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산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2018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2017년에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 곧 3년째라니..
이럴때 '소오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MCN(Multi Channel Network)은 전문 용어가 아니며, 우리 회사도 MCN 회사는 아니지만..
10여년전 UCC(User Created Contents)가 한국에서 많이 쓰였던 것처럼
MCN역시 그러하므로 제목은 MCN을 넣어보았다.
주렁주렁 채널 확장이 의미가 없다. 적은 채널수로도 큰 파워를 가진 회사가 해외에는 많이 있다.
사실 이젠 MCN이라는 워딩보다는 인플루언서 미디어? 정도로 쓰는게 어떨까 싶다.
그게 개인이든 조직이든 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냥 관심 있으신 분, 시간이 되시는 분만 가볍게 훑어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한국 MCN산업 활성화의 포문은 2013년 CJ가 열었지만,
그보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국민들에게 유튜브라는 멋진 플랫폼이 있다고 알려준 고마운 콘텐츠가 있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여기에 T24 텐트치기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한국 유튜버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도서관'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프리카 BJ(그 당시)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다.
카테고리별 선구자 한명이 등장하면, 비슷한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씬님을 선두로 수많은 뷰티 유튜버가,
영국남자를 시작으로 수많은 글로벌/한류 유튜버가
키즈의 캐리, 영화 리뷰의 발없는 새, 커플콘텐츠 소근커플, 개그팀 보물섬, 박막례 할머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유튜버 선구자와 그의 뒤를 이어 많은 경쟁 채널들이 생겨났다.
더불어 이들의 채널, 콘텐츠를 통해 BM을 구축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 회사 내 조직들도 생겨났다.
한국의 MCN 사업자는 100여개가 된다고 하며, 10만 구독자가 넘는 채널도 1300여개라고 한다.
바야흐로, MCN 춘추전국시대이다.
이전에는 다양한 채널들의 등장과 변화들을 내가 빠르게 뒤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불가한 것 같다.
최근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채널들이 있으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많은 채널들이 개설되고 영상들이 업로드되고 있다.
많은 채널들이 있지만, 최근 '와 이 채널 놀랍다' 라는 생각이 드는 채널을 세가지 정도 꼽자면
신세경, 띠예, 윾튜브이다.
과장을 좀 더하자면 일반적으로 구독자 4,000명을 돌파하는 속도로, 구독자 40만을 넘겨버렸다.
한국은 포화 상태다, 단가가 낮다, 수익화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레드오션이다 라는 의견들이 많음에도
생각지도 못한 후발주자, 폭풍성장 채널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채널들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움이 있는 채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콘텐츠는 돌고 돌며, 약간의 차별점을 통해 일부 변형된다고나 할까?
일상을 담고자 하는 셀럽은 많았고, (다만 차도녀 느낌의 신세경이 무언가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먹방을 하는 ASMR 유튜버도 많았으며, (모두가 반모할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아이, 띠예의 순수함이 나타났고)
사회/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도 많았다. (하회탈, 계량한복, 독특한 편집을 통해 윾튜브의 차별점을 주었다)
*반모 : 반말모드
업계 분들을 만나면, 그리고 강연에 나가 질문을 받을 때 항상 듣는 말이다.
내가 엄청난 전문가, 예언가가 아닌 이상 사실 이 질문에 답변하기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간 디지털콘텐츠를 가장 근접하게 체험하며 느끼는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정도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꿈이 있고, 재능이 있고, 성향이 있듯이
사업역시 각자 다르므로, 가져가야 할 방향성도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커머스로, 오리지널 콘텐츠로, 아카데미로, 글로벌 등등 어디로 방향성을 잡든지
이 길은 누가 가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게 정답일 수도 있고, 오답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비즈니스에 대한 답은 복수정답일 것이며,
실제로 한국 1세대 MCN사업자들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길을 가고 있다.
'A사는 B사보다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를 잘하니까 A가 승자이다.'
'C채널이 D채널보다 구독자 수가 많으므로 C가 탑 인플루언서이다.'
무의미하다. 사업의 본질과 콘텐츠의 본질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부디 복수정답의 수가 많기를 팬의 입장에서도,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간절히 바랄 뿐.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는 MCN에서의 N이다. 이미 한국이 아닌 해외는 일찍부터 경량화를 진행했다.
수만개의 채널을 보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드림웍스가 어썸니스TV를 인수하고, 디즈니가 메이커스스튜디오를 인수했어도
그들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고는 할 수 없다.
최초에는 생태계 조성과, 네트워크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가 있었으나
이미 많은 채널들이 활성화 되었고, 양이 많아지는 만큼 그에 따르는 문제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사업자도 질적 성장을 택해야할 때이다.
네트워크 내의 채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따르는 리소스와 책임감은 매우 커진다.
우리 회사도 1명의 사업담당자가 2명의 인플루언서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일손이 부족하다.
따라서 1명의 사업담당자가 10명, 50명의 인플루언서를 담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담당'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불가한 일이다.
