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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m Feb 26. 2022

[호주 IT 취업기]  2020년 6월

대학원과 회사 둘 다 합격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네??? 





아아아아아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내 성격에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면 정말 대단한 거 아냐?!?!?!!? 나 그동안 번 돈 다 까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이나라 떠야지 안 되겠어.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진심.


내 나이에 마냥 놀 수만은 없으니 적당한 핑계가 필요했고, 경력 단절되면 안 되니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했다. 그럼 방법은 하나지 뭐. 공부하는 거.


그리고 덜컥 합격했다. 발한번 붙여보지도 못한 호주 대학원에. 사람들과 일에 지쳐 도망가는 나에게 시드니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고른 곳은 은퇴한 서양인들이 모여 살기로 유명한 '퍼스'.


공식적으로 돈 쓰며 쉬나 했는데 신은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합격 레터를 받고 일주일 뒤에 거짓말처럼 링크드인에서 구인공고를 보았다.


'


"Why do you think we should hire you?" 
"This job is meant for me! The moment I saw it on LinkedIn, I knew I'll get a job. I'm the perfect fit. Don't you think so?"


HR 담당자와 나는 초면에 미친 듯이 웃어제꼈고, 백그라운드 체크는커녕 호주는 살만한지 비자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수다를 실컷 떨고 바로 hiring manager 와의 면접을 잡았다.


내 직속 상사가 될 호주인 매니저와 면접

한국 대표님과 한국어로 면접

중국 대표님과 중국어 테스트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호주 담당 일본인 동료와의 면담

일로 엮이지 않는 타 부서 누군가의 Value interview (회사 문화와 맞는 인재인지 체크)

인사부와 최종 조율


나와 친한 이사님은 6개월 넘게 걸려서 구글 입사했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이건 고생도 아니지 뭐. 면접도 재미있었고. 


원래는 한국과 중화권 담당자를 뽑는 자리였는데, 태국어를 하는 나는 동남아까지 맡겨달라고 자원했다. 매니저들도 이 롤을 2년 정도 하면서 내부 프로세스 익히고 나면 동남아 총괄을 다음 커리어로 생각하자며 반색했다.


힘들게 목 허리 디스크 걸려가며 영혼 팔아 번 돈 다 까먹을 생각까지 했었는데.
세상에... 돈이랑 비자까지 받고 호주에서 산다니!!!!!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동네방네 신나게 자랑했다.

.....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호주 국경이 막혔다.


나는 온보딩부터 리모트로 진행하는 첫 타자가 되었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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