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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Nov 25. 2023

아침밥이 육회라고요?

 진주 육회비빔밥





일로 여러 도시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된다. 음식도 맛이지만, 그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맛있다.


아침 9시면 중앙 시장 중간쯤 진주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아 육회비빔밥을 먹는다.  육회 비빔밥에는 으레 칼칼한 선짓국이 따라 나온다.




진주에는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진주에는 우시장이 있었다. 비록 열악한 소규모 우시장들이었지만 당연히 그 곁에 도축장도 따라 발달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를 잡은 후 저장할 시설이 마땅치 않아,  지역 사람들이나 힘 좀 있는 사람들이 바로잡은 신선한 생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1920년대부터 비로소 냉장 설비가 갖추어지면서 우시장은 소위 '상설 시장'이 되었고, 전문 도축가인 백정들이 진주에 모여 살았다. 천대받던 백정들의 인권을 선비들이 함께 주장하며 일으킨 백정 해방 운동은 진주라는 도시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사건이다.






우시장, 도축장, 정육점, 음식점의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생고기 전문 대중음식점이 생겼다. 육회비빔밥 전문점의 역사도 100년이다.  요즘도 육회비빔밥 집에 가면 신선한 부위별 생고기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른 오후 '천엽 없음' 내건 집도 보인다.





진주의 육회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 비빔밥은 그전에도 있었다.  집집이 남은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농사꾼들이 농번기에 바쁠 때 대충 쓱쓱 비벼 먹어 생겼다는 설이 제일 그럴듯하다. 의병들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하여 집집이 음식을 모아 비벼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 섞어 나누어 비벼 먹으며 배고픔을 채운다는 것이다.





진주 육회비빔밥은 다르다. 일단 고기가 후하다. 빔밥에는 신선한 생고기를 썰어 듬뿍 얹어주고, 냉면에는 육전을 올려준다.  고기 인심에 눈으로 한번 맛보고 입으로 맛본다. 호사스럽다.


붉은 꽃처럼 펼쳐진 육회와 그 아래 다소곳이 숨을 죽이고 있는 고운 채소들을 살살 비벼 눈으로 입으로 기억으로 남기는 것이 진주 아침 의 즐거움이다.


일하러 갔는지 먹으러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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