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안고 자거나 들고 다니는 애착 인형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유치원에 갈 나이의 어린이들도 애착인형을 늘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비비고 안고 곁에 둔 애착인형이 있다는 것은 마음의 안정감과 혼자가 아니라는 평온함을 주는 것이리라.
어릴 때 나의 애착인형은 아버지가 출장길에 사다 주신 플라스틱 인형이었다. 그 인형은 눕히면 눈을 감고 세우면 눈을 뜨는 줄리라는 곱슬머리 파란 눈의 아이였다. 아이를 안았을 때의 독특한 딱딱함이 아주 포근하진 않았지만, 나는 자랑삼아 줄리를 어디든 데려갔다.
이사를 가면서 줄리가 사라져 몇 날 며칠을 울었던 기억도 난다.. 줄리가 차가운 길바닥이나 잡초 더미 어딘가에 누워 추워에 떨고 있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 이후 나는 어떤 인형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떤 인형도 줄리를 대체할 수 없었다는 것에 가깝다
나는 오이 캐릭터를 만들면서 오이 굿즈도 만들고 싶었다. 위로와 힐링 메시지를 담은 오이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굿즈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애착인형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부들부들한 토끼나 강아지 인형을 좋아하지만, 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애착인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포근히 안고 잠들고 눈을 뜨는 느낌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다. 어른들은 가방에 매달고 다닐 수 있는 키링 인형으로 만들자. 그래서 지원사업계획에 애착인형 샘플 유아용, 성인용 2종을 적어 넣었다.
나는 한 번도 인형을 제작해 본 적도, 인형 제작 공정이나 완구 산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없었다. 창업 후 공부를 위해 찾아다닌 콘텐츠 세미나에서 만난 몇 대표님들이 생각났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이 기억났다. 봉제인형 샘플을 소량 제작해주기도 한다고 했던 분의 명함을 찾아 전화를 해보았다.
정작 통화를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샘플 제작의 벽이었다. 샘플이 먼저 나와야 본격적인 제작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샘플 제작 비용이 예상보다 높았다. 그나마 샘플을 만들어주면 다행이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샘플 제작 자체를 하지 않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타깃 설정의 딜레마였다. 업체들은 명확한 타깃(연령대, 용도, 수량)이 필요했는데 나는 오이 인형을 영유아용으로만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인형이라는 콘셉트를 업체에게 전달하자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전 연령대를 위한 애착 인형'이라는 모호한 개념에다 예산도 적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영유아용인지, 성인용 인테리어 소품인지 명확해야 제작 방식이 달라진다는 설명 조차 하기 피곤했을 것이다. 업체 대표님들에게 샘플 제작은 하나 마나 한 작업인 데다 나의 이런 생각을 이해할 여유도 없으셨을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제한된 예산과 제작 기일이었다. 나는 중국 업체에게 단가를 문의했지만 수량, 관제가 별도로 붙는 납품가, 빨리 넘겨야 하는 캐릭터 시안 일정 등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정보도 구할 겸, 캐릭터 산업 공부도 할 겸 당시 열리고 있는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 갔다. 난생처음 가보는 캐릭터 페어인데 아주 아주 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스도 둘러보고 공부도 하고 그동안 아는 대표님들도 만나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다. 평소에 전시하는 분들이 부스 운영에 바빠 변변히 제대로 된 사진 남기기도 어려운 것 같아서 사진도 예쁘게 사진도 찍어 보내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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