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부터 상당히 불안해하셨다. 남자 만나지 마라, 공부 게을리하지 마라 등등 걱정이 크셨다. 가끔 전화를 못 받으면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시기도 했다.
처음 신입생이었을 때는 동기엠티, 소모임엠티들이 자주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엄마, 나 이번에 학교에서 다 같이 가는 엠티 갔다 와도 돼?”
“그런델 왜 가니? 가면 술만 퍼마시고 나쁜 짓들만 하는, 그런 영양가 없는 시간을 왜 보내? 쓸데없는 데에 시간 쓰지 말고 공부나 해.”
“그래도 한 번은 가보고 싶은데…”
“아무튼 외박은 절. 대. 안되니까 그렇게 알아.”
매번 그런 식이었다. 엄마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에 뒤돌아 섰고 대화는 끝났다.
엠티가 아니라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더라도 1차가 끝나면 나는 집으로 향해야 했다. 8시부터 출발했냐고 전화 오는 엄마 때문에 시간이 되면 선배들이 신데렐라처럼 먼저 보내주기까지 했다.
아니, 남들은 신입생 때 공부는 뒷전이고 술퍼마시고 과실에서 드러누워 자기도 하고, 1차, 2차를 넘어 더 이상 몇 차인지 모를 정신으로 친구 자취방에 우르르 몰려가서 또 밤새워 놀고, 그런다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것인가? 나도 버젓이 엄마한테 월세 내며 자취 아닌 자취를 하는데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할 말이, 할 놀이가 그렇게 많아서 새벽까지 놀 수 있는가? 너무너무 알고 싶었다.
일 년이 지나고 내가 더 이상 신입생이 아니었을 때, 우리 학과에서는 선배로서 신입생들을 데리고 엠티를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다.
“엄마, 나 이번에 신입생들이랑 같이 가는 엠티…”
“엠티 소리 꺼내지도 마.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칼같이 잘랐다.
“아니 왜 맨날 안된다고만 하는 거야? 왜 안되는데? 다 가는데 나만 못 가봤어! 이렇게 학생회 활동을 어떻게 해?” 이제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러게 시간 아깝게 학생회 같은걸 왜 해? 엠티 같은 데 가봐야 다 소용없다고. 다 쓸데없는 짓거리들만 하는 곳이고, 술 마시고 서로 안 좋은 모습만 보이고. 너는 네 아빠가 그렇게 술퍼 마시고 실수하는 거 봤으면서도 술을 마시고 싶니?”
“그러니까, 내가 직접 보고 직접 판단해 보겠다고.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 건지, 생산성 있는 짓거리를 하는 건지, 내가 보고, 내가 결정하겠다고!!!”
“야, 엠티 같은데 가면 남자여자 섞여서 술 마시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인생 낭비하….”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나는 보았다. 엄마의 흔들리는 동공을.
“그.. 그건…”
“엄마도 가봤네. 가봤으니까 아는 거네. 엄마는 가봤는데 나는 왜 안돼? 엄마도 가봤으니까 헛짓거리를 하는지 제대로 된 짓거리를 하는지 아는 거 아니야? 나도 이번에 가봐야겠어. 가서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할 거야.”
“…. 그래 니 맘대로 해!!! 맘대로 하라고!!!!”
엄마의 고함을 뒤로하고 집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엄마에게 반항이라는 것을 하고 엠티에 다녀왔다. 다녀온 후로 난 다시는 엠티는 가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정말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중에는 그 추억이 좋은 술안주가 될 지라도...!