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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Oct 08. 2024

인간은 그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사업을 한 지 10년이 넘어가자 조바심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없을 수가 없다. 이 정도로 사업을 열심히 했으면 한 번쯤은 대박이 빵 터져 줘야지. 다른 사람들은 몇 년 하지 않고서도 대박이 빵빵 잘만 터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까. 왜 아직도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나는 이만큼 밖에 성장하지 못했나. 왜 나의 사업은 더 커지지 못할까.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여전히 인풋을 많이 하고 나보다 더 높이 더 끝까지 간 사업 선배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과 나를 비교해 보고 나는 무엇이 부족한가, 현재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로켓 사업을 하고 뉴럴 링크를 성공시켰으며 화성으로 지구인을 이주시킬 준비 중인데. 어떤 이는 부동산 사업을 장악하고 각종 브랜드사업들을 다 성공시켜 자신의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만든 후에도 미국 대통령에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도전을 하는데. 그들에 비해 한없이 작고 단순한 나의 사업은 왜 물건 몇 개 판매하지도 못해서 이 고민인가. 혹시 내가 생각을 너무 단순하게만 해서 그런가. 너무 코 앞의 것만 보나? 장기적으로, 단기적으로 세운 내 계획에 수정을 할 것이 있나?


 그에 앞서 나는 왜 사업을 하는가. 나의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내가 이렇게 달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나는...... 나는 그저, 이 게임에서 승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게임을 하며 끝을 한 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배그면 치킨을 먹고 싶은 것이고, 리니지면 성주가 되고 싶은 것이다. 최초에 사업을 하는 목적이 그랬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였다. 태생적으로 승부사 기질이 강했기에, 그저 일 등을 향해 한번 더 치고 달려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사업이라는 것은 달리라고 펴 놓은 멍석이었고, 한계도 없이 내가 하는 만큼, 하면 할수록 더 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간 십 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아직 살아있는 사업도 있지만 호기롭게 시작해 놓고 중도에 발을 빼야 하는 사업도 있었다. 이것저것 다 찍어 먹어보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한 경험이 숱하다. 물론 산경험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너무 더디게 간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에게 행운이라는 것이 와 주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근 나의 이런 툴툴거림이 늘었나 보다. 불황에 경기가 어렵다는 지금도 역시 사업을 열심히 잘하고 있냐는 안부를 종종 듣는다. 아직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는 뉘앙스도 있을 테지만 혹시 내가 너무 느려서 채찍질을 받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너 왜 아직 거기에 있니? 여전히 거기에 있구나’, 하는. 원래 다른 사람 신경 쓰며 사는 스타일도 아니고 어차피 누가 뭐라 하든 내 마음대로 갈 테지만 가끔 너무 독불장군처럼 가는 게 아닌가 나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 와중에 최근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에 내 마음이 동했다. 혜미가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고. 오히려 빵 터져서 거품이 끼는 것보다 구멍 없이 찬찬히 메워 가는 지금이 잘하는 거라고. 아.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구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니 틀린 건 아니겠지. 역시 내 관점과 기분만 잘 컨트롤하면 세상사가 쉬워진다. 내가 이리 단순해서 데리고 살기가 참 쉽다.  

   

 사실 모든 업종이 다 그렇겠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다. 그중에 단연 가장 큰 문제는 올라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자금압박이다. 예전에는 몇십만 원이 모자랐던 것이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씩 모자라 동동거릴 때가 있다. 곧 몇 억을 메우느라 바동바동 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다 제대로 가고 있는 길임을 역시 알고 있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도,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 크록도.(최근 몇 년 후배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책이 <슈독>과 <사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밑줄 쫙쫙 그으며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들도 은행에 가서 돈 빌려 달라 담판 지으러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니까. 나에겐 지금이 그런 시기라 생각한다. 이 고비를 넘겨야 아마 다음 단계로 갈 테다.

 그러면 나에게도 빵, 하는 한 방이 올까? 작은 부자는 노력하면 되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려 준다고 하는데 하늘이 과연 나를 선택해 줄까? 원체 물욕이 없는지라 엄청난 돈을 벌어 봤자 지금과 같이 11년 된 노트북을 쓰고 12년 된 차를 끌고 다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저 이 게임에서 승전보를 한 번은 울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본다. 살아온 40년의 세월을 한 번 더 살아, 80세 할머니가 된 나는, 과연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만족할 수 있을까. 그때 나는 나에게, 넌 참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때론 쉬어가는 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시간을 참 잘 써왔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지 않을까.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서 시간을 아껴 쓰며 촘촘하게 잘 살아온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이 최선들이 쌓이면 묵직하고 육중한 무언가가 올 때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안 될 리가 없다고도 믿는다. 다만 행운의 결과는 나의 노력과는 조금 별개의 것이라서, 나는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그저 노력하며 살뿐이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현실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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