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남성성 #남성의마인드쉘터
3년 전 한남동을 걷다 마주한 검은 벽돌담 한편에 있던 간판은 잊을 수 없다. 한눈에 들어올 만큼 매우 인상적이어서 그 간판에 이끌려 빨려 들어가다시피 한 곳이 바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바버샵(Barber Shop). 입구의 간판이 동맥, 정맥, (Barber Chair), 거품 면도가 가능한 면도솔, 가죽 에이프런에 더해 대기실에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시가(Cigar)를 즐길 수 있게 해 한눈에 봐도 멋진 남자를 위한 공간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이후 잊고 살았던 바버샵이 지금에야 일상에서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바버샵의 역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에게는 상당히 뒤늦은 채택이다. 바버샵의 역사는 2000년 4월 기네스 등재 기록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샵은 1805년 윌리엄 프란시스 트루핏(William FrancisTruefitt)에 의해 설립된 트루핏 앤 힐(Truefitt & Hill)이다.
홍대나 청담에서 벗어나 동네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바버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용실에 밀려 문을 닫은 이발소의 부활인가 아니면 미용실에 대한 반발로써 남성성을 뽐내는 공간일까
1956년 미국의 성(性) 과학자 솔로 킹의 저서 ‘미국의 성혁명’에서 언급된 유니섹스(unisex)는 사회, (Genderless)나 안드로 진(Androgyne)의 흐름으로 진화되면서 성(Gender) 정체성을 부각하는 모습은 구태(out of date)가 되었고 실제로 일상에서 개별 성별만을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은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전의 이발소가 미용실로 대체되고 지금의 바버샵이 도입되는 흐름을 양성적 흐름에 반발해 남성성(masculinity)을 강조하기 위함으로만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남성성을 강조하거나 해소하기보단 지금의 젠더리스 흐름에 잘 동화할 수 있는 ‘여성과 조화로운 남성’이 되려는 노력이 커짐에 따라 바버샵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한다. 남성의 아이덴티티가 지켜지지만 상대가 거부감이 느끼는 남성성을 보이지 않고 잘 가꿔 호감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조화로운 남성임을 잘 아는 것이다. 20~30대의 여미족(Young Urban Male), 40~50대의 노무족(No MoreUncle),60세 이상의 액티브 시니어족(Active Senior) 모두에게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할 줄 아는 그루밍족(Grooming)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화로운 남성성을 만들어가기에 아무래도 미용실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염색이나 펌을 위해서는 미용실이 유리할 수 있지만 커트가 중요한 투 블록이나 슬릭백 언더컷 등을 연출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게다가 한 시간이나 걸릴 만큼 디테일한 커트에 습식 쉐이빙은 그간 미용실에서 소외되었던 남성의 사소한 로망이었으며, 슈케어(Shoe Care) 서비스와 같이 각별한 배려를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버샵은 그루밍의 공간 이기도 하지만 마인드 쉘터(Mind Shelter)이자 퀘 렌시아(Querencia)의 공간이다. 바버샵을 즐겨 찾는 CEO덕분에 현대카드는 사내에 바버샵이 있다. 회사 내에 설치한 이유는 ‘일과 삶의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기에 가능하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잠깐이라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읺을 피난처는 필요하고, 그 짧고 깊은 시간을 즐기면서도 언제든 다시 싸움터로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써 바버샵을 채택했을 것이다. 일상에서 짧지만 양질의 휴식으로 패스트 힐링이 가능(Fast Healing)이 가능한 공간으로써 바버샵이 역할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깊이감 있는 소품과 조명(시각), 레트로 한 음악(청각), 위스키(미각), Cigar(후각)를 즐기면서 심리적인 힐링을 제공받는다.
지금 일상에서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바버샵은 조화로운 남성성을 만드는 공간이자 치열한 하루에서 잠시 벗어나 더 나은 생각을 만드는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 같은 공간인 것이다.
진정한 깊이 있는 제3의 공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