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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 Jun 01. 2018

애밀리 디킨슨

슬픔과 기쁨과 고통과 즐거움으로 떠들썩한 마을이 있었다. 마을은 언제나 대화 소리, 노랫소리, 마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고함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마을의 한 여자는 들었다.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무섭고도 아름다운 첼로 음악을.


하지만 그 외의 그 누구도 이 선율을 듣는 이는 없었으니, 여자는 말한다. 들리나요? 이 진동하는 소리.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흐느낌 소리, 깊은 밤이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영원히 반복되는 음악소리가? 그들은 손가락질한다. 정신이 약간 나간 게지. 


밭을 갈 때도, 잠시 시간이 멈춘 해 질 녘에도, 정다운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때도- 이 심연의 주자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어떤 틈에서라도 선율이 튀어나와, 이 여자의 귓가에 울리도록. 그러면 여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계속 듣는다. 우주의 진동하는 흐느낌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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