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즐기는 로컬 그리고 로컬다움의 경험공간
MZ 세대에게 전통시장이란
시장 곳곳 2030 소비자가 가득하고, SNS엔 전통시장 맛집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이 모든 것을 레트로 감성으로만 해석하긴 부족하다. MZ 세대가 전통시장을 찾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팬데믹의 예기치 않았던 일상 멈춤 동안 우리는 놓쳤던 일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동네 주변 사소해 보이기에 눈길 주지 않았던 일상의 요소들, 우리는 ‘골목’이 주는 감성을 경험하며 ‘로컬’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러다 엔데믹 시대가 오자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분출되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행을 비롯한 아웃도어 체험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다시 늘어난 아웃도어 체험은 과거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 로컬 문화를 즐기는 취향이 여행 트렌드와 합쳐진 것이다. 관광명소 탐방 중심에서 벗어나 일상과 연결되면서 동시에 지역의 고유성을 발견할 수 있는 ‘로컬 여행’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지역 맛집을 찾는 수준을 벗어나 ‘촌캉스’, ‘논밭뷰’ 등을 해시태그하고 ‘스파’, ‘명상’ 대신 일상적인 웰니스인 ‘불멍’, ‘물멍’, ‘들멍’을 실천하고, ‘오도이촌’, ‘워케이션’으로 적극적으로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 도심을 벗어난 라이프 스타일)’를 즐기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2023-2025)에서 밝힌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관광객들의 1순위 여행 형태는 ‘자연경관 여행지 방문’(17.3%)를 제치고 ‘현지 투어를 통한 현지 문화 접하기’가 27.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경제활동 인구 중 MZ 세대에게서 더욱 부각됐다.
로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지역 전통시장이다. 지역을 찾는 이유인 로컬다움(Locality)을 경험할 수 있는 덕이다. 로컬의 매력을 잘 아는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하나둘씩 가게를 열기 시작하며 MZ 세대의 전통시장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게 되었다. MZ 세대들은 이미 지방의 많은 전통시장을 경험한 터라 같은 눈높이의 개성 있는 가게들은 자신들을 환영하는 리셉션 데스크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MZ 세대의 전통시장 방문 움직임은 신용카드사의 통계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분석한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1~4월 매출지수 추이를 보면 2019년을 100으로 기준으로 할 때 2020년 92, 2021년 103, 2022년 123, 2023년 149로 Covid-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엔데믹인 올해에 크게 상승했다.
MZ 세대의 전통시장 방문 빈도도 크게 늘었다. 2019년 대비 올해는, 서울 신당이 117% P, 강원 강릉중앙시장 70% P, 제주 동문시장 25% P, 서울 망원시장이 18% P 상승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역시 ‘로코노미’(Local+Economy)를 주요 트렌드로 보고 로컬 가치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분석할 만큼 전통시장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흔히 MZ 세대의 레트로 취향으로 풀어내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본질적인 이유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 MZ 세대는 이미 과거 산업화 시대의 정취를 갖고 있던 골목들, 을지로, 문래동, 성수동 등을 누비며 로컬 콘텐츠에 관심을 쌓아왔다.
전통시장은 스토리가 켜켜이 쌓인 골목길과 노포가 있는 공간이다. 지역색이 강한 로컬을 즐기며 MZ 세대에겐 원천(Origin)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생겼다. “여기는 이런 스토리가 있구나.” “아버지 세대가 즐겨 먹는 ‘근본’ 맛집이 여기 있네.” 이전 세대가 경험한 것들은 여전히 생경하지만 역사적인 스토리를 갖췄다는 점에서 마인드 웰니스(Mind Wellness)로 작용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로컬을 좀 더 가까이 즐기고 싶어 하는 트렌드인 니어케이션(Nearcation, 근처 여행)과 능동적인 소비가 가능한 경험 소비가 맞물리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비록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언제든지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로컬을 느끼고자 찾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오랫동안 소비자를 잃어온 전통시장들은 마침 스스로 찾아오는 MZ 세대를 붙잡고자 로컬리티를 부각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최근 힙당동으로 불리며 급부상하는 신당동에는 빵집 ‘심세정’과 카페 ‘아포테케리’가 각각 오래된 곡식 창고와 쌀 창고를 개조해 인테리어 하는 등 신당동 싸전거리(조선시대 곡식을 거래하던 시장) 역사를 녹여내었다. 신을 모시는 사당 콘셉트의 ‘칵테일바 ‘주신당’ 역시 신당동의 색깔을 선명히 하고 있다.
지역성보다 대중적인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광장시장, 경동시장은 MZ 세대의 일상에 참여하려는 대기업과 유명 프랜차이즈의 팝업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을 운영하고 있고 노브랜드의 상생스토어 역시 경동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맥주는 광장시장에 팝업스토어 ‘제주위트시장바’를 열었고, 카페 어니언은 광장시장 초입 60년 된 금은방을 개조해 노상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기업인식 조사’에 의하면 MZ 세대는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 방법으로 ‘MZ 세대와의 적극적 소통행보(70%)’를 첫 손에 꼽았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선 MZ 세대의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MZ 세대에게 특별한 일상이 된 전통시장은 매력적인 접점이다.
전통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난다는 것은 ESG 관점에서도 유리하다. 한때 전통시장의 상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경쟁 관계로만 여겨지던 대기업은 ‘노브랜드의 상생스토어 모델(대기업이 전통시장 상인들이 제공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방문객을 늘리는 상생 모델)’을 통해 파트너 관계로 바뀌고 있다.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은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의 배경엔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연합회, 케이디마켓 등과 4자 상생 협약을 맺을 정도로 상생 활동에 노력한 스타벅스의 진심이 있었다. 가치 소비에 진심인 MZ 세대에게 전통시장과의 윈윈(win-win)하려는 모습은 기업에 대한 호감으로 돌아온다.
MZ 세대가 전통시장에 열광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자. 팬데믹의 ‘스테이홈’(Stay Home) 기간 동안 MZ 세대는 일상의 깊이를 느끼게 되었고 이는 로컬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든지 빠른 로컬로의 이동으로 ‘쿼렌시아(querencia, 정서적인 피난처, 안식처)’를 맛보고 싶은 욕구가 로컬 가득한 전통시장으로 발을 돌리게 했다.
로컬리티에 진심인 청년 창업가들과 라이프 쉐어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계기가 되어 전통시장은 MZ 세대에게는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기업에게 전통시장은 MZ 세대의 일상에 참여하는 라이프 쉐어링의 공간이자 ESG의 실천 공간이기도 하다. MZ 세대의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그저 지나가는 유행으로 봐선 안 된다. 현상을 넘어 원인을 들여다보고, 접점을 섬세하게 만들어 간다면 MZ 세대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Root from 'Cheil Communication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