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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Apr 18. 2021

입기술 vs 손기술

기술력의 두 종류

우리가 흔히 '기술이 있는 엔지니어'라고 하면 기계 또는 전기 설계도면을 그려내거나 프로그램을 뚝딱 개발해내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제조업체에서 고장난 제품의 원인을 찾아 부품을 교체해내는 '기술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직접 무언가를 개발하거나 생산해낸다는 점이다.


팀장이나 부서장과 같은 관리자들은 더 이상 본인 손으로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는다. 소싯적 한가닥 하던 기술자였으나 실무에 손 놓은지 오래라 신입사원 보다 서투른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면 이들은 기술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 엔지니어가 하는 일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 기반 회사는 크게 연구개발, 생산, 판매 조직으로 나눌 수 있는데, 판매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본인 손으로 무엇을 해결하지 않는다. 이들 또한 기술력이 없는 허당일까?


개인적으로 기술력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편의 상, 개발이나 생산 실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의 전형적인 기술을 '손기술'이라 부르고, 기술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상대방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입기술'이라 부르고자 한다. '입기술'이라 하니 실제로는 아무 것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있는 '요란한 빈수레'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계도면을 직접 그리진 못하더라도 도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거나,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코드를 보고 어떤 로직을 구현하고자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면 해당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자로서 개발 방향이나 업무를 기획하고 실무 엔지니어와 논의할 수 있다. 입기술이 되는 영업 담당자는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고 설득할 수 있다. 방금 언급한 업무들은 의사결정이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입기술은 기술 기반 회사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입기술에 능한 '프로 입기술러'가 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말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이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기술의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정확성 또한 중요한데, 꾸준한 팩트체크를 통해 본인이 알고 있는 개념이 잘못되었거나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Out-of-date) 내용은 아니인지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런 점에서, 연구개발 또는 생산 조직의 관리자나, 판매 조직의 영업 및 마케팅 기획 담당자 상당수가 엔지니어 출신인 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인다.


입기술은 말이나 글을 통해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통찰이 전달될 때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가 제품에 담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조리있게 말하는 발표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이 도움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술 지식을 상대방이 소화하려면 듣는 이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나 예시를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굿리스너(Good Listener)로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수준을 파악하는 능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니, 입기술은 기술에 대한 하드스킬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소프트스킬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급 역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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