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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씨네 Oh Cine Mar 22. 2019

오씨네 영화리뷰<우상>

우상을 동경하는 어리석은 군중을 향한 일침. 정치적 풍자 잔혹극.

영화 : 우상

출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연출 : 이수진 감독

개봉 : 2019. 3. 20.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우상(IDOL)에 열광하는 어리석은 군중을 향한 일침.

팩트와 픽션을 정치란 도구로 교묘하게 엮은 잔혹극

제 69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



전체 줄거리(스토리) & 스포일러



청렴하기로 유명한 한의사 출신의 국회의원 구명회(한석규)는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사이 아내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는다.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대인 교통사고를 냈고,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것이다.


차기 경남도지사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구명회는 선거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차고에 녹화된 CCTV를 통해 피해자가 집에 올 때 까지 살아있었음을 확인한 구명회는 같은 날 익사로 사망한 시신을 바꿔치기하여 아들의 죄를 사체유기죄에서 차량 뺑소니 사고로 위장하여 아들을 자수시킨다. 아들의 안위보다는 정치인으로서 억울한 동정표를 호소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계략이었다.



한 편,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부남의 아버지 유중식(설경구)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아들을 잃고 절망감에 휩싸인다. 사실 아들 부남은 지적장애자로서, 아버지 중식 또한 다리를 절으며 지능수준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던 이 사건을 홀로 파헤치며 결정적인 단서를 찾던 중 목격자가 나타난다.


목격자는 부남과 신혼여행을 함께 떠난 조선족 여성 최련화(천우희)가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치는 장면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쥔 유일한 사람이자 실종된 최련화를 찾기위하여 구명회는 1천만원을, 유중식은 2천만원을 투자한다. 심부름센터라 쓰고 흥신소라고 읽는 곳의 대표 김용구는 마사지샵에서 숨어 지내는 최련화를 찾아 두 남자에게 정보를 넘긴다. 은밀하게 최련화를 처리하려던 명회는 용구에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자 용구를 차량으로 무참히 살해하지만 련화는 그 틈에 탈출을 감행한다.



련화를 찾은 중식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그녀를 보호하며 동시에 복수를 기획한다. 자신의 변호사를 외면하고 명회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며 연설까지 돕는 중식은 점쟁이로부터 귀가 박히도록 들은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의 목을 베어라' 를 끊임없이 머리속에 되뇌이다 구명회 캠프 유니폼을 입고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의 목을 베는 테러를 자행한다. 그 테러는 몇 십명의 사람을 죽인 것 보다 더욱 흉악한 범죄자로서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다.


그러던 중 또 다른 곳에서 살인청부를 받은 의문의 중국남성은 련화의 이복언니 수련과 그의 남편을 살해하고 수련의 목을 잘라 1번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2번 상자에 련화의 목을 넣기 위해 그녀가 잠시 일을 맡아준 마사지샵을 방문한다. 련화 또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존에 대한 본능 덕분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으나 아로마 마사지 오일을 사용하여 중국남성을 역으로 살해하고, 그것을 목격한 동료 또한 살해한다.



이제 진정한 복수를 위하여 명회의 집으로 찾아간 련화는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은 명회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명회의 아내는 그가 당했던 그대로 청테이프로 묶어 자신이 당했던 동일한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명회에게 가스폭발 자폭테러를 감행한다. 모두 사망하는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듯 했으나 최종엔딩에서 명회는 화상을 심하게 입은 흉한 얼굴로 재등장한다. 눌러붙은 입에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언어로 강연장에서 연설을 하는데 그의 스토리에 감동한 대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영화는 끝이난다.




리뷰/결말/해석


'우상'이 되고싶었던 남자.


명회는 자신의 우상화를 위해서라면, 죽어가는 아들의 고통도 외면하는 괴기스러움을 보인다. 교주를 신격화하는 사이비종교를 연상케끔 하고, 엔딩에선 현대판 샤머니즘이라 칭해도 좋을 듯 했다. 극중 명회의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게끔 하는가가 중요하다." 라는 대사에서 인물의 아이덴티티 혹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소외된 약자들의 절규와 희망.


