고 받는 작업을 하는 동영상을 올린다. 굉장히 단순한 작업이지만 "같은 작업을 세 사람이 협동해서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 미개해 보이는 드론의 협업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다. 몇십년 후에는 얘네들이 인간 협업체를 보고 미개하다고 할 수도 -_-;;;


https://www.youtube.com/watch?v=hyGJBV1xnJI


  

인류


위에서의 내 예상이 맞지 않더라도, 최소한 1세기 이내 즉 21세기가 끝날 때 쯤이면, 개체로건 집단으로건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운동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생명체(인공지능을 가지도록 인간이 만든 기계와 유기체를 포괄)가 일상화될 것이고, 인류는 그 인공지능 생명체와 어떤 방식으로건 공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생명체가 인간보다 뛰어나다면, 비관적인 미래를 그린 SF영화처럼 인간이 그들의 지배를 받거나 그들의 계획에 따라 멸종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낙관적인 SF영화처럼 서로 협력하면서 공존할 수도 있다.

    인간에게 유리한 점은 거대한 사회 권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영화나 만화 속에 나오는 초월적 능력을 가진 신이나 영웅이 아니다. 아무리 똑똑한 천재 인간도, 아무리 뛰어난 격투기 선수도, 거대한 인간 사회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는 하나의 작은 인간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생명체가 개체로서 인간보다 뛰어나더라도 인간 사회는 그들에게 권력을 작용할 수 있다. 생산 과정 중에 인공지능 생명체가 인간에 이로운 활동을 하도록 품성을 부여하고, 능력도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제한하고, 부여한 품성에서 벗어나게 행동하는 인공지능 생명체를 마치 인간 범죄자처럼 무력화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고전SF작가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1992)가 주창한 로봇 3원칙 같은 규정에 따르도록 인공지능 생명체에 품성을 부여하고 관리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어느 게시판에 내가 위와 같은 의견을 적었더니, 누군가 이런 의견이 소용 없는 분야가 있다고 지적하더군. 바로 군사 분야다. 처음에는 그냥 괜찮은 지적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게 아찔한 지적이더라구.

    군사 분야 인공지능 생명체라면 상대보다 빠르게 상대 인간/인공생명체를 제압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쉬운 말로, 군사용 로봇한테 적군 인간을 해치지 말라고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잖나. 물론, 국제협약 같은 것을 통해 군사 분야 인공지능 생명체도 품성을 제약할 수는 있지만, 지금도 적군에게 승리한다는 명분 아래 국제협약 따위 내팽개치는 경우가 흔한 마당이니 -_-;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군사용 인공지능체의 능력을 절제 없이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군사용 인공지능체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군사력을 자신의 통제에 두고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스카이넷(Skynet)이라는 인공지능이 군사 무기를 장악한 후 인류를 멸망시키려한다는 미래 세계관이 나오는데, 이런 관점에서 상당히 개연성 있다. 다른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Avengers: Age of Ultron, 2015)에서는 울트론이라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장악하려고 시도하지만, 자비스(J.A.R.V.I.S.)라는 또 다른 인공지능이 이를 막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역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설정으로, 군사용 인공지능체의 일탈을 감시하고 막는 또 다른 인공지능체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군사용 인공지능체가 감시 통제용 인공지능체를 해킹해서 무력화시키거나, 감시 통제용 인공지능체마저 회유되어 군사용 인공지능체와 협력하는, 영화와 다른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핵무기도 군사용 인공지능체처럼 인류를 멸종시킬 능력이 있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있고 서로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체는 어느 수준 이상 발전하면 인간의 능력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감시 견제 인공지능체를 잘 설계해서 작동시키는 방법 뿐... 감시 견제 인공지능체마저 무력화된다면 인간에게는 방법이 없다. 영화에서처럼,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 결국 승리한다는 결론을 원했다면, 현실은 영화가 아니라는 말 밖에는...

    

잠깐 정리해 보자. 인류는 앞으로 50~100년 내에 인간보다 지능/운동력/협업력이 뛰어난 인공지능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류는 이런 인공지능 생명체에게 인간과 공존하고 협업하도록 품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 대결 분야에서는 이런 품성에서 벗어나는 인공지능 생명체가 필요하다. 때문에 절제 없는 군사적 대립이 절제 없이 군사용 인공지능체의 능력을 키우다보면, 군사용 인공지능체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발달이 인류에게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 학자나 전문가마다 다양한 전망을 내놓는다. 인공지능 생명체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그 위협은 막연한 곳에서 출발하지 않고, 인류 스스로가 자신을 위협하던 군사적 대립에서 출발하기가 가장 쉽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인공 진화


