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 질문을 올린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답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정도 오염이면 선뜻 맡겠다는 세탁소가 없으리라. 게다가 고급 명품 스카프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세탁소가 뒤집어쓰기 딱 좋으니 “우리는 못합니다.” 하고 마는 곳들이 많겠지.
“제 친구가 여기 버버리를 맡겼는데, 감쪽같이 얼룩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두 번째 댓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오래 걸린다는 게 무슨 뜻일까? 2주? 3주? 아니면 한 달? 1년? 댓글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파트 바로 앞의 상가 세탁소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복도 끝에 중년의 안경 낀 남자가 내가 걸어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서 있었다. 무슨 런웨이도 아니고 양손에 잔뜩 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아서 어쩌겠다는 거요?
“왜 그쪽에서 오십니까?”
그럼 다른 쪽에서 와야 하는 건가? 나는 상가 건물 정문으로 들어왔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내린 지점에서 표지판을 따라 걸어온 것뿐이었다.
“다른 입구가 있나요?”
그는 말없이 반대편 철문을 향해 걸어갔다. 따라오라거나 이쪽이 지름길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회색 철문을 열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었다. 108동 B1. 그럼 우리 집에서 삼십 초면 바로 올 수 있었던 거다.
“이렇게 지하로 연결돼요.”
“아, 그렇네요. 바로 지하로….”
“비가 오면 이리로 오세요. 지하로.”
세탁소는 기차 모양의 길고 좁은 형태였다. 터널을 들어가듯 세탁소 안쪽 끝까지 들어가니 작은 체구의 여인이 재봉틀을 차르르 박고 있었다.
“귀한 스카프인데, 오염이 생겼어요. 뭔가 묻은 건지 모르겠어요.”
주인은 내가 내민 스카프를 보더니 돋보기를 가져왔다.
“심각한데요.”
암 병동 의사처럼 엄중한 목소리였다. 지금 중요한 건 그가 결코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 주세요. 다들 여기 가면 살릴 수 있다고 해서 왔어요.”
그는 마치 수술대의 램프처럼 스탠드를 켜고 다림대 위에 스카프를 올려놓았다. 재봉틀을 하고 있던 여인이 일을 멈추고 다가왔다. 세탁물을 잔뜩 어깨에 지고 들어서던 또 한 사내도 다가왔다. 모두 넷. 우리는 모두 무거운 정적 속에서 스카프를 둘러싸고 서있었다. 침묵 끝에 내가 간신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