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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Aug 20. 2015

가난 앞에서, Why가 아닌 How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가난

5년 전 어느 날 아침이었다. 

한국에서 일하던 사무실이 여의도에 있었다. 좀 이른 출근 길에 청소나 식당일을 하시는 것으로 보이는 피곤한 얼굴의 아주머니와 길에서 장사를 하는 분, 그리고 걸인을 지나쳤다. 이후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장인이 과도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내 곁을 지나갔다.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를 맡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뼈 빠져라 일하고 쉬지 않고 일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고 더 힘들어지고, 엎친 데 덮친 힘든 일만 생기고 편히 쉬지도 못하는데, 어떤 이는 복을 많이 받아 머리도 좋고 재산도 많고 건강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하나님의 전권에 대항하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궁금해하는 게 아니다. 난 그저 그런 차이를 좁혀가기 위한 일을 평생 하고 싶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길에 멈춰 서서 핸드폰에 황급히 이 순간의 생각을 기록하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7년 전, 아직 순수하고 철없던 20대 초반. 방글라데시에서 1년 간 봉사활동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갔을 때다. 너무나 달랐던 환경의 차이로 인한 후유증인지, 처음 얼마 간은 적응이 잘 안 됐다. 가난하고 지저분한 도시 빈민가에서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가정을 방문하며 함께 지내다가, 없는 것 없이 풍족한 한국에서 지내니 그들에게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하는 것 같고.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에 누우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이불 한 장 없이 자던 여인들이 생각났다. 마트에서 건강보조식품을 고르면서, 그곳 사람들은 아파도 약 하나 사 먹기 힘든데 난 이렇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우울해지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이런 차이가 "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답답함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난 다시 방글라데시에 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왜"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7년 전, 내가 펼치고 싶은 꿈과 희망 앞을 거대한 몸뚱이로 가로막던 "가난"이라는 장벽. 

가난으로 인한 권리의 박탈, 존엄의 박탈, 기회의 박탈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나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엔 가난의 문제가 너무 컸다. 

이들을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 글을 쓰는 것으로 이들의 삶을 알리는 것이 내가 받은 사명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곳에 와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이후 그 꿈은 이루어졌고, 나는 NGO에서 후원자들을 찾고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싶다.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든지. 


*

꼭 국제개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개발국 경험을 해 보는 건 인생에서 참 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개발국에 오면 "가난"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가난에 대한 인문학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내가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로 바꾸었듯이, 이곳에서의 시간들은 나의 생각을 다듬었고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래서 결론은 방글라데시로 오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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