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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스터 Nov 07. 2018

이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의 불안감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다른 사람이 나의 휴대폰을들여다본다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완성 기능처럼 불안감과 초조함이 뒤따른다. 휴대폰에 저장된 자아도취적 셀카부터 특별히 잘못하진 않았지만그렇다고 떳떳할 것도 없는 메시지들까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사생활은 일기장이나 책상 서랍 속이 아니라, 휴대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급률이 100%에 가깝다는 우리나라에서 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몇 없을 테다.


긴장감이 감도는 식탁


 따라서 35년 지기 절친들이 서로의 휴대폰에 도착하는 메시지와 전화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설정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하고 들어간다. 관객이 영화 속 상황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미처 다 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들의 휴대폰이 타인에게 공개될 것이란 사실 자체가 영화에 고도의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불러 넣기 때문이다.

게다가휴대폰의 주인들, 심상치가 않다. 연애 경력이 화려한 남자 준모와 순진한 듯 눈치 없는 어린 부인 세경부터 겉보기에는 마냥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의사 부부 석호와 예진까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그를 뒷받침 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웃음까지 선사하는 여유를 부리며 호기심을 극대화 한다. 사극이나 추적극 정도의 선택지에 한정 됐던 최근 한국 대중영화에 비교해본다면, 색다른 시도이자 인상적인 성취다.


준모의 핸드폰이 울렸다


 막상 밝혀진 이야기는 단순하다. 이혼남 영배가 속사정을 털어 놓거나 석호가 딸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하는 장면은, 그것이 지닌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한 사건의 전모보다 주인공들의 지질한 사생활이 관객에겐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영화가 제시하는 두 가지 선택 중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계속해서 되새겨 보게 되는 것도 결국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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