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부모 편
남편이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받아 2년 간 주말부부로 지내게 됐어요.
그로 인한 연년생 두 아이를 독박 육아해야 한다는 부담감, 두려움, 아이들한테는 미안함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 등으로 스트레스도 받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남편 잘못이 아니란 걸 잘 알면서도 남편한테 화가 나고 이런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도 않는 거 같아 더 밉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들이 더 쌓이더라고요.
회식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집에서 고생하는데 ‘놀러 다닌다.’는 생각에 더 화가 났어요.
남편이라고 회식이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주말에는 모처럼 바람 쐬러 가자고 공원을 갔는데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집으로 그냥 가자는 남편 말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아는데 이거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건가 화가 났어요.
아이들한테는 공원에 가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했는데 안 사주니 애들은 울고불고, 편의점이라도 보이면 주차하고 사준다고 달래는데 결국 집에까지 오도록 편의점도 못 가고, 집에 와서는 아이스크림 찾으며 울고 둘 다 엄마한테만 안으라고 매달리는 통에 남편한테 더 화가 났어요.
한 명을 달래다 안 되니 우는 아이를, 다른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고 있는 제 앞에 내려놓고 TV 앞에 앉고는 핸드폰을 만지며 TV를 켜서 보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정말 화가 나서 처음으로 집을 나가버렸어요.
4시간 정도 있다 집에 오니 애들은 친정집에 있더라고요.
아이스크림 먹고, 놀다 엄마 찾았다고~
미안한 감정에 그냥 아이들한테 무뚝뚝하게 행동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관계 가운데서 살아간다.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욕구를 가지고 그 욕구의 충족 여부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산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이런 다양한 감정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을까?
마음 상태가 괜찮을 땐 몸이 힘들어도 좀 더 참을 수 있는데 평소 쌓인 육아 스트레스에 남편이나 시댁 스트레스가 겹치면 굉장히 우울하고 예민해지고, 한마디로 내 정신 상태가 안 좋을 때 아이가 힘들게 하거나 보채면 좋은 말이 안 나가기 마련이다. 급기야 팍~하고 터져 나와 버린다.
내 안의 감정이 평온하지 못할 때, 밖으로 나오는 반응이 성숙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지금 나의 행동, 반응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그런 행동과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감정부터 돌봐야 한다.
눈빛, 몸짓과 말로써 아이를 때리고 있다면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감정은 참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화를 참다 보면 화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에 더 예민해진다.
참을수록 더 참기가 어려워진다.
감정은 누르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표현함으로써 관리할 수 있다.
매번 상대방부터 이해해주려고 애쓰다 보면 어떨까?
도인이 아닌 이상,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
말은 ‘그래, 괜찮아’라고 해 놓고 속은 괜찮지 않으니 결국에는 괜찮지 않은 게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티는 꼭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에게 내게 된다. 보통 그 상대는 아이나 배우자 등 가까운 가족이 된다.
자신의 욕구를 서툴게 표현하며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짜증 나거나 화가 나고 소리 지르고 싶은 순간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밥 잘 안 먹을 때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리 지르고 싶고, 낮잠 안 자서 소리 지르고 싶고, 안 되는 거 자꾸 해 달래고 해서 소리 지르고 싶고, 밤에 하루 종일 지쳐서 애 재우고 나도 좀 쉬고 싶은데 또 잠을 안 자려고 해서 소리 지르고 싶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쁘다 할 때도 많지만 소리 지르고 싶은 순간도 정말 많다.
이처럼 아이와 마찬가지로 부모들도 자신의 욕구가 좌절될 때 화가 난다. 하지만 화를 내고 돌아서면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이 남는다. ‘조금만 참을 걸’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자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고 짠하다. 미안했던 일만 떠올라서 눈물 나고, 어디다 하소연할 때도 없어 답답하다. 인터넷 카페에 ‘다른 분은 이럴 때 어떻게 화를 참나요? “하고 글을 써 물어보고, 나도 그렇다는 댓글에 공감받고 위로받는다.
매일 화내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아이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또 고집스레 하면서 내 심기를 건드리면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때는 ‘나’를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하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충족되지 못해 내 감정이 지금 어떠한지 스스로를 알아주는 것이다.
물론 공감하며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해소가 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내게 필요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나를 공감해줄 사람을 만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개봉되면서 다시 화제가 되었다.
'예쁜 아이를 보고 있는데 왜 우울증이 걸리며 뭐가 그렇게 힘드냐?!'라는 뭇 어른들의 말에 스스로의 모성애를 의심하며 자책하고 있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 나고 예민하고 의욕 없는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다면 우리는 82년생 김지영처럼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서 견디고 버티며 한참 지나서 스스로를 미화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부모인 나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의 몸과 마음을 돌보느라 종종거리며 애쓰고 있는 그대여, 자기 비난이나 질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자주 따뜻하게 품어주고 지지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큼 엄마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에너지가 든다.
내 감정을 알아주지 않고 억압하고 통제하게 되면 나의 에너지가 감정을 억누르는데 모두 사용된다.
내가 너무 힘든데, 아이를 돌보고 공감해주기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고 보살필 수 있어야 아이를 더 잘 돌볼 수 있다.
나의 마음이 힘들고 화로 가득 차 있으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들고 괜히 무뚝뚝하게 행동하게 되는 이유는, 화라는 감정을 눌러 참는 것이 연습이 되어 있다 보니 다른 감정 또한 같은 패턴으로 다루게 되는 것이다.
남편에게 화가 났지만 나의 힘든 마음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나의 화의 원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은 내 마음에 그럴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에너지다. 화난 감정에 에너지가 쏠려 있으면 다른 감정을 처리할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해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선택적으로 할 수가 있다.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큼
부모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