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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의사권선생 Jan 06. 2017

E01. 헌신과 사랑, 반려동물의 당뇨 관리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모예드 '산소' 이야기

산소의 혈당관리 일지. 헌신과 사랑 그 자체다.

동물병원 진료에서는 보호자 분의 헌신과 사랑이 치료 근간이 되는 경우가 있다. 10살 사모예드 '산소' 가 그러한 경우다.


작년 2월 타 병원에서 당뇨 확진을 받고 온 산소는 작은 곰 같았다. 눈만 멀뚱멀뚱하며 "엄마 나 병원 싫어요" 하듯 내 손길만 피해 다녔다. 30Kg가 넘는 곰돌이가 작은 새끼 고양이 마냥 도망 다니는 모습에 내 입술은 순간 웃음 지을 뻔했지만, 아직 당뇨가 심하지 않다는 내 소견을 듣고 싶어 하는 보호자 분의 간절한 눈빛을 만나면서 일자로 도로 다물어졌다.


얼마 전 '아지'라는 당뇨병 투병 강아지가 허벅지 부분이 모두 괴사가 되면서 하늘나라로 갔던 기억에.. 어떻게 보호자 분께 설명드려야 할지 고민되었다. 결국 식이관리와 치료법 상담 후 퇴원드렸다. 마지막 모습이 애처롭게 기억되어 그 후 한 두 번 안부 전화드렸던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산소가 다시 방문했다. 생각보다 건강한 차림으로 여전히 내 손길을 거부하는 산소를 보며 보호자 분의 정성스러운 간호가 느껴졌다. 지난 기간 동안의 간호하신 사항을 들어보니 내가 과연 산소의 보호자였다면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일 4회 혈당 관리, 탄수화물 제외식, 순단백 위주의 식이조절, 인슐린 근육주사 투약, 일 2회 산책 등 당뇨 치료의 ABCDE를 모두 포괄하여 관리 중이었다. 게다가 산소의 당뇨 합병증 개선을 위해 합병증 치료약까지 모두 공부하여 오셨다. 정말 대단하고 생각되었다.


당뇨성 백내장이나 시력은 아직 남아있었다. 쿠싱병이 의심되나 ACTH 같은 추가 검사는 하지 않았다. 미 중성화된 암컷이라, 8월 발정 이후 혈당 조절이 잘 안된다는 보호자님 호소 외 다른 이상은 없었다. 방광염이나 국소적인 피부염 등이 확인되었다. 케톤뇨 등의 이상소견도 아직까지는 없었다.


식이요법을 적색육에서 백색육 섭취로 변경하시길 권장드리고, 항생 치료로 각종 감염성 질환의 치료를 진행하면서 인슐린 반응을 살펴보길 계획했다. 앞으로 일주일 간 혈당곡선 확인 후 인슐린 용량 증량 조절 또는 인슐린 종류의 변경 등을 고려하면 될 것 같다.


산소에게는 앞으로 여러 차례 고비도 있을 것이다. 계속 악화될 가능성도 높기만 하다. 그래도 산소는 다행이다. 헌신과 사랑에 대해 많이 느끼고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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