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2위에 빛나는
"Dhaka, 2nd least livable city in the world"
한 번씩 보는 방글라데시 영자 신문에 깜짝 놀랄 기사가 났다. 다카가 2015년 조사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힘든 도시에 뽑혔다는 이야기. 더 기가 막힌 건 지난 5년 간 영예의 1위를 차지하다가, 올해 분쟁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 자리를 내 줬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살고 있는 다카가 이 정도였나?
잘 느끼지 못할 만도 한 것이, 나는 다카 외에는 해외에서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비교군이 없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꽤 많은 국가들을 출장으로 다녔지만, 주로 국경 지역 등 변두리 지역이 출장지였기 때문에 수도를 겪어 볼 틈이 없었다. 어떤 도시들은 그저 겉으로 보기엔 다카와 비슷하던데..... 그래도 아프리카의 그 어떤 도시도, 다카보다는 나은가 보다.
이 조사는 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라는 곳에서 실시한 것으로,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보건 서비스, 교육, 문화, 환경,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전 세계 모든 국가의 도시를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니네.) 내가 사는 동네가 다카에서 환경이 엄청 좋거나 매우 안전한 중심지는 아니지만, 물과 가스가 끊기지 않고 정전이 돼도 발전기가 돌아가는 집에 살아서 잘 몰랐나 보다. 많은 현지인이 물 공급과 전기 문제로 일상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보건, 교육, 문화, 환경 등의 부분에 있어서도.
굳이 억지로 긍정적인 결론을 맺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곳 다카에서 난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살고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이 도시 다카에서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적어 보자면, 이렇다.
신변의 안전을 지키는 선에서, 현지 문화에 최대한 뛰어들어 보는 것.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단 릭샤를, 릭샤 보단 로컬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재밌다.
물론 더 불편하다. 하지만 릭샤를 타면 자가용을 타고 다닐 땐 전혀 몰랐던 많은 풍경들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릭샤에서 내려 걸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거의 익스트림 스포츠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로컬 버스 이용. 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포인트에서 느리게 움직일 때 뛰어올라 타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 내리는 것도 스릴 있다. 현지인 가득한 버스 안에 몸 부대끼어 타는 것도 신기한 체험이고 모험이다.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여 스마트폰만 보고 있지 않다. (대부분 스마트폰이 없다) 시골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매일 출퇴근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게 아니어서 느끼는 재미일 수도 있다는 함정)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퇴근하여 귀가한 후, 아직 해가 지기 전에 계획에 없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툭툭이라고 해야 하나, 이곳에서는 CNG라고 부르는 바퀴 세 개 달린 택시를 탔다. 정말 아무런 생각도 기대도 없이 멍하니 가고 있는데, 해질 무렵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세상에, 그 하늘이 너무나 예쁜 거다. 너무 아름다워서 강렬히 기억에 박혔다. 뜻밖의 외출이 아니었으면, 집에 있었으면 못 만났을 순간.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삶은 살만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게 뜻밖에 마주치는 아름다운 순간, 행복한 순간들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같다.
이곳 다카에서도.
이곳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2위에 빛나는 다카를 미화하려는 건 아닌데, 이렇게 결말을 짓게 되네.)
기사 출처 The Daily Star
http://www.thedailystar.net/country/dhaka-second-least-livable-city-the-world-129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