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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범 Jan 20. 2017

마나우스 여행기


 [본편]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며 어마어마한 종류의 생물들의 서식지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지구의 허파 또는 금단의 땅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아마존은 좋은 이야기 거리이다. 책에서 다큐멘터리 최근에는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 까지. 


내 또래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할 확률이 그 상황에서 살아남는 확률 보다 더 희박한 것 같지만, 어린 시절이다보니 오히려 책을 읽으며 극한의 환경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그중에  아마존 어드벤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주인공이 아마존 숲을 탐험하며 숲을 해치려는 이들을 보호하려는 내용인데, 많은 신비한 동물들과 식물들이 소개되어 어릴 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확실히 뇌리에 오래 박혀있나보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동기는 거기서부터 비롯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랬는지 대학에 들어와서 포르투갈어과에 온 이상 브라질에 오면 꼭 아마존은 와봐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편도 6시간, 내가 사는 남부지방 쿠리치바에서도 꽤나 먼 곳이다. 브라질이 정말 크긴 크다. 자고 깨고를 반복하다가 창 밖을 보니 울창한 삼림과 누런 강이 보인다. 



 첫 날은 아마조나스주의 주도 마나우스의 중심가에서 묵었다. 생각보다 깔끔한 도시였다. 중앙에 위치한 유럽풍의 건물을 가진 극장과 그 앞에 펼쳐진 작은 광장은 벤치에 앉아 맥주 한 잔하기에 그지 없는 분위기였다. 브라질 북부 지방의 음식도 접해볼 수 있었는데, 생선이 주가 되고 고수가 많이 들어 가는게 특징이다. (혼자 간 여행이라 처음엔 핸드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 사진을 못찍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아마존 정글 탐험을 시작했다. 여행 처음 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정글로 보트를 타고 가다가 기사가 갑자기 배를 멈춘다. 항구에서는 물이 검은색이었는데 멈춘 곳에서는 검은 색 물과 황색 물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다. 검은 물은 콜롬비아로부터, 황색 물은 페루로부터 온 물이라고 한다. 콜라랑 맥주를 섞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진입했는데 강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알고보니 시야에 보이는 지역에서 비가 무진장 쏟아지고 있었다. 물로 만든 커튼마냥. 차로 한시간 반 정도 더 들어와서 보트를 탄다. 이번엔 더 작은 보트이다. 비가 쏟아지며 누런 강 양쪽에는 무수히 넓은 정글 숲이 보인다. 



도착한 숙소는 숲속에서 묵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릴 때 책에서 사람들의 개발로 생태계가 엉망이 되었다는 내용을 읽었는데 적어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개발로 생태계를 망가트릴 사람들은 아닌 것 처럼 보인다. 건축이나 투어의 방식이 자연에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점 그리고 정글의 법칙처럼 갤럭시 노트 쓰는 인디오들의 자본주의 댄스를 보여주지 않는 점에서 일단 마음에 든다. 여기 사람들의 주요 업종이 이젠 관광업이지 더 이상 화전농업이나 자급자족 사회 이런 것이 아니기에 예전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저분들을 놀라게 해선 안돼 라고 한게 지금 생각해보면 더 헛웃음치게 만든다. 


예전에 남미여행중에 볼리비아의 뿌노라는 마을을 들린 적이 있었다. Floating island 라고 호수 위에 갈대로 엮은 인공 섬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거기서도 현지인들의 마을을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다들 전통의상을 하고 뭔가를 팔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 때 이후로 인위적인 "현지체험"은 최대한 피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엔 더 작은 나룻배를 탄다. 조그마한 노를 가져왔길래 자연을 지극히 아끼는 여행사구나 했는데 뒤에서 모터에 시동거는 소리가 들린다. 생태계를 쭉 둘러보러 나갔는데 비가 정말 많이 온다. 맑은 하늘에 거울처럼 비친 정글을 못봐서 아쉽지만, 비오는 아마존을 또 언제 볼까 하며 모험이라 셈친다. 

 풍경을 멍하니 보고 지나치다보니, 뭔가가 주둥이를 빼꼼 내민다. 자세히 보니 아마존에서만 사는 분홍 돌고래 보뚜이다.  가이드가 돌고래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는 찰나 관광객 꼬맹이 하나가 자기가 안다며 설명을 한다고 한다. 보아하니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전설인가보다. 


