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국 치앙마이 커뮤니티 기반 지속가능성 교육 기관 ISDSI
태국에서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 ISDSI (International Sustainable Development Studies Institute)를 찾았다.
ISDSI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태국의 비영리 교육 기관으로, 미국의 대학과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태국의 문화, 생태, 공동체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16주 한 학기 동안 태국 언어와 사회,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 산림의 정치 생태학, 안다만의 문화와 생태 강의를 수강하고 18학점을 받는다. 여름 6주 단기 프로그램은 농업 생태학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커피, 초콜릿, 대마초이다. 학생들은 태국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여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등 현장 실습에 기반을 둔 교육을 받는다. 1998년 6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미국의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6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한국에서 성인들을 위한 인생학교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다는 나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인터뷰 요청을 했고, ISDSI 캠퍼스 안 카페에서 ISDSI 프로그램 개발자이자 이사인 마크와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ISDSI 캠퍼스 ⓒ 양석원
- 25년 전에 여섯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네요.
"태국어로 'ให้ชาวบ้านมาเป็นครู', '마을 주민이 선생님이 되게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개발에 대해 가르칠 수 있겠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마을 주민은 전통적인 농사 방식을 더 잘 알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대로 내려오는 종자 보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교육 프로그램의 접근 방식은 커뮤니티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현지의 지혜, 현지의 지식, 현지의 방식을 강조하는 커뮤니티 기반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에서 보냈지만 매달 한 주 정도는 마을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가장 강력한 학습이 마을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마을에서 보내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 일은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지역 사회가 프로그램에서 많은 자율성을 갖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교사라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를 퍼실리터이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돕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뒤집습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이를 뒤집습니다. 마을 주민들, 소외된 사람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발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커뮤니티 지역사회 기반 교육이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를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 구체적인 사례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저도 궁금해서 함께 일하는 마을 주민 중 20년 넘게 알고 지낸 메홍손 지방의 마을 원로이기도 한 사조 아저씨에게 미국 학생들이 마을에 오는것이 귀찮지 않은지, 번거롭지 않냐고 물었던적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아니요, 우리가 절대 하지 않을 질문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좋아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하잖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정부에서 사람들이 와서 이 곳의 순환 농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말하는데, 사조 아저씨는 이제 왜 지속 가능한지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수년 동안 가르치고 질문을 받으면서 스스로 옹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것이죠."
▲ ISDSI 캠퍼스내 RX cafe ⓒ RX cafe
-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지금의 이 일을 하고 있는것은 제 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부모님 모두 애팔래치아라는 미국의 산간 지역 출신이셨어요. 아버지는 아메리카 원주민이셨고 탄광 노동자였습니다. 어려서 부터 전통적인 방법으로 의자를 만드는 방법, 바구니를 짜는 방법등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지식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소수민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사회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낳고 자란 애팔래치아는 매우 가난합니다. 일종의 소외된 지역이죠. 그곳에는 빈곤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제 가족 배경은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이 섞여 있고 항상 정체성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다닐 때 가을에 6개월 동안 농부들과 유역 보호와 자연 환경 보호를 하는 인턴십을 했어요,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문적인 이유도 있지만, 저는 한 사회가 대부분 농부였던 곳에서 도시로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농부가 건설 노동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농부가 되면 한국에서 일어난 일처럼 나라가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가 이를 연구하기에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고려를 해 봤지만, 정치나 사회적인 요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고, 태국과 그 중에서도 태국의 북부를 선택한 이유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여름방학 동안 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태국어를 조금 편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된 치앙마이에서 치앙마이대학교 교수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문화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사회학자로서, 개발 연구에 관여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NGO에 대한 컨설팅 작업을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가 효과적인지, 그들이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 3~4년 동안 논문을 쓰다가 다시 돌아 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아와서는 개발 분야에서 일하면서 NGO와 협력하고, 아주 작은 지역 NGO와 커뮤니티 그룹부터 유엔 에이즈 프로그램, 아시아개발은행 등 아주 큰 프로젝트부터 아주 작은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의 연구와 평가를 돕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친구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왔어요.
태국에 관심이 있는 미국 학생들이 있는데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으면 좋겠다고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락을 받았고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과 경험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큰 그림이 같아서 저와 아내, 그리고 두 명의 태국 동료들이 약 25년 전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작했습니. 처음에는 6명의 학생으로 시작을 했어요."
-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 관해서도 소개 부탁합니다.
"숲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숲을 걷고 숲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을 사람들이 숲에 대해 가르치는 것입니다. 물론 이론과 과학에 대해 가르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런 종류의 과학적 지식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진이 있지만 지역의 과학, 지역의 지식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결합하고 있습니다.
아라클라웨이족은 섬에 사는 원주민 공동체로,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해양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섬과 섬사이를 이동하는데 보통 이용하는 롱테일 보트가 있지만 이전 세대가 이용하던 전통의 방식이 있었습니다. 전통의 방식으로 노를 저어서 섬과 섬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람이나 파도, 조수 등에 대해 학생들이 매우 빠르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 때 현지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만조 때는 어떻게 되나요? 썰물 때는 어떻게 되나요? 예를 들어 두 섬 사이에 조류가 바뀔 때 조류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조류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하는 내용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지도와 GPS가 있지만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식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마을 장로들과 마을의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희망과 열망, 마을에서 일어나고있는 모든 갈등과 같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0명의 학생이 참여를 한다고 했을 때, 일주일 동안은 세미나에 참여하고 3주 동안 탐험을 떠난 다음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각 그룹은 15명씩입니다. 작은 마을에 미국 대학생 30명이 돌아다니는것도 피해야 합니다. 끔찍한 일이죠. 메홍선에서는 30명의 큰 그룹이 있다면 15명이 맨 아래부터 탐방을 시작하고, 15명이 정상에서 출발합니다. 두 그룹이 중간에 만나서 모두 함께 세미나를 한 다음 절반은 해안에서 맹그로브를 연구하고 절반은 섬에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요구하는것은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성에 관한 두 세 가지 주요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식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자원 관리, 산림과 강,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것입니다."
- 앞으로 다른 계획들도 가지고 있나요?
"태국의 다른 대학 교수진들과도 협력하고 있지만, 치앙마이 메조 대학과 가장 큰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국제 경제학에 대한 영어 프로그램이 있지만 태국 학생, 동남아시아 학생 및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와 이미 좋은 관계를 맺고있는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석사 또는 일종의 영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남미 또는 유럽으로 확장할 수도 있겠지만 성장과 확장이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강의 계획서는 홈페이지에 다 있기 때문에 강의 계획을 세워가기는 쉽겠지만, 지역 사회에 정말 연결되고 기반을 두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이 모든 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국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희는 그냥 여기에 머물면서 성장하기에 적합한 규모의 지속 가능한 현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한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 대학생들이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를 찾는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저희는 개방형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요.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인종,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 다양한 언어가 함께 모여서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는 것은 선물입니다. 한국의 대학이나 학생들이 관심을 보여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 ISDSI 캠퍼스내 크로스 핏
아래는 기사로 송고하면서 축약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