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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Dec 28. 2023

스트레인저 인 뉴욕 Day2

크리스마스 트리

  




  며칠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시간을 두리번 거리고 있어서입니다. 글은 활자로 남기는 것인데 글로 남길 정도로 이 도시를 알지 못해서요. 다행이 며칠 사이 발전도 있습니다. 이제 Av와 St를 구분하게 되었고, 전철역을 찾아 다운타운과 업타운을 오갈 수 있게 되었어요. 온 종일 걷다가 하루 한끼 뉴욕의 맛집도 찾아 맛보고 있으니 대단한 발전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뉴욕에 도착한 만큼, 연말의 정취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때 아니면 못 볼 풍경들이 있을테니까요. 12월 24일은 아침 일찍 뉴욕 시내로 나갔습니다. 일단 제일 번화한 타임스퀘어에서 시작해서 부근 크리스마스트리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어요. 여행자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뉴욕에서 트리를 따라 걷는 것이 무슨 의미겠어요? 그냥 트리가 주는 정서, 기억을 여행지에서라도 느껴보고 싶어서겠지요.


  커피를 마시며 걸어갈 구간으로 구글맵 점찍기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모든 곳이 문을 닫으니 24일 경험할 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았는데 마침 크리스마스이브까지만 오픈하는 Union Square Christmas Market이 있고 위치상 가장 남쪽이라니 홀리데이 마켓에서 돌아다니다 추우면 핫 초콜릿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여정을 정했습니다.


 걷기 시작. 크리스마스이브 낮에는 한산했어요. 아이들과 트리를 구경 나온 가족들과 이 시기에 맞춰 뉴욕을 찾은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나? 생각했죠. (물론 그건 제가 밤의 뉴욕을 보기 전의 착각이었지만요.) 록펠러 센터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제일 먼저 Christmas Balls and Lights가 나타났습니다. 반질반질하게 설탕을 코팅한 거대한 붉은 사탕을 올려놓은 모양인데 특히 밤에  건너편 라디오 시티의 네온사인과 함께 담으면 아름답다고들 해요.




  

  사탕을 지나, 크리스티 경매 건물 쪽을 지나 그 유명한 록펠러 센터의 아이스링크에 도착했어요. 아이스링크에는 황금빛 프로메테우스 조각이 있어요. 제우스에게 불을 빼앗아 인간에서 준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평생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이곳에선 비스듬히 유영하는 미소년의 모습입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듯 보여요. 이 아이스링크는 록펠러 센터 안으로 들어가 지하 1층에서 볼 수도 있는데, 저는 프로메테우스가 가까이 보여서 이곳이 좋았어요. 추운 날은 바로 옆에 블루 보틀 카페가 있어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이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이야기가 있지요. 미국의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조는 1912년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처음 세워진 트리라고 해요. 당시 집에 트리를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복지로요. 1931년에 14층짜리 록텔러 센터가 건설 중이었는데 경제 공황의 정점에서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돈을 모아 크리스마스트리용 전나무를 가져다 놓았대요. 각자 집에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크랜베리 가지를 가져다 장식했고 그 트리 아래 줄을 서서 일당을 받아 갔다고 합니다. 이 사진이에요.





  1933년 록펠러 센터는 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매년 일종의 전통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공식 점등식을 시작, 1939년에는 아이스링크를 열어 스케이팅 대회도 열었다고 합니다.  1950년부터 nbc가 점등식을 아예 TV로 중계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20명 인부가 동원되어 9일에 걸쳐 장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어요. 트리 맨 꼭대기에 스왈로브스키의 빛나는 크리스탈이 반짝이고요.  록펠러 센터에는 매년 크리스마스 트리를 심사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고 매년 미스코리아처럼 키와 형태에 최고 점수로 합격한 나무가 이곳의 트리로 낙점된다고 합니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반대쪽에는 쇼핑가인 5번가의 삭스 백화점이 있고, 올해는 크리스챤 디올과 콜라보를 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나이트쇼가 열려요. 나이트쇼는 밤에 보고 싶어 나이트 워킹 투어를 신청해서 밤의 크리스마스 길을 걸어 보았어요. 뉴욕의 연말은 낮에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거의 광기에 가까운 소음과 빛과 음악이 교차하는 신기한 경험이에요. 고담 시티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개를 올리는 순간 지갑이 없어진다고 하는 5번가 길을 따라 걷다 본 바이런트 공원의 트리가 저는 가장 아름다웠어요. 앞에 아이스링크와 작은 크리스마켓 가게들이 줄지어 선 이곳은 뉴욕 공립도서관과 붙어 있는 뉴욕 직장인들의 점심 장소이기도 하대요.



  

  아직 여독과 감기로 고생하고 있긴 하지만 그날 그날 뉴욕 날씨와 컨디션을 고려하여 일정 시간은 MOMA나 미술관 등 실내에 머물며 매일 이런 저런 일정 짜기에 재미를 붙여갑니다.


  뉴욕을 떠나는 순간까지 아마 나는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거대하고 다채로운 회색빛 코끼리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느낌.


  오늘은 뉴요커 디자이너인 조카를 만나러 첼시 마켓에 갑니다.  0과 0 st, 0 av에서 만나자는 말이 점점 익숙해져 갑니다. 그런데 아직 궁금한 게 있어요. 뉴욕 사람들은 비 오는데 왜 우산 안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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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1. Grumpy cafe의 iced oatmeal latte (엄마가 더운 여름 얼음 띄워 만들어준 미숫가루 맛)

2. Bites of Xi'an 56(수제비, 갈비찜, 육개장을 섞어 놓은 든든한 겨울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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