 인디오들의 전설인데, 보뚜가 낮에는 돌고래이다가 밤이 되면 멋진 남자로 변신해서 인디오 소녀들과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그리고 보뚜는 사라지고 인디오 소녀는 아이를 낳아 결국 아마존의 인디오들은 보뚜의 후예라는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는 전설이지만, 사실은 여기엔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옛날 유럽인들이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탐험할 때, 알비노(백인)들이 인디오 마을에 들어와 소녀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임신을 되었다고 한다. 옛날 원주민들은 이를 돌고래가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돌고래 말고 새들도 많았는데 새는 평소에도 자주 봐서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가이드가 오더니 악어를 보러 가자더라. 밤이 깊어서 나룻배를 타니 무서움이 배가 되었다. 강에 돌아 다니는 악어를 멀리서 보는 줄 알았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갑자기 웃통을 벗더니 강에 뛰어들어 무슨 포켓몬 잡듯이 악어를 움켜쥐고 보트로 올라온다. 포켓몬 현실판... 큰 악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악어인데 아저씨의 손에 꼼짝을 못한다. 악어를 만져보라고 했서 장어같은 물고기 같이 미끌미끌 할까봐 거부감 들어서 싫다고 했는데 만져보니 갑옷마냥 딱딱하다.


정글 한 가운데에 있는 호스텔이라 그런지 온갖 벌레,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한밤 내내 들린다. 이런 곳에서 또 언제 자겠나 싶다. 한번도 경험치 못한 환경에서 자다보니 중간에 세번 다른 꿈을 꾸고 몇번을 깼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정글 트래킹을 준비한다. 모기 쫓는 약을 충분히 뿌리고 긴양말에 쫄쫄이 바지도 준비되어 출발했다. 사실 이런 정글 트래킹 하며 상상해왔던건 원숭이 밥주기 재규어 한테서 도망치기 이런걸 생각했는데, 그냥 걸으며 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주가 되었다. 



4시간 정도의 트래킹 중에 내가 본건 아마존의 새 발의 피도 안되겠지만. 처음보는 다양한 종의 생물들의 설명을 들었다. 상처에 바르면 진정이 되는 나무, 우유나무 그리고 개미의 즙을 짜서 발라 위험한 짐승들로 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법. 그리고 사냥용 올가미를 만드는 방법 등등.. 이곳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알아가는게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생물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이구아나랑 개구리, 개미, 타란튤라 정도? 동물 자체를 보는건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자연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건 또 느낌이 새로웠다. 동물원에 관한 생각도 해보았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으로 따지면 먼 타지로 유배된 후에 감금당하는 걸텐데.... 동물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각해보면 참 잔인한 것이다. 타란튤라를 설명하는 아저씨한테 죽인거냐고 물어봤는데, 여기의 생물을 절대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투어의 컨셉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예를들어 타란튤라를 잡을때도 잡고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금방 놓아주었다.



 원래 자연 보호에 대해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나였는데, 이번 투어, 그리고 남미 여행 전체를 계기로 돌아보면 시시하고 책과 교과서에 나올 교훈이지만 자연의 위대함, 공생하는 방법 그리고 존경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 참 작은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절대 다른 생물보다 상위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종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자연 앞에 거만하면 안된다는 것.


아이들의 책이나 교육과정 중에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내가 학생일때는 그런 내용이 이해는 되지만 나에게 제대로 와닿지는 않았다. 내가 편한게 더 중요했으니까. 이 나무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생태계를 보호하는게 왜 중요한지 왜 자연이 신비로운지... 글로만 보고 배우는 자연사랑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보고 느끼는 것에는 100에 1도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이런 가치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연이 왜 소중한지 어린 아이들도 만나 봐야 아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어제 그 돌고래에 관해 설명한 상파울루에 사는 테오라는 꼬맹이와 여기에 살고 있는 타이자라는 꼬맹이와 놀았다. 아이들이랑 노는건 참 좋다. 순수함을 느낄 수있으니까. 역시 애들도 브라질 애들이라 금방 친해진다. 테오는 어제 가이드가 악어를 잡는걸 보고 매력에 홀딱 빠졌나보다. 커서 코브라와 악어를 잡는 전사가 되겠다고 한다. 롤이랑 오버워치를 하다가 학원으로 끌려가는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가엾어졌다.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같이 여행을 다니며 이것 저것 많이 보여주고 싶다. 그게 진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교육이 아닐까. 어릴 때 부모님이랑 캠핑가고 여행가고 이랬던게 기억에 생생하게 남은 것 같다.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 한것보다도.



오후에는 피라냐 낚시를 갔다. 낚시를 가기 전에 가이드형이 피라냐에 관한 괴설을 들려주며 겁을 준다. 피가 나는채로 물속에 들어가면 피라냐가 살점을 다 뜯어먹어 뼈밖에 남지 않는다고. 사람이 늘어서 11명이 되어 큰 배를 탈 줄 알았는데 어제 그 나룻배다. 약간 위험할 정도로 선적초과 같았지만 어쨌든 갔다. 도착해서는 소고기로 미끼를 해서 피라냐를 낚았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간적이 몇 번 있었는데 꼬마의 손으로 뭔가를 잡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잡을 거라는 기대 자체를 안했다.