어눌한 말투,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중식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이 수십명 죽은 것 보다 이순신 장군 동상 머리를 손상시킨것이 더 큰 죄로 질타받은 것을 몸소 겪으며 Idol(우상)이 가진 엄청난 파워와 의미를 깨닫는다. 극 중 "몹쓸병에 걸렸는데, 아프지가 않으니까." 라는 절박함이 지나가고 체념 속에서 내뱉은 이 대사는 많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절규였다. 또 다른 약자, 조선족 불법체류자 련화의 유일한 삶의 목적이자 희망은 합법적 한국인이 되는 것이었다. 임신을 해도 축하받을 수 없는 처절한 환경에서, 발달장애 남편도 마다하지 않았던 련화는 사망한 남편의 아버지와의 혼인신고로 법적 한국인이 되고, 시아버지와의 혼인신고서를 보며 뛸 듯이 기뻐한다. 비참한 삶 속 슬픈 희망이 씁쓸함을 전한다. 극중에서 약자로 보이진 않으나 명회의 아들 요한의 심경변화도 영화 속 눈여겨 볼 만한 포인트다.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던 권력자의 아들로서 피해자의 아버지와 맞닥들인 상황에서 요한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섞인 표정을 보이지만, 투옥하며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아빠와 전화 한 통화를 시켜달라고 조르는 모습과 이후 병실에서 아버지 명회를 보며 어린아이처럼 애절한 눈물을 흘리는 씬에서 어쩔 수 없이 착각속에서 살아온 나약한 어린 인물을 자각시키기도 한다.



초호화 캐스팅, 빈틈없는 연기력.


인물에 빙의해버린 듯한 주연 3인방의 연기력은 기대보다 더 큰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중년 연기파 배우의 양대산맥으로 자주 거론되는 설경구와 송강호를 비교했을 때, 송강호 배우는 매번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와 관객을 매료시킨다면, 설경구 배우는 매 작품마다 등장부터 낯설다. 이 영화에서도 설경구 배우기존의 모습은 없고 오로지 극중 인물 유중식만을 볼 수 있게된다. 또한 천우희 배우는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믿고보는 연기파 배우답게 극의 흐름을 이끄는 련화역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불호를 부른 치명적 단점 3가지.


영화가 끝나자마자 욕설을 내뱉은 관객들이 꽤 있었다. 그 이유를 추정해보면 첫 째로 '대사전달력'이다. 특히 어눌한 말투의 중식과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는 련화의 중요한 대사들이 잘 들리지 않으면서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제동이 걸려 차라리 한글자막이 필요했단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두 번째로 '필요 이상의 자극적 연출'이다. 15세 관람가라고 믿기 어려운 잔인한 장면이나 공포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종의 클리셰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만큼 극의 몰입을 유도했겠으나 수위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인물과 스토리의 과잉'을 꼽는다.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관객은 모든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데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고, 몇몇 조연의 경우 연기력이 어색하여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스토리까지 난잡하게 느껴지며 모든 숏들을 한 두 번의 영화 관람으로 전부를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



영화 제목의 의미와 비교적 뚜렷한 메시지.


'우상'의 사전적 의미는 금속,돌,나무 등으로 만들어 인간이 숭배하는 상 이라고 정의한다. 영화에선 그 상징으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활용하며, 그것을 우상화했던 국민들을 보이지않게 조롱한다. 게다가 영화는 '정치'를 영화의 구성장치로서 교묘하게 활용한다. 대중들은 팩트를 추종하는 듯 보이나, 결국 극적인 드라마와 스토리에 열광한다. 최근의 버닝썬 관련 뉴스들을 접하던 중 가십거리 기사에 손이 먼저 가는 것 또한 영화 속 대중들의 쏠림현상과 어찌보면 일맥상통한다.



영화 초반부 명회는 주변 정치세력에게.


"도민들이 그렇게 멍청하지가 않아요." 라고 말함으로서 도덕성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우상으로 군림한다. 그러나 명회 자신은 분명히 알고있다. 도민들이 개,돼지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것을. 우상의 뒷면에 감춰진 추악한 면모와 끝끝내 변화할 수 없는 악질적인 모습에서 관객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석규는 어느 매체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장면은 히틀러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발언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히틀러는 우민화 정책을 펼친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연설은 늘 해가 뉘엿뉘엿지는 석양을 등지고 대중들의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간을 노렸다고한다. 배우가 하나의 숏, 씬을 위해 치밀하게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을 알아가는 것 또한 영화를 즐기는 재미요소중 하나다.



당장 악평이 쏟아지더라도.


흥행영화라고해서 꼭 좋은 영화가 아닌 것처럼,

감독은 이 영화가 굳이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키겠다는 의도는 처음부터 크게 없었을 것이라 느꼈다. 이수진 감독은 집요할 정도로 재촬영을 감행한다고 한다. 카메라의 구도, 물에 비친 반사와 반영 등 다방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난해한 것과 어려운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쉬운 영화는 곱씹을거리가 없다. 어쩌면 관객이 느낀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섬세하며 완벽하게 만들어진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치열하게 만든 작품이 단번에 그리 쉽게 보이겠나."



"너무 쉬우면 재미없잖아요."



"설령 꿈보다 해몽이 좋았을지라도."



"착하게 살아야죠. 안그래요?"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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