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y 09. 2020

[책 읽기] 『21세기 기본소득』

우리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

요즘,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감소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소득이 줄면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다양한 논의와 주장을 담은 <21세기 기본소득>이라는 책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글 하단에서 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꼭 필요할까?

 기본소득은 꼭 필요한 걸까요?


 사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190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동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는 일부 사람들은 부와 소득 창출 능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와 소득 창출 능력이 앞으로 더욱 낮아질 거라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희소한 기술과 가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세계적 규모의 시장이 제공되겠지만,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기술을 익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역이나 이민 등을 통해 전 세계적 차원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이런 자동화 물결로 인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양극화 현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는 만큼,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지 않냐.'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지만, 분명히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을 절감하는 기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좋은 일자리도 계속 생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소득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의 황금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1인당 GDP는 훨씬 높아졌지만, 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더 심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화 물결까지 들이닥치고 있으니, 과연 경제성장이 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앞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합니다.


'본래 우리를 노동에서 해방시키도록 고안된 기술의 진보라는 것이 오히려 갈수록 더 많은 인구를 노예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본주의라는 사회구조는 과연,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일까요?


 기술자로서 저도 여러 추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만, 자동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계속 줄여나갈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거나 변변치 않은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안과 소요가 극심해져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_ 에드워드 스노든, p.28




무임승차일까, 공정한 몫일까?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이런 반대 논리에도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완벽주의' 버전으로, 노동이란 좋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노동 없이 소득을 주는 것은 게으름이라는 악덕에 상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는 '자유주의' 버전으로,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런 반대 논리에 어떻게 반박할까요?


 저자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이중잣대라고 지적합니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소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자들에게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들이 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여가를 즐기는 것은 그대로 두면서, 가난한 이들에게만 여가를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비록 많은 금액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이들에게 아무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그들에게도 여가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무임승차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필수적인 노동을 무척 많이 하면서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집안일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가정에서의 노동은 양도 엄청나지만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생산적인 노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동은 대개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자연이나 기술적 진보, 사회조직 등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많은 혜택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혜택의 분배는 불평등한 게 사실이죠.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환경을 망쳐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엄청난 부를 쌓고 있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자연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환경입니다.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깨끗한 환경을 자신들이 사용하면서 그 대가로는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하는 일은 이렇게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을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기본소득을 ‘공정한 재분배’가 아니라, ‘공정한 분배’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세금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모두가 함께 물려받은 것들을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혜택을 위해 사용한 특권의 대가로,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라고 말이죠.


 기본소득을 주자는 제안을 개인이 스스로의 성취로 얻은 결과물들을 동등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모든 이의 인생에서 맞이하게 될 실질적인 자유, 여러 가능성, 기회들을 좀더 평등하고 공정하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_ p.258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할까?

 기본소득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입니다.


 평생 지속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 많은 돈을 어디에서 구하냐고 말이죠.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인 소득세’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수당이나 세금의 구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 역시 모두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 소득세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본

 첫 번째 대안은 자본에 대한 과세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노동에 대한 과세를 줄이기 위해 자본에 대한 과세를 늘리자는 제안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총액에 누진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고, 법인세나 상속세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소비

 또는, 소득세가 아닌 소비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득세와 소비세의 차이는 저축에서 비롯되는데요. 소득세에는 저축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만, 소비세에서는 저축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이 벌어들인 총소득에서 일정 기간의 저축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도 있고, 부가가치세처럼 최종 세금을 소비자가 지불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자가 제시하는 재원 조달 방법은 다양합니다.


  다양한 해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저자 역시 그런 방법들을 사용했을 때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동일한 방법을 사용해도 나라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그 나라에서 자체적인 실험을 통해 자신들만의 기본소득 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그 제안을 작은 규모로 시행하여 낮은 수준의 보장소득으로 시작하며 거의 잃을 게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해서 예측했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 다음에는 보장소득을 증액하면 되고, 더 올렸다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액수에서 멈추면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잃을 것은 없고 대신 무언가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_ 존 엘스터, p.376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무조건적 기본소득

 먼저,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이란 말 그대로 아무런 의무도 부과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소득을 말합니다. 


 유일한 조건이 하나 있다면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은 공동체의 성원이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그 사람이 어느 정부에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기본소득을 논할 때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기본소득의 양일 텐데요.


 저자는 아주 적게 시작해서 조금씩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본소득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1인당 GDP에 연동하거나, 물가지수에 연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현금지급

 게다가 기본소득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식료품이나 옷, 다른 소비재의 형태로 지급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물품을 얻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지역화폐나 선불카드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 또한 저자가 말하는 현금의 방식과 비슷한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 소득

 그리고 또 강조하는 것은 엄격하게 개인에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복지제도를 보면 지원금을 가구당으로 책정해서 지급하곤 하는데요. 기본소득을 가구 구성에 따라 차별을 두게 되면 사람들을 따로 살도록 장려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가구 구성에 따라 차별을 둬서 개인에게는 20만 원씩 지급하는데, 2인 가구에는 40만 원이 아닌 30만 원을 지급할 경우, 결국 혼자 살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속가능한 자유를 추구한다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을 장려해야 하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에 불이익을 주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편적 기본소득

 일반적으로 정부의 복지제도는 대개 재산 조사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가구가 복지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그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과 다른 복지혜택으로 받는 수당을 모두 조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직접 벌어들이는 소득이 0일 때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재산 조사가 필요 없고, 아무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엄격한 규정과 무지, 수줍음, 모욕감 등의 이유로 이런 절차를 밟지 않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수당을 받을 사람들을 선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더 빠르게,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실현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실현될 경우 사람들이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돈보다 그 일자리가 충분히 매력적인가의 여부로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임금이 낮은 일자리라도 일 자체가 매력적이거나, 유용한 훈련의 기회가 되거나, 좋은 네트워크를 가질 기회가 된다면 임금은 적어도 그런 일자리를 수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돼서 고용주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게 되면, 일자리를 자동화할수도 있을 텐데요. 만약 기계로 대체가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임금이라도 올려서 일할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렇게 된다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책 소개 & 후기

 앞에서 소개해드린 내용은 책 <21세기 기본소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논의와 명확한 주장이 담겨있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 외에도, 기본소득과 그 비슷한 제도들에 관한 이야기, 기본소득 이전의 복지제도들, 기본소득의 역사, 정치적으로 달성 가능한지, 지구화 시대에도 가능한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기본소득에 관한 자신의 명확한 의견을 친절하게 풀어나가지만, 기본소득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고,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와 논리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과정도 충분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꽤 두꺼운 책이라 최소한으로 요약을 했음에도 글이 길어졌는데요.


 기본소득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분들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만 읽어도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도는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텐데요.


 수많은 복지제도가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제도는 그리 많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용은 많이 드는데 우리가 실제로 체감할 수 없는 제도라면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노예제를 폐지하는 일은 완전히 황당한,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런 것들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무조건적 기본소득 또한 미래의 언젠가에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_ p.5




▶︎ 영상으로 시청하기









● Instagram_ @dosanam.yp

● Youtube_ @도서관에 사는 남자


매거진의 이전글 [책 읽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