흔들흔들 거려서 건져 올려보면, 미끼만 사라져있다. 낚시가 아니라 무슨 피라냐 밥주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입질이 온다. 낚시를 할때 중요한건 미끼를 물었을때 냅다 흔들어야 하는게 포인트였다. 흔들다보니 건져올린 피라냐. 만져보고 싶었는데 날카로운 이빨에 다칠까봐 만지지는 못했다. 뒤에서 가이드가 칼로 이를 제거하는데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이후로 성과가 없어 세월낚는 강태공마냥 멍하니 있다가, 제대로 큰 놈 하나 낚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낚시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식사를 하고 별을 봤다. 내가 여행가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요즘은 사진이 잘되어있어서 그걸로 보면 된다는 사람도 있다. 동의한다. 일부는 그렇다. 그렇지만 여행자들이 사진에 쉽게 담아내지 못하는 장면중의 하나가 별이다. 구글맵 스트릿여행자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진짜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다.


비가 오는 밤의 정글


밤이 되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바를 운영하는 아저씨의 별명이 Sr. Tucano이다. 우리나라 말로 따지면 황새 아저씨 정도? 현지 사람들은 너무 순수한 사람들이다. 관광지의 느낌보다도 진짜 현지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만난 사람들과 바토크를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숙소랑은 조금 떨어진 선착장에 있는 바라서 들어기기도 찝찝해서 그치기를 기다린다. 비오는 밤엔 역시 괴담이다. 


가이드 아저씨는 아마존에서 태어났고 가이드도 엄청 오래해서 베테랑이었다. 그런 자기도 아직 정글이 두렵다고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한번은 미 해병 네이비씰의 한 장교가 휴가를 나와 자신은 혼자 다니는 게 두렵지 않다면서 가이드도 필요 없고 정글에서 캠핑을 한다고 했다고 한다. 가이드들은 말렸으나 본인은 아프간, 이라크 전쟁도 겪은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실종되어 군경의 수색에도 시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글은 정말 한치 앞을 예상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엔 현지인들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자본주의 인디오 댄스를 생각하여 우려했으나, 다행히도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 만지오카를 다듬는 장면, 그리고 농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마라쿠쟈, 만지오카, 타피오카등 브라질에서 평소에 먹으면서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던 식물들을 보았다. 그날 슬리퍼를 신고가서 흙에 사는 개미들이 문 것 빼고는 참 교훈적인 일정이었다.



점심엔 어제 잡은 피라냐 고기가 나왔다. 사진을 잘 보면 피라냐의 이빨이 드러나는데 날카로워보인다. 만약 내가 물에 빠졌으면 반대의 입장이 되었겠지. 그렇긴 한데 살이 풍부한 종류의 생선은 아니다. 그냥 맛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정글 안에서는 2박 3일밖에 안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여기에 사는 타이자라는 꼬맹이가 나를 따라오겠다고 해서 조금 마음이 짠해졌다. 다시 오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과 작별인사를 하고 이곳에서 떠났다.



첫날은 비가 그렇게 오더니, 가는 날이 되니까 해가 쨍쨍하다. 돌아가는 보트에 앉아 타고 해가 쨍쨍한 아마존을 갈랐던 것은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으로 기억 될 것 같다.


[번외편]


1. 동행자들의 인상 : 이번에 같이 여행을 다닌 일행들은 독일 애들이랑 스웨덴 사람들이었다. 다들 내 또래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물어보니 19살에서 많아봐야 22살이란다. 이상하게 다들 너무 성숙해 보였다. 이번 여행에서도 스웨덴 여자아이들을 만났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스웨덴 사람들은 볼 때마다 엄청난 부피의 가방을 앞뒤로 두개씩 짊어지고 다니길래 어디에 가고 무엇을 하느냐 물어보면 3달 4달씩 여행을 한다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얼핏 듣기로 사람들의 성향이 indivisualism 이라고 하던데 (이기주의 보다는 개인주의에 가까운) 뭔가에 얽매이는걸 떠나서 이렇게 본인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독일 애중에 한명이 자꾸 독일어로 무리를 짓고 다른 여행자들을 무시해서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브라질에 살면서 여행을 온 사람도 몇명 보였다.


2. 브라질 사람들을 만나고 : 내가 사는 남부지방 사람들 보다는 훨씬 친해지기 쉬웠고 만난 사람마다 친절했다. 오히려 나는 북부의 사투리가 알아듣기 쉬웠다. 낮은 톤으로 그리고 비교적 천천히 말하는 사투리라 편했다. 여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겠지만 좋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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