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카이 님은 일러스트 작업 중이었고, 인형 대표님은 부산 공장에서 작업 중 기계가 쉴 때 만들어준다던 인형 샘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대학교와 기관 웹소설 강의, 주 3일 강의를 하며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전시를 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작년 페스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부스 수준이 높았다. 각 콘텐츠 기업들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스티커, 마그넷, 캐릭터 인형, 체험 제작 키트 등으로 부스마다 방문객들이 넘실댔다. 나는 굿즈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팝업 부스가 아닌 스토리 IP여서 뭔가 보여줄 것이 상대적으로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코엑스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부스가 떠올랐다. 그림책 작가의 부스였는데 책을 기반으로 해서 스토리가 있는 부스 구성이었다. 그때 작가분 명함을 받아둔 것이 생각나 문자를 보냈다. 나를 기억한다면서 마침 전시를 하니 시간이 되면 오라고 하셨다. 내가 사랑하는 강북, 서소문의 작은 골목에 있는 카페였다.
그림책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만 도예, 판화, 일러스트,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그림책 스토리를 확장해서 공간 구성과 전시도 아름답게 스타일링한 전시였다. 나는 곧 있을 페스타 전시 예산과 규모로 어떻게 전시를 구성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나에게 작가님은 아주 구체적인 도움말을 해주셨다.
나는 당시 코엑스에서 틈틈이 찍어 놓았던 작가님 부스 사진을 구글 포토에서 열어 "이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물었다. 작가님이 반색을 했다.
"저도 제 부스 사진을 이렇게 담아 두지 못했는데, 저 사진 좀 보내주세요."
한 백 장쯤 되었다. 그만큼 그 부스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작가님은 사진을 보면서 이 스탬프는 어디서 했고, 이 액자는 어디서 했고, 이 벽은 어떻게 꾸몄는지 업체까지 알려주셨다. 한 시간 넘게 진심을 다해 설명해 주셔서 도저히 그냥 일어날 수가 없었다. 카페의 전시 작품 중에서 나는 작가님의 판화 한 점을 샀다. 작가님은 이렇게 전시에 초대해도 실제로 오는 분들도 적은데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도움을 받은 것에 비하면 작은 정성이었는데... 작가님이 찍어준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물어보니 스노 어플에서 작가님이 프리셋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오랜만에 한우 먹었다고 프리셋을 캡처해서 선물로 주셨다. 우연히 만난 전시 작가와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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