경량화가 필요하다. 덜어내고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에 힘쓰지 않고, 회사와 정보 공유가 전혀 되지 않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사업자는 과감하게 그와의 파트너십을 끊을 필요가 있다.
또한 열심히 하고 있는데, 회사가 해당 채널에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면 과감하게 놓아줄 필요도 있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선택이다.
인플루언서의 경우도 같다. 회사를 통해 내가 얻는 것과 성장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회사를 위해서도 더 열심히 달릴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성장이 멈췄다고 판단된다면, 그리고 자립할 조건을 갖췄다면 베스트는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콘텐츠 갯수와 구독자 수, 조회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콘텐츠의 퀄리티와, 시청 지속시간에, 글로벌 트래픽 확보에 집중을 하여야 한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그것이 회사들이든, 채널들이든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구글 유튜브 팀이 플랫폼 내 공정경쟁을 위하여 대대적인 스팸계정 삭제를 예고하고 실행했다.
최근에 좀 크게 진행한 것 같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과연 얼마나 청소가 이루어질 지, 채널들의 구독자 감소가 일어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 하다.
모든 채널을 '1인 미디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들을 위한 편집자, 기획자, 작가 등이 있고,
심지어는 A부터 Z까지 프로덕션이 진행하고 출연만 하는 유튜버도 있다. 이제 더이상 '1인 미디어'는 아니다.
또한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없는 채널이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난해하다. 이것들을 어떤 단어로 규정해야하는지, 누가 만드는지, 몇명이 만드는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콘텐츠가 흥미로워야 하고, 얼마나 이 시기를 각자가 잘 버텨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이젠 더더욱 혼자 갈 수가 없다.
축구 경기를 위해서 감독과 코치와 공격과 미드필더와 수비와 골키퍼 등이 존재하고,
컴퓨터가 돌아가기 위해서 전기와 모니터와 본체와 마우스와 키보드와 스피커가 필요하듯이
연합체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작은 한국 내에서가 아니라 세계로 경쟁해야 한다.
그것에 다가갈수록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탄탄한 인플루언서 연합체와, 탄탄한 비즈니스 연합체가 만들어져야 할 시기다.
(빠르게 만들어지기는 어렵겠지만)
CJ에서 2013년 7월 MCN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입 채널 수는 고작 4개였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고 확장하면서 카테고리는 게임, 엔터, 뮤직, 뷰티, 푸드, 키즈, 글로벌 정도로 분류했다.
2-3년 전부터 사실상 이 카테고리의 분류가 모호해졌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엔터'를 놓고 봐도, 개그, 드라마, 영화리뷰, 일상, 미션, PRANK, ASMR, 어르신, 이슈 등 다양하게 확장되었고
'뷰티'를 놓고 봐도, 단순 메이크업을 넘어, 패션, 쇼핑 하울, 헤어, 남성 뷰티, 성형 등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육이를 키우는 농부, 옷 수선을 하는 유튜버, 자신의 일상과 손님에 대해 이야기 하는 택시기사,
직접 각국을 다니며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여행가, 유튜브로 설교를 하는 목사님,
고민을 상담해주는 스님, 점봐주는 무속인, 돈주고 배우기도 힘든 의학 정보를 알려주는 의사,
셀프로 체형교정을 할 수 있는 채널 등 다양한 세분화된 채널, 콘텐츠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설마 이런 채널은 없겠지 싶은 채널도 찾아보면 이미 누군가 시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래에는 이 세분화가 더욱 촘촘하게 일어날 것이다. 온갖 직업과 각 개인의 성향이
곧 미디어가 된다고나 할까?
그 맥락으로 본다면 세분화와 함께 더 성장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교육이다.
오프라인 강좌, 학원을 넘어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카테고리별로 융합된 교육이면 이 분야도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 의사가, 의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운동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4년전부터 설민석 강사가 역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영화와 엮은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처럼
여러 카테고리를 융합하여 고객에게 흥미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의 기회를 준다면
뭔가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
비슷한 맥락으로 '피지컬갤러리' 채널이 좋은 예일 것 같다.
전문의는 아닌것으로 보이나 체형교정에 관한 정보와 운동법/마사지법 그리고 예능감을 통해
채널 구독자가 꽤 크게 성장했다. 단순 휘트니스, 운동채널과는 차별점이 있다.
물론 자극적, 폭력적, 선정적인 콘텐츠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재, 저작권 관리도 매우 큰 숙제이다.
과도기를 지나고 교통정리가 된다면 이 판은 더 커지고 나아지지 않을까?
게다가 기술도, 기기도 더욱 진보할테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급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나 콘텐츠 업계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내일도 또다른 신세경, 띠예, 윾튜브, 마미손이 생겨날 수도 있고,
머지않아 유튜버계의 BTS가 등장할 수도 있고,
트위치, 틱톡처럼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가 혜성처럼 나타나시장을 흔들수도 있다.
내가 볼 때 확실한 것은,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더욱 밝을 것이다.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과 후배들이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답이 몇개나 될 지, 언제 찾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누구든 그 답을 가장 빠르게,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고
나역시 그 답을 찾는데에 일조하고 싶다.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 사업자, 팬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