인간이 지능/운동력/협업력을 지닌 인공 생명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면, 그 자체부터 지구의 생태계가 진화의 새로운 단계, 인공 진화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더해, 인간이 자신보다 뛰어난 인공 생명체에게 지배당하거나 멸종되지 않는다면,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스스로를 인공 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강화된 인조 장기나 감지장치, 계산 장치 등을 인체와 결합시키는 것이다. SF영화 등에서 흔히 나오듯이 강화된 기계 팔 다리를 부착해서 초인적인 힘을 내고, 강화된 인공 눈/귀/코를 부착해 초인적인 감지 능력을 보유하고, 수퍼컴퓨터를 머리에 직접 이식해 키보드 두드릴 필요 없이 생각만 하면 바로 연산/검색 결과를 떠올리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유전자 성형이다. 유전자를 조작해서 더 뛰어난 능력과 적응력과 인공장기 접합력을 갖는 수퍼 휴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 첫번째 인공장기를 부착하는 방법은 현대 진화론의 관점에서 개체 변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진화가 아니고, 유전자가 변이되고 이 변이가 후대까지 유전 되어야 현대 진화론에 의한 진화이다. 그래서 유전자를 바꾸는 두번째 방법이 현대 진화론적 의미의 진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첫번째 방법도 당연시 된다면 넓은 의미의 인공 진화에 포함되지 않느냐, 인공 생명체의 진화는 어떻게 규정하느냐, 생명체를 인공장기로 강화한다면 이것도 인공생명체의 일종이므로 인공진화의 패러다임을 적용해야하지 않느냐 등등의 이야기도 가능은 한데...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 컴퓨터 바이러스는 실제로 매우 원시적인 지구 생물인 바이러스와 대응된다. 현재 컴퓨터 바이러스가 끊임 없이 생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구 생태계가 이미 원시적인 인공 진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도 있다.


첫번째나 두번째 방법 모두 처음에는 윤리적인 거부감이 심하겠지. 하지만, 성형수술이나 약물 강화 시술도 초기에는 거부감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당히 너그러워졌음을 고려하자.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생명체와 일상적으로 마주치면 별 수 있겠나. 유전자 성형과 인공장기 접합을 통해 인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작은 것부터 수용하다가 차츰 수용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여러 세대를 지나다 보면, 언젠가는 인간과 인공생명체의 차이가 없어지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인류가 인공생명체에 의해 멸종되지 않더라도, 결국은 인공생명체와 융합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 단계가 되면 인공진화에 의해 생성된 인공생명체가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할 거다. 그리고 혹시, 지구를 넘어 태양계나 은하계를 정복하기 위해 나설 수도...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상이고, 개인적인 상상을 덧붙이면...  최근 여러 SF영화 등에 나노로봇 협업체가 등장했었지?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생명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경향까지 인공 진화에 더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몇십년 후의 미래도 어려운 인간의 상상력이, 현재와는 차원이 다른 과학과 기술에 의해 형성되는 극소형 인공지능 생명 협업체를 상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그래도 현재 기술에 기반해 상상한다면... 지구 전체가 초고성능 유무선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협업하는 양자컴퓨터 나노 지능로봇으로 뒤덮힌다는 상상 쯤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지구 생태계 전체가 하나의 지적 생명체를 이루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노 로봇의 협업체가 어떻게 하나의 생명체가 되느냐"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예를 들어 인간도 사실은 수 많은 생물(세포)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형성된 협업체라는 사실을 되새기기 바란다.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 생태계와 환경이 거대한 규모로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기도 했지만, 생명의 정의를 지나치게 확장한 면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생명의 정의를 확장하면 길가의 돌맹이도 생명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쎄, 돌맹이한테도 불성(佛性)이 있다고 설파하는 종교 유파도 있긴 있다만... 어째건, 지구 생태계가 인공지능 나노 생명의 협업체로 채워지는 진화의 단계에 이른다면, 진정으로 지구 가이아 이론이 실현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맺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부터, 아직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떨어지지만 우리 인류의 일상생활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예측과 상상을 해보았다. 멀리 나가는 상상까지...


정리하면... 앞으로 몇십년에서 백년 내에 인간이 만든 인공생명체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운동력/적응력/협업력을 보유하게 되고, 이후 세대를 거듭하면서 인류의 미래, 더 멀리는 지구 생태계의 미래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단계인 인공 진화 단계에 들어서며, 결국은 인공지능 생명체가 지구 생태계를 지배하는 단계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 전 단계, 아직 인간 사회가 유지되는 단계에서,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 사회가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는데, 그 단계에 대해서는 굳이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이 단계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단계에서 인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등등, 인간으로서는 관심이 많이 가는 단계이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큰 틀의 변화에서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근데... 단상(斷想)이라며 시작했는데 적고보니 단상이 아닌?!???









