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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 May 21. 2023

전업 작가가 챗GPT를 쓰면서 느낀 점 3가지

- 글로 먹고사는 우리 작가들은 이제 어쩌지?

제주에 다시 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처럼 태풍이 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뉴스에서 슬슬 태풍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서귀포살이 10개월 차, 저는 여전히 바다거북처럼 느릿느릿하게,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챗gpt란 녀석을 써보니, 앞으로는 더더욱, 더더욱! 격렬하게 창작자들을 아무것도 안 하게 만들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나네요.  


요즘 이놈 때문에 여러 예술가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더라고요. 그림도 그려주고, 작곡도 해준다니!


챗gpt3.5 때만 해도 실은 인공지능을 쉽게 봤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작가 영역만큼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겠지 했는데 챗gpt4.0이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빙을 써보고는 크게 놀란 게 사실입니다.


1. 한글로 물어보고 한글로 자연스럽게 답해주며(영어나 중국어로도 교차 가능!) 기본적인 플롯을 짜주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해 줍니다.


2. 목차도 짜주고, 유튜브 대본도 초안을 잡아줍니다.


3. 답변에 실시간 검색 및 출처까지도 밝혀주어서 크로스 체크가 가능하며, 자기가 검색한 것을 압축 및 요약하거나 해설을 달아주기도 합니다.


4. 새빙은 15개의 질문을 할 수 있는데(이후에는 리셋 후 재질문) 15개의 질문의 깊이를 더해나가며 디테일한 설정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5. 영미권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방대한 영미 쪽 자료나 기사, 논문도 써치해줍니다. 제가 미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소재로 웹소설을 쓰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간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료를 다 찾아서 한글로 번역까지 해서 알려주더군요.


6. 웬만한 단행본을 쓰고자 한다면 기본적인 클리셰를 세팅해 줍니다.(자기 계발서를 하루 만에 출간한 출판사도 나왔더군요)


7. 불과 서너 달 만에 업그레이드된 4.0을 써본 제 결론은 딱 '유능한 보조 작가'가 생긴 기분입니다. 좋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자료를 찾는데 들었던 시간을 크게 줄여주고 정리도 해주니 말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느낀 것은, 머지않아 챗gpt가 5.0, 6.0, 7.0만 돼도 웬만한 장르소설이나 대본 이상을 써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관건은 작가나 예술계에서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 관리자(?)들이 기본 스토리는 챗gpt로 짜고, 기존 작가들을 단순히 최종 편집자 정도로만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작가뿐 아니라 모든 작가, 즉 , '짓는 이'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챗gpt는 소위 문학소설이나, 예술가소설도 그럴듯하게 흉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글로 먹고사는 우리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제 나름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첫째. 챗 gpt7.0이 나오기 전에, 4.5/5.0/5.5가 나오기까지는 요 녀석들을 보조작가로 삼아 나만의 IP를 확립하고, 무명이라도 최소한의 브랜드를 확립해야겠다.


둘째. 단순히 양산형, 또는 클리셰 위주의 소설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세계, 혹은 문체를 구현해야겠다.(첫째의 연장 선상에서)


셋째. 좀 더 인간을 들여다보고, 더 사랑하고, 대중을 자유롭게 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단언컨대 챗gpt는 이것을 90프로 이상 흉내 낼 것입니다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심은 100프로가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글쟁이라면 챗gpt에게 밀리겠지만, 한 사람의 작가로 남는다면 비록 적은 수라도 독자들이 나를 기억하고 기다릴 거라 믿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질문해 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인간이 소외되는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그 대답은, 오직 세상에서 우리 작가들만이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인간이 소외되고, 인공지능이 득세할수록... 전지적 작가시점은, 오직 우리만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살이가 핵심인 브런치스토리만큼은 챗gpt가 끼어들 자리가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p.s 1. 조만간 제주살이 10개월 차에 대한 소외를 올려보겠습니다.

2. '요즘 뜨는 브런치북 9위!'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화순곶자왈의 숲과 언덕으로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금릉해변으로

3. 챗gpt야, 너는 이런 거 못하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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