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만드는가?
구멍가게 사장에 불과한 나 이지만,
주변에 너무도 좋은 선배들이 많아서, 큰 스케일의 행복한 만남의 기회가 많은 요즘이다.
제조사, 기획사, 플랫폼사, 방송사 등의 분들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당연히 '디지털'이다. 그들은 모두 디지털에 대해 고민하고
디지털 전문가 영입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 한다.
컴퓨터로 치면 슬롯이 하나씩 비어 있다고나 할까
엄청나게 좋은 사양의 본체가 있는데 모니터가 없는 곳도 있고,
최신식 고급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가 있지만 RAM이 없는 곳도 있으며,
다 갖춰져 있는데 랜이 없어 외부와 연결이 불가한 곳도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지만 디지털 광고를 모르겠고,
좋은 셀럽을 데리고 있지만 어떻게 채널을 만들고, 운영하고, 제작을 해야하는지
좋은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알리고, 누굴 뛰놀게 할 것인지
크나큰 고민인 것이다.
'자본'만으로는 되지 않음을 보여준 수많은 사례들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디지털 세계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열쇠는 어디에 있나, 또는 어떻게 만드나
2번째 브런치 글에서 잠깐 썼었는데, 세상에 전문가는 정말 많지만 적재적소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높은 연봉과 조건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한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닌 것이 바로 디지털이다.
더군다나 영입하는 인재가 헤드 급이라면, 결국 그 산하로 또 인력을 세팅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지출과 리스크는 불 보듯 뻔하다.
정답은 없겠으나
우리 회사의 경우도, 내부의 잠재력 높은 직원을 키우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사업을 확장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표님이, 화장품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제자리였으나
최근에 입사한 젊은 인턴 중 한명이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모두 다 굿 아이디어라서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고 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변화하는 디지털은,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소비하고 즐기는 사람, 이 업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에
사업적 역량만 더하게 되면 무한한 가능성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직원이, 열쇠로 성장할 것이다.
대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스피드이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을 하면 얼마가 필요한지,
그것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그것과 관련된 사례가 있는지,
문서작업하고 보고하고 설득하느라 시간이 다 간다.
그리고 최악은 그걸 하고 힘이빠져 있는데, 경쟁사가 이미 사례를 만들었을 때의 그 공허함이란...
시간이 좀 지났지만, 내가 CJ E&M(현재 CJ ENM)의 뽀시래기였던 당시
그래도 스피드있게 의사결정을 해줬던 리더들이 있었기에 나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두가지 사례가 있다.
2013년 여름, 계절과는 다르게 설국열차 냉풍(?)으로 영화계는 뜨거웠다.
당시 신입 2년차의 열정을 가지고 이것저것 열심히 했던 나는,
비용을 안들이고도 디지털 마케팅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설국열차가 화제였고, 매우 더운 여름이였기에
서울 지하철과 설국열차를 적절히 섞어서 패러디하면 뭔가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이틀만 회사에서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팀장님께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흔쾌히 나의 병맛스러운 기획을 인정해주고 허락해주셨다.
결과는 그 당시(5년 전) 조회수로 유튜브에서 60만 뷰를 넘겼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에 '약 빤 설국열차 패러디'라는 제목으로 올라 갔으며
140여개 기사와 함께 SBS, YTN 뉴스에도 나올만큼 서울열차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어떤 네티즌인지 수소문 끝에, 만든 사람이 내부 임직원이었다는 사실에
CJ ENM 영화 부문에서도 많이 놀랐다는..
2016년 국내 MCN이 점점 주목을 받고, 회사 내부에서도 1인 미디어가 주목을 받을 무렵
가장 아쉬웠던 점이 내부 자산이 있음에도 활용의 한계가 큰 점이였다.
많은 설득과 의사결정이 필요했으니..
좋은 채널과 콘텐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를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였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했던 배우 마동석과 무언가를 하고싶었는데,
또 한번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내 불만을 잘 들어주던 국장님께서, 어느날 OCN 국장님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
나를 갑자기 초대하신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설명했고, 두 국장님은 그것에 공감했다.
그리고는 바로 OCN쪽 팀장님과 연결시켜서 드라마 38사기동대를 통한 콜라보를 허락해 주셨다.
결과는 엄청났다. 유튜브에서만 3백만 뷰를 찍었고, 페이스북에서는 5백만 이상의 뷰가 나왔다.
크리에이터 데이브의 팬들은 '데이브의 클라스가!!! 대박!!'
마동석의 팬들은 '마동석이 영어를 이렇게 잘하다니!'
OCN에서는 '38사기동대 드라마가 홍보되다니!'
팀에서는 '크리에이터 콜라보레이션 성공 사례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구글 코리아에서도 한국 내 유튜브채널 성공사례로 피칭도 해주셨다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들어가는 시도가 아니라면,
디지털에서는 우선 지르는게, 리더 입장에서는 빠르게 의사결정 해주는게 본전은 찾는 것 같다.
선보고 후조치가 아닌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하다.
그러한 사례가 자물쇠를 풀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회사가 그래도 이런이런 회사인데..
내가 왕년에는 이걸 제작한 PD인데..
내가 그래도 연예인 누구인데..
디지털에서는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내려놓는 것과 낮아지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낮아지고 나면 높아지기 어려울 수 있으나, 내려놓는 것은 다시 들면 된다.
여러 사례가 있겠으나, 내가 기억에 남는 사례는
개그우먼 강유미의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이다
정말 열심히 했던, 그리고 열심히 하는 '크리에이터'이다.
나도 내가 직접 담당했던 것은 아니고, 몇번 만나진 못했으나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느꼈던,
내려 놓고, 크리에이터에 입문하는 자세로 임했던 그 겸손함과 노력은
정말 좋아요를 몇천개 날려드리고 싶다.
어느 덧,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성공한 '크리에이터'로 유명하시다는..
콘텐츠의 차별성도 있고 기획도 좋고, 어느덧 50만 구독자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러한 채널이, 콘텐츠가, 사람이 곧 열쇠이다.
비단 사람 뿐만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을 이해하고 디지털과 더 밀접하게 비즈니스하기 위해서는
회사 역시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에헴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산데 그런걸 하나?"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런 콘텐츠는 좀.."
이러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미 경쟁사는 내려놓음을 통해 몇 단계 더 앞서나가 있다.
누가 열쇠가 될 것인가?
그것이 하나의 회사이든, 개인이든
그 열쇠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꽤나 수명이 긴 마스터 키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우리 회사 역시 튼튼한 열쇠, 마스터 키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