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디 May 16. 2021

AI가 되자

노답상사에 대처하는 자세

토요일 오후 늦게 직장 동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협력업체가 잘못된 부품을 입고하는 바람에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


우선,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협력업체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하루 이틀 일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나 신신당부했는데 이런 걸 놓치나? 일을 이렇게 못해? 내 안의 깊은 곳에서 한숨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나. 관련 업체들이 주말에 일을 하지 않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는가. 월요일에 출근하면 여기저기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찾는 수 밖에.. 바쁜 아침이 되겠구만.


주말에 업무연락은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팀장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 토요일 저녁,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요약하고 월요일 아침에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일요일 오전이 되자 날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냐며, 정신이 있는 거냐며,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거냐며.. 협력업체의 실수이지만 담당자로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인데..,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SO WHAT?


사실, 이 업체는 과거에도 문제가 있었던 터라,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보상 내용이 발주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몇 차례 건의했었다. 그 때마다 팀장은, 이쪽 업계 관행상 그런 계약조건을 요구하는 건 불가하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생각할수록 부글부글 끓는다. 위장이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극심한 두통이 몰려온다. 건설적인 비판이 담긴 조언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본인의 과오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인신공격성 발언이 포함된 비난이라니.. 이런 분한 마음으론 오늘 밤도 곱게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다. 챌린징한 목표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발전적인 스트레스라면 납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사람이다. 벼룩시장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1위는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진 출처: 벼룩시장구인구직


회사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답이 없다. 특히, 본인이 옳다는 몹쓸 신념에 사로잡혀 귀를 막고 비난을 일삼는 내로남불 안하무인 타입의 상사가 있다면, 마음 한 켠에 부서이동 또는 이직을 늘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사수가 이상한 분이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시간이 지나 모든 동료들이 그분과 마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포스팅은 그런 '노답상사'을 대하는 노하우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 관계라는 게, 진심으로 대하며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맞춰나갈 수 있다. 하지만,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럴 땐, 결국 피하는 게 상책이다.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비합리적인 요청을 하는 경우, 일단 감정을 빼자. 내면의 차가운 이성을 최대한 끌어내 논리적으로 상황을 정리하자. 플로우차트 형태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그 다음에는 프로토콜대로 대응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혹여나 말 같지도 않는 헛소리에 반응하여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면 정신 건강에 몹시 해로울 수 있다.


노답상사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 감정소모하지 말자. 쓸데 없는 부분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자. 모짜르트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고 평정심을 찾자. 굳이 인간적으로 대하지 말자. 그냥, AI가 되자. 로봇이 되자. 기계가 되자. 노답상사와 관련 없는, 정말 중요한 일에 역량과 에너지를 집중하자. 당신의 멘탈은 소중하니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