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kjaya Aug 27. 2015

나의 도시, 다카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2위에 빛나는

"Dhaka, 2nd least livable city in the world"


한 번씩 보는 방글라데시 영자 신문에 깜짝 놀랄 기사가 났다. 다카가 2015년 조사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힘든 도시에 뽑혔다는 이야기. 더 기가 막힌 건 지난 5년 간 영예의 1위를 차지하다가, 올해 분쟁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 자리를 내 줬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살고 있는 다카가 이 정도였나?


잘 느끼지 못할 만도 한 것이, 나는 다카 외에는 해외에서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비교군이 없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꽤 많은 국가들을 출장으로 다녔지만, 주로 국경 지역 등 변두리 지역이 출장지였기 때문에 수도를 겪어 볼 틈이 없었다. 어떤 도시들은 그저 겉으로 보기엔 다카와 비슷하던데..... 그래도 아프리카의 그 어떤 도시도, 다카보다는 나은가 보다.


이 조사는 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라는 곳에서 실시한 것으로,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보건 서비스, 교육, 문화, 환경,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 내가 사는 동네가 다카에서 환경이 엄청 좋거나 매우 안전한 중심지는 아니지만, 물과 가스가 끊기지 않고 정전이 돼도 발전기가 돌아가는 집에 살아서 잘 몰랐나 보다. 많은 현지인이 물 공급과 전기 문제로 일상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보건, 교육, 문화, 환경 등의 부분에 있어서도.


굳이 억지로 긍정적인 결론을 맺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곳 다카에서 난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살고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이 도시 다카에서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적어 보자면, 이렇다.

신변의 안전을 지키는 선에서, 현지 문화에 최대한 뛰어들어 보는 것.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단 릭샤를, 릭샤 보단 로컬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재밌다.

물론 더 불편하다. 하지만 릭샤를 타면 자가용을 타고 다닐 땐 전혀 몰랐던 많은 풍경들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릭샤에서 내려 걸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거의 익스트림 스포츠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로컬 버스 이용. 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포인트에서 느리게 움직일 때 뛰어올라 타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 내리는 것도 스릴 있다. 현지인 가득한 버스 안에 몸 부대끼어 타는 것도 신기한 체험이고 모험이다.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여 스마트폰만 보고 있지 않다. (대부분 스마트폰이 없다) 시골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매일 출퇴근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게 아니어서 느끼는 재미일 수도 있다는 함정)


로컬 버스 안에서. 이 사진을 찍은 나의 공간을 상상해보시길.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퇴근하여 귀가한 후, 아직 해가 지기 전에 계획에 없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툭툭이라고 해야 하나, 이곳에서는 CNG라고 부르는 바퀴 세 개 달린 택시를 탔다. 정말 아무런 생각도 기대도 없이 멍하니 가고 있는데, 해질 무렵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세상에, 그 하늘이 너무나 예쁜 거다. 너무 아름다워서 강렬히 기억에 박혔다. 뜻밖의 외출이 아니었으면, 집에 있었으면 못 만났을 순간.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삶은 살만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게 뜻밖에 마주치는 아름다운 순간, 행복한 순간들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같다.

이곳 다카에서도.

이곳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2위에 빛나는 다카를 미화하려는 건 아닌데, 이렇게 결말을 짓게 되네.)


기사 출처 The Daily Star

http://www.thedailystar.net/country/dhaka-second-least-livable-city-the-world-129154


매거진의 이전글 가난 앞에서, Why가 아닌 Ho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