글의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기 때문에 본문에 넣으면 난삽해지기 쉬운 보충 설명들을 모아 봤다. 읽지 않고 넘어가도 큰 문제 없음.


왜 구글이나 애플이 자동차 회사도 아니면서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행하고, 바둑에는 무슨 취미가 있어서 세계적인 쇼를 벌이는 것인지 의아해 보일 수도 있겠다. 이런 행보가 물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 회사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에는 하루에도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사용자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온다. 사람이 이를 분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나마 문서 데이터는 기존 방식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어떻게 분류한다 하더라도, 워낙 엄청난 양의 데이터라서 이를 분류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법이 필요하다. 요새 IT업계에서 빅데이터(Big Data)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맥락이며, 인공지능-머신 러닝은 여러 빅데이터 처리 기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으로, 시대가 흐를수록 급격하게 불어나는 사진/영상/음성 데이터는, 분류할 양도 엄청나지만 기존 방식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는 제대로 분류할 수도 없다. 이들 거대 데이터를 제대로 분류-해석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가지는 엄청난 가치를 그대로 사장시키는 셈이라, 거대 IT기업의 미래 가치가 이들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해석해서 활용하느냐에 직결되어 있다. 이들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여 사용자에게 더욱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때문에 거대 IT기업들이 인공지능-머신 러닝에 기반한 인식-분류-해석 기술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더욱 다양한 활용 사례에 대해서는 아래 뉴스기사를 참조...


• 구글이 머신러닝에 주목하는 이유


머신 러닝의 기본 이론들 중에 일부는 정체 상태에서 돌파구가 되었던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미 이전 세대 인공지능 이론에서 다뤄지던 것들이란다. 그럼 왜 이전 세대에는 비관적 전망이 횡횡했다가 지금은 각광 받을까? 당연하지만, 지금은 이전 세대 이론을 실용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

    머신 러닝의 기본 기술 중 여러 종류의 인공 신경망이 있는데, 이전 세대에는 이들에 대해 이론을 확인할 정도를 넘어 실용적인 것을 만들기 힘겨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만큼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세돌을 상대하는 알파고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컴퓨터 클러스터는 현재 기준으로는 그 성능이 순위 500위 내에도 못드는 하급 수퍼컴퓨터이다. 하지만, 10여년 전이면 당대 최고급 수퍼컴퓨터와 맞먹는 성능이다. 결국 10여년 전이라면 당대 최고급 수퍼컴퓨터를 모든 걸 제처두고(당대 최고급 수퍼컴퓨터는 다양한 고급 연구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것임에도) 바둑에서 인간을 이겨보겠다고 1년 가까이 투여한 셈이니, 당시로는 알파고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더라도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

    또한, 오늘날에는 머신 러닝의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역시 충분히 많이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에게 다양한 상황과 형태와 자세를 가지는 고양이를 인식하도록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고양이 사진이 필요한데, 이전 세대에는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고양이 사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키보드 입력 만으로도 감당 못할 만큼 많은 양의 고양이 사진이 쏟아진다. 정말이지 빅데이터의 시대이다. 머신 러닝 기술도 빅데이터 시대에 유리한 쪽으로 발전했다. 덕분에, 벌써 일부 상황에서는 기계의 인식 성공률이 인간을 넘어서기도 한단다.


마지막으로, 왜 로봇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울까? "인간 생활 구역이 무슨 극한 지역도 아닌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거야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생명체 입장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계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사는 실생활 지역이 극한 지역은 아니라도 굉장히 다양한 조건과 다양한 환경이 펼쳐지는 지역이고, 인간처럼 높은 수준의 운동 능력과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많은 사전 지식을 가지고 지능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지역이다. 때문에 낮은 수준의 지능과 운동 능력을 가진 기계가 적응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사실은, 지능과 운동 능력과 사전 지식이 떨어지면 인간 자신조차도 적응하기 힘든 곳이 인간의 실생활 지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횡단 보도를 건너는 일은 도시를 사는 일반인들에게 무척 당연한 쉽게 기본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사실은 어린 아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 지능이나 운동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적절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정상적인 지능과 운동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도시 생활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예를 들어 깡촌에서 막 도시 온 사람)한테도 어려운 일이다. 도시 환경은 횡단보도처럼 정상적인 지능과 운동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사전 지식까지 갖춰야 적응할 수 있는 환경들로 가득하다. 그러니, SF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로봇이 보통 사람처럼 도시 생활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거다.

    부족한 인간이 실생활 지역에서 적응을 못하면 보호하는 것이 윤리적 의무이다. 그런데 기계가 적응을 못하면? 그 자체로 짐이 되는 정도를 넘어, 적응 못한 기계가 사고를 일으키